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들이 울컥했다는 이효리 국민대학교 졸업식 축사.jpg
지금으로부터 26년전 꼭 연기자라는 유명한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꿈을 안고 국민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습니다. 그때만해도 저는 특출나게 연기를 잘하지도 특출나게 노래를 잘하지도 또 특츨나게 예쁘지도 않았던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뭐 지금도 그 점은 크게 변함이 없습니다마는 운좋게 연예계에 데뷔하여 지금까지 사랑 받으면서 잘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는데 8년이나 걸린 제가 여러분 앞에서 뭐 떠들 자격이 있겠나 싶지만은 여러분보다 조금 더 살아간 것을 자랑삼아 한번 떠들어보겠습니다.
사실 저는 이렇게 여러사람 앞에서 연설이라는 것을 처음해보는데요. 그래서 연설이 무엇일까 네이버에 검색을 해봤습니다. 국어 사전에 연설이란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의 주의나 주장 또는 의견을 진술함이라고 되어있더라고요.
주의, 주장, 의견 근데 사실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누가 자기 주의, 주장, 의견을 저에게 말하는 것입니다. 특히, 길게 말하는거는 더더욱 싫어하는 스타일인데요, 처음에는 그냥 들은척하면서 들을 수 있지만 계속 그게 반복되면 그 사람 안만나고 싶습니다. 너는 너고 나는 난데 도대체 왜 내가 너의 일장 연설을 들어야되지 약간 머릿속에 늘 그런 생각을 했던거 같습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그런 분들을 종종 만났지만 사실 그런 분들은 저에게 큰 임팩트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자기의 주장이나 주의는 뒤로 하고 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시는 분들 누구에게 말로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살아가는 삶의 모습으로 보여주시는 분들이 저에게는 더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서 여러분들께 연설을 늘어놓고 싶지가 않네요. 어짜피 여러분들도 제 얘기 안들을 거잖아요. 맞죠?
사랑하는 부모님 말도 제일 친한 친구 말도 심지어 공자 맹자 부처님 같이 훌륭한 성인들이 남긴 말도 안듣는 우리가 뭐 좀 유명하다고 와서 떠드는데 들을 이유가 있겠습니까?
여러분들 그냥 여러분 마음 가는대로 사십시오. 여러분들은 누구보다 아끼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여러분 자신이며 누구의 말보다 귀담아 들어야 되는건 여러분 자신의 마음의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보다 뭔가 나아보이는 멋진 누군가각 멋진 말로 나를 이끌어주길 그래서 나에게 깨달음을 주길 그래서 내 삶이 조금 더 수월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자체를 버리십시오, 그런 마음을 먹고 사는 무리들이 이 세상에는 존재하니까요. 그런 무리의 먹이감이 되지 마십시오.
나는 나약해, 나는 바보같아. 나는 더 잘할 수 없는 사람이야 같은 부정의 소리는 진짜 자신의 소리가 아닙니다. 물론 저 또한 흔들리고 좌절하고 하지만 그 소리 너머에 진짜 내가 최선을 다해서 넌 잘하고 있어 넌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라고 목 커져라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이제 조금씩 느낍니다. 그 너머의 소리는 늘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언제나 내가 더 좋은 길로 갈 수 있도록 항상 저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여러분 귀를 꼭 귀울여보세요 지금은 너무 작아서 못 들을 수 있지만 믿음을 갖고 계속 들어주면 그 소리가 점점 커짐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내 안에 그 친구와 손잡고 그대로 쭉 나아가세요. 이래라 저래라 하는 척, 이래라 저래라 위하는 척하면서 이용하려는 잡다한 소리에 흔들리지 마시고 그리고 웬만하면 아무도 믿지 마세요. 우리는 가족이다라고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 더 조심하세요. 누구에게 기대고 위안받으려고 하지 마시고 그냥 인생 독고다이다 하시면서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 소중한 인연을 잠깐씩 만날 때가 있어요. 그럼 또 위안받고 또 미련없이 자기 갈 길 또 가야죠. 저는 말에는 그렇게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살면서 몸으로 체득한 것만이 여러분 것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서 많이 부딪히고 많이 받치고 많이 체득하세요. 그래서 진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보세요. 따뜻한 마음으로 늘 바라보고 응원하겠습니다. 여러분을 위해서 이 연설문을 썼다고 생각하는데 어젯 밤에 찬찬히 다시 읽어보니까 이 연설문은 저 자신을 위해서 쓴거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저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제가 저도 모르게 이 연설문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 지금까지 제가 한 말 귀담아 듣지 마세요. 여러분은 이미 다 알고 있고 다 잘하리라는거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만 떠들고 신나는 노래나 한곡 하고 가겠습니다.
여러분, 음악주세요.
(그리고 신나게 치티치티뱅뱅 부른 다음 쿨하게 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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