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대학 다닐 때 3학년인가에 1학년 신입생 여자애가 우람한 통뼈에 아쉽게도 못생긴 외모였음. 키는 개크고 170초반쯤 통통
걔는 학생회에 여학회장에 암튼 못생겨도 성격좋고 씹인싸였음.
난 맨날 수업 열심히 나가지만 공부는 그저 그렇고 게임하고 술만 먹고 다녔는데 이유는 모르겠는데 걔가 나한테 관심있다고 우리 학과생들이 다 알게 맨날 떠들고 다녔음.
어디 술자리 있으면 소문통해 듣고 나타나서 분위기 재밌게 만들고 그래서 걍 그러라고 뒀고, 와서 잘 놀다가도 내가 말만 했다하면 수줍어지고 말 적어지고 애들도 놀리고 그래도 씹인싸에 멘탈갑이라 걍 계속 나한테 어필했음.
사람들이 걜 왜 좋아하냐고 물어봐도 잘생겼다(기만아님 평타임), 웃기다(진지 토크 좋아함) 대놓고 말하고 다니면서 겜방에도 종종 나타나서 과자주고 가고 그랬음.
진지하게 고백한건 한번이고 난 걍 아직 너에대해 잘 모른다 연애 감정은 없다고 깠는데도 꿋꿋이 술자리에 5번에 2번씩은 나타나면서 계속 들이댔는데도 난 안받아 줬음.
그래서 진짜 사람들이 야 외모는 좀 아쉬워도 요즘에 저런 애 없다, 야 걔가 아깝다, 걍 받아줘라 그랬음.
나도 솔직히 좀 미안할 정도였음 나 계속 챙겨주고 그래도 너무 못생겨서 마음이 안생기는걸 어쩜.
근데 나 졸업 앞둔 방학 지나고 왔는데 얘가 성형이 로또가 터져서 존니 이뻐진거임 원래 키는 컸고 운동도 좋아했거든, 그래서 성형하고 운동으로 살빼고 진심 개 이뻐짐. 연애인에서 빗대라면 권나라 삘?
무슨 성형도 본판이 있어야 된다느니 다 개소리임. 인류를 창조한 신이 있다고 해도 지 뜻을 이렇게 거스를 만큼 기술이 발달 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거임.
원래 인싸였겠다 키가 커서 눈에 더 잘띄어서 그런지 아주 ㅅ발 학과뿐 아니라 같은 건물 사람들이 죄다 얘한테 관심이 폭발함.
못생겼던 애라 아닌 척 찝적대고, 번호따고 학과 전체가 뒤집힘 여자들은 속이 뒤집히고, 남자들은 눈깔이 뒤집히고.
내심 아닌척 해도 '얘 아직도 나 좋아하는거 아냐?' 하면서 기대했음 ㅋㅋ
근데 사람들이 하도 이뻐졌다 이뻐졌다 찾아주고 불러서 그런지, 내가 안받아줘서 관심 접었는지 마주치면 인사만 하고 연락도 없고 나 있는 술자리에도 안옴 ㅋㅋㅋㅋ
근데 한 2주 3주 지났나 갑자기 카톡으로 '선배 뭐해요?' 라고 옴
하.. 역시 날 못잊었나? 같은 철없는 생각 하면서 관심 없는 척 '롤하지' 그랬더니
'또 00피시방? 오늘은 약속 없어요?' 그러는거임 그래서 없다고 하니깐
'게임 언제까지해요?' '다 하고 술?' 그러는 거임
나는 올타쿠나 하고 약간 뭐랄까 우월감? 같은 감정이 생겨서
'ㅇㅋ' 그러고 어디서 먹을 거냐고 하니깐 옛날에 걔가 나한테 고백한 2층에 좀 조용한 술집으로 오라는거임
그래서 롤 다하고 갔는데 맨날 모이는 멤버 네명 있는데 그중 한둘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걍 혼자서 기다리고 있는거임
그래서 애들은? 그랬더니 안불렀는데요? 그러니 난 더더욱 막 자신감이 상승했음.
'이뻐졌다?' 그런 얘기하고 근황토크 했더니 성형 하길 잘했다고 자기 솔직히 못생긴거 콤플랙스라서 더 밝고 인싸처럼 하고 다녔다고.
그렇게 안하면 관심도 못받고 관심만 못받는게 아니라 소외되고 자존감 떨어지는걸 어렸을때부터 깨달았다고.
그래서 약간 예상과는 다르게 걍 좀 인생과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진지 토크를 한참을 이어감 4시간 있었으면 3시간?
그러다 이제 술 좀 올라오니깐 드디어 기대했던 본론 토크가 시작됨.
'오빠는 이제 나 이뻐졌는데 어때요?' '이제는 내가 고백하면 넘어와요?' 그러면서 막 장난치듯이 말하는거임
난 인싸인 척하는 찐으로 살아왔어서 나도 막 좀 장난치면서 얘기함 속은 뭔가 개 신나면서 아닌척 '너 좋다는 사람들 많던데 내가 눈에는 들어오냐?' 그랬더니
자기는 성형 전에도 선배 좋아했던게 내가 못생겼어도 자기를 외모랑 상관없이 재밌게 대하는게 좋았다고 그러는거임
솔직히 난 이쁜 애들은 긴장되서 말 잘 못하겠는데다 얼굴 값들 해서 지들이 말 안섞어서 말 잘 안하는건데 ㅋㅋㅋ
평범~못생기면 편하게 말하기가 쉬웠던 건데 그리 말 할 순 없잔슴 그래서
'야 너는 인싸였어서 원래 남자들이랑 다 친했잖아 ㅋㅋㅋ' 그랬는데
아니라고 자기도 바보 아니라고 지금만 봐도 성형하니깐 걍 친한거랑 태도가 다르잖아요 그러는거임
그리고 솔직히 이뻐지면 선배도 날 보는 시선이나 마음이 바뀔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성형도 한거라고 그러는거임
그래서 뭔가 기특하기도 하고 술도 먹었지, 얘는 이쁘지 그래서
'너 아직도 나 좋아하냐?' 그랬음
그랬더니 애가 눈시울이 붉어진다고 해야하나, 울것같다고 해야하나, 얼굴이 빨간? 느낌으로 막 앉아있는 테이블만 바라보면서 고개만 끄덕 거리는거임. 그래서 거기서 가만히 애를 한 1분 쳐다보다가 머리 쓰다듬어 주니깐 후다닥 옆으로 와서는 나한테 안기는거임
근데 반전이 난 그때 대학교 지역 말고 내가 사는 동네에 여친이 있었음.
사귄지도 얼마 안됐고 개강 직후고 그래서 학교에는 내 동기 한명만 알고 있었음. 지금 생각해보면 개 쓰레기였음.
거절을 해야하는데 술취하고 애는 이쁘고 그러니까 거절이 아니고 얼버무리면서 튕겨버림. 뭐 아직 잘 모르겠다고 그랬나
그리고 계산하고 나왔는데 자기 자취방애서 한잔 더 하자는거임 술 취했겠다 ㅂ신같이 또 거길 따라감. 자취방에서 웃고 떠들면서 마시다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고 후배가 키갈하려고 하길래 고개 빼면서
' 너 이래도 나 책임 못진다?'
그랬는데도 걍 키갈하길래 하룻밤 추억을 만들어버림. 다음날 아침에 후배가 라면 끓이면서 깨우는거임
막 자괴감에 성취감에 우월감에 여러가지 감정이 현자타임이랑 같이 왔는지 진심 라면을 어케 먹었나 기억이 안남
내가 아닥하고 라면만 처먹고 멍때리는데 후배가 먼저 이걸로 사귀자고 안한다고 자기 그냥 좀 어떤앤지 좀 제대로 봐달라는거임
알겠다고했는데. 졸업땜에 바쁘고, 취업관련해서 바쁘고, 그것땜에 통학도 해가지고 학교에서 ㄹㅇ 수업만 듣고 집으로 오는 생활 반복하는데다 동네오면 여친 만나야하지 그러니깐 후배 이름 무슨 김현수 이런걸로 바꿔놓고, 그것도 걱정되서 여친 만날때는 차단해놓고 그러니깐 연락 소홀해지고 그래서 걍 나중에는 마주쳐도 인사도 잘 안하고 그러다가 걍 쌩가짐 ㅋㅋ
하고싶은말은 오크녀? 노력을 안한거임 평생 못생기게 살아와서 패배의식에 찌들고 현실에 찌드니 걍 타협하듯 굴복한거임
진짜 개노답으로 못생긴 사람이 운동과 성형까지 하니 그렇게 이뻐질 수도 있다는걸 나는 봤다. 이 얘기를 하려다가 갑자기 추억이 피어올라버려서 내 불알친구 한명한테밖에 못했던 기억을 써내려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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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나를 원망하지 않을까는 걱정 하면서,
본인은 부모님을 원망하는 마음은 없는거 같네
정말 그정도로 힘들 외모면 성형외과라도 가보라고 하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