"죽으면 책임질게"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뒤늦은 후회

24일 서울동부지법 항소심 첫 공판
구급차를 가로막아 이송 중이던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택시기사 최모씨(32)가 사죄의 뜻을 전했다. 그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던 최씨는 "오랜 기간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깊이 깨달았다"고 울먹였다.

검찰은 1심과 같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사항소3부(김춘호 부장판사)는 24일 특수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의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호송 중 환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했던 점을 고려해 원심판결은 너무 가볍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최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고, 최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검찰 역시 즉각 항소했다.

이날 공판에 출석한 최씨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제 성질을 죽이지 못해 다른 많은 분에 피해를 끼치게 된 것 같아 죄송하다"고 전했다.

최씨는 원심과 달리 항소심에선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자백했으며 피해자와 합의까지 한 상태다.

최씨의 항소심 선고는 내달 12일 진행된다.

최씨는 지난해 6월 8일 서울 강동구 고덕역 인근에서 구급차를 가로막아 이송 중이던 환자를 숨지게 했다. 사건이 논란이 되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까지 적용돼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검찰은 특수폭행, 특수재물손괴, 업무방해,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등 4가지 혐의를 적용해 최씨를 재판에 넘겼다.

최씨는 사설구급차가 앞으로 끼어들자 고의로 들이받아 사고를 낸 뒤 "사건처리를 먼저 하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환자부터 이송하고 오겠다"는 구급차 기사의 말에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며 붙잡기도 했다. 이렇게 환자 이송은 11분이 지체됐다.

최씨는 수리비 명목으로 총 72만원을 받아챙겼다.

최씨는 지난 2017년 7월께에도 서울 용산구 인근에서 택시를 운행하다 사설구급차가 끼어들자 고의로 들이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도 2017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4차례에 걸쳐 작은 사고에도 크게 다친 것처럼 행세해 보험사로부터 1700여만원의 보험금을 받아챙겼다. 2015년과 2016년엔 피해 운전자에게 직접 370여만원을 치료비 명목으로 받아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