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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서 택배로 아이스크림 시킨 썰

소희 32 7507 54 0

0553f67a5ff628a64162faefafc91807.jpg 쿠팡에서 택배로 아이스크림 시킨 썰.txt





며칠 전 햇반이나 좀 살까 해서 쿠팡 들어갔다가

아이스크림도 배송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처음 알고

와... 아이스크림이 배송 되나?? 안녹나 이거??? 

하고 신기해가며 주문을 넣었다.



하루 이틀 지나도 안오길래,

배송 출발을 늦게 한건가 싶어서 걍 기다리고 있었다.



(알다시피 수도권은 대부분 하루면 배송 온다.) 





별 거 없는 잉여로운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이 됐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데, 

오후 쯤 지나서 누가 문을 두드리더라.



택배입니다.



현관 열고 보니,

40초반 쯤의 피부 거뭇한 아저씨가

하얀색 스티로폼 택배 박스를 안고 서 계시더라.





참고로 쿠팡에서 시켰다고 무조건 쿠팡맨이 오는게 아니다.

로켓 배송 계약 안된 상품들은,

롯데, cj 등 일반 택배 기사님들이 물품을 배송해주신다.



이번에 문을 두드린 기사님 역시 롯데 택배 기사님이더라.





아무튼,

아이스크림 왔나보네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기사님이 박스는 안건네고, "저기, 죄송한데요." 하고 말을 꺼내더라.





"이게 원래 토요일 날 배송 왔어야 하는 건데... 

토요일날 이 근처까지 배송왔었다가,

다른 물건들만 배송을 하고, 빨리 차 빼달라는 요청 때문에 급히 차를 빼다가,

이 물건을 실수로 배송을 못해드렸거든요..."



즉, 한마디로 배송 누락인 거다.





"아, 네."

"이거 혹시 가격 얼마인지 기억 나세요?"





가격을 갑자기 왜 묻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요. 아마 1만 5천원에서 2만원 사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확한 가격은 모르세요?"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아마 그쯤일 거예요."

"그럼 한 번 주문한 곳에서 확인을 좀..."

"가격을요?"

"네, 이걸 폐기 처분하고, 배송 누락으로 회사측에 환불 처리하셔야 하는데요."

"네."

"그렇게 하시면 아무래도 번거로우니까, 비용 얼마인지 알려주시면 제가 현금으로 그 금액을 배상해드릴게요."





엥??? 왜??? 와이???

왜 기사님이 손해 배상을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럼 제가 회사측에 반품 요구를 할게요."

"네, 그렇게 하셔야 하는데, 그럼 번거로우시니까..."

"회사에다가 반품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배송 받았더니 이미 녹아 있었다고 하면 될 거 같은데."

"네, 근데 원인이 배송 누락이니까 그게..."

"그럼 기사님이 손해보시게 되잖아요."

"네. 제 잘못이니까 어쩔 수 없죠."



하고 말하면서 웃으시던데, 

그 표정에서 난데없이 무게감 같은 걸 느꼈다.




저렇게 정직하게 자기 잘못 인정하고 사과하는 분께 

모든 피해를 떠안기고 싶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택배 기사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인터넷에서 많이 접했기에 그런 생각이 더 들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비오는 궂은 날씨에

우산 한 장 못걸치고 일하고 계신 모습이 안쓰러워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이면 좀 녹았어도 다시 얼리면 그만 아닌가?

혹은 안녹았을지도 모르고. 설령 좀 녹았다해도 음식물처럼 썩는 것도 아니고...

"아~ 근데 이거 안에 확인 한 번 해보셨어요? 아직 안녹았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네. 확인해봤어요."

"좀 녹았어요?"

"다 녹았더라구요. 이미."

"아니 그래도 다시 얼리면 될 거 같은..."

거기서 기사님이 스티로폼 뚜껑을 뙇 열어주시는데,

...... 완전 다 녹았더라.

아이스크림 녹은 거 만져 본적 있는 사람은 알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아 이건 다시 얼린다고 될 게 아니구나..' 싶은 상태.

"아, 다 녹았네요."

그때 기사님 얼굴을 딱 봤는데,

일부러 미소를 짓고 계신데, 죄송함이 엄청 섞인??

뭐랄까 그런 복합적인 표정이었다.

잔 주름 있는, 거뭇거뭇한 피부에, 

그런 표정을 짓고 계시니 마음이 꽤 불편했다.

아무튼 기사님이하고 한 5분 정도 씨름하다가,

"그럼 기사님이 손해보시는 거잖아요."

라는 말만 한 3번 되풀이하다가,

자기가 책임지겠다는 완고한 주장에,

알겠다고 하고 쿠팡 접속했다.

15,500원인데

배송비 2천원 빼면 13,500원이더라.

그래서 기사님한텐 걍 13,500원이라 말씀드렸다.





"확인해보니 13,500원이네요."

"아 그럼 계좌번호 알려주시면 제가 이체 해드릴게요."

"계좌요? 그냥 현금으로 주셔도 돼요."

"아, 그래요? 그럼..." 

"만 원만 주세요."

"네?"

"담배 한 갑 사폈다고 생각할게요."

"아니에요. 다 받으세요."

"그럼 이거 택배 제가 받으면 또 쓰레기 처분하고 버리고 해야 하니까, 기사님이 좀 처리를 해주시겠어요??"

"네, 이건 제가 처리를 해드릴게요."



하면서 나머지 3천원을 손에 쥐어주려 하더라.

연거푸 괜찮다고 겨우 거절했다.





고작 3천원이 뭐라고 생각할수도 있는데,



고작 3천원인데...

엄청 작은 돈인데.

왠지 엄청 받고 싶지 않았다.





택배비가 2천원이다.

저 무거운 짐 날라 배송하면 고작 2천원인거다.



심지어 그것조차 온전한 택배 기사의 몫이 아니다.

회사 떼고 유류비 떼고 세금 떼고...



기사님이 만원 손해보는 것만 해도,

몇 번의 택배를 더 날라야하는 것인지 모른다.

하필 비까지 오는 날씨에...



결국 3천원은 거절하고,

기사님 가시기 전에,

냉장고에 있던 음료 한 캔 들고와서 쥐어드렸다.



"더운데 이거라도 드시면서 가세요."

"아 감사합니다!"







현관문을 닫고 돌아서서,

난 5천원 손해, 기사님은 만원 손해,

다들 손해만 봤네. 



하는 시덥잖은 생각 하고 있는데,

10분도 안돼서 누가 또 문을 두드리더라. 



누구세요?

택배요.



배송 올 택배는 더는 없었다.

내가 뭘 시킨 게 있었나? 하고 생각하며 문을 열었더니, 

방금전 왔었던 그 롯데 택배 기사님이 서 계셨다.

난데없이 까만 봉다리를 건네시면서, 

"이거..."

"뭔데요?"

"밑에 편의점에서 사왔어요."

하시더라.

열어보니 아이스크림 몇 개가 들어있었다.

"괜찮아요. 저 안 그래도 인터넷에서 다시 시키려고 그랬어요."

"그럼 배송 올때까지 일단 이거 드세요."

하고, 그제서야 환하게 웃으시더라.

그리곤 다시 빗 속으로 걸어가셨다.

내용물을 확인해보니,

내가 인터넷에서 시켰던 아이스크림이 종류별로 하나씩 다 있더라..

그 스티로폼 박스 열어서... 뭐뭐 주문했는지 확인하고,

그거에 맞춰서 편의점에서 하나 씩 사오신 거였다

편의점 아이스크림은 비싸서

저렇게만 사도 만원인데...

3천원 돌려드리고, 2만원 받은 꼴이 됐다.

아이스크림 껍질을 벗기는데,

뜻하지 않게 돌아온 더 큰 호의에,

가슴 한 켠이 뭉클해졌다.


출처  http://www.dogdrip.net/170844564

32 Comments
개재 2019.03.29 18:51  
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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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2019.03.29 18:54  
천생연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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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송베커 2019.03.29 18:54  
하....이런글 볼때면 먹먹하면서 화도나고 이눔의 세상은 나쁜놈들만 잘먹고잘사는것같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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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 2019.03.29 18:56  
내가슴도 뭉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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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것은 2019.03.29 18:59  
와......... 눈가가 촉....촠....초크슬램! 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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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맛사탕 2019.03.29 19:38  
[@살아있다는것은] ㅅㅂ감동받고 리플읽다 빵 터졌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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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스 2019.03.29 20:37  
[@살아있다는것은] 존나 뜬금없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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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냐 2019.03.29 19:08  
이런 사람들 때문에 조선이 망하지 않는구나. 한스럽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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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선비 2019.03.29 19:18  
가끔 물건 함부로 다루는 택배기사님도 계시겠지만

성실하신 기사님들도 많은거 같아요
폭염에 한파에 미세먼지에 비올때 눈올때도
엘레베이터 없는 빌라,아파트에도
밥도 삼각김밥 빵우유같은거로 때우시고 저녁6~7시 넘어서도 , 주말에도 택배기사님들 고생하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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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2019.03.29 19:20  
내가 나이를 많이먹었나..
쉽게 울컥하네ㅠㅜ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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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2019.03.29 19:26  
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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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련 2019.03.29 19:29  
아이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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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마르 2019.03.29 19:33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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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ㅤDOㅤIT 2019.03.29 19:34  
저런 마인드 기사분들만 계시면 택배비 5천원 넘게줘도 된다 하지만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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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이 2019.03.29 19:37  
난 딱새우 시켰는데 문자도 안보내고 문도 안두드리고 문앞에 걍 두고가서 아침에 확인하고 개빡쳐서 택배사 전화해서 난리부르스 쳤는데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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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2800층 2019.03.29 19:41  
나도 저런적잇음
우리동네만 그런건진몰라도 택배기사님들 정직한사람들이 많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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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식이 2019.03.29 19:41  
일 평균 집배송 물량은 350여 개로 나타났다. 월 소득액은 700만원 대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1인당 평균 월 소득 551만원을 상회한다

택배비2500원냈다고 택배하시는분들이 가난하고 힘들거란생각하지마라 지들딴에는 그분들 걱정하는척하는거겠지만 저분들이 왜 니들의 걱정과 동정을 받아야하냐?
택배기사도 당당한 직업이다 그분들의 직업을 폄하하지마
바다 2019.03.30 12:42  
[@오태식이] 뭔 동정이야? 힘든일 하시니까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에 안쓰러운거지 그게 직업 폄하는 아니지
니 논리면 "소방관분들 열일하는 경창분들 지원도 적고 돈도 적게 버시는데 너무 고생하십니다 ㅠㅠ" 이러면 이게 직업 폄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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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식이 2019.03.30 19:27  
[@바다] 윗댓글에 택배기사가 몇푼못버는 가난한사람처럼 쓴새끼가 있어서 써놓은거다
바다 2019.03.30 21:23  
[@오태식이] 오태식이 말투 생각나서 겁나 리얼했음ㅋㅋ
근데 님말대로 평균 500월급이라해도 지입차에 권리금식으로 웃돈주고 들어간 사람 많아서 실수령은 300 좀더? 그쯤이라더라~
내 절친이 한얘기니 숨긴건 아니고 ㅋ
나도 지입 화물차 해봐서 얼추는 알고
못벌진 않지만 편하게 많이 버는것도 아니잖아~
형 얘기 이해는 가는데 윗댓 누군진 몰라도 개집인들 직업 폄하하는 나쁜놈들 많지 않으니까~
시비거려는거 아니었어ㅎ 우리 서로 화이팅 하자구~ㅎ
우울 2019.03.29 19:48  
아이고 이런분들때문에 나라가 안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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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원 2019.03.29 19:55  
둘다 착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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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물 2019.03.29 20:19  
뭐여 개드립 요새 왜이렇게 흥해
한때 망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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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꾸 2019.03.29 20:31  
심장이 뜨거워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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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면바리 2019.03.29 20:55  
이번에 택배사들 전부 택배비 올렸더라.
전국적으로 이제 2500원 택배는 없어짐.
대신 배송기간이 길고 편의점에서 수령해가는 편의점 택배 서비스가 2500원 이하 가격으로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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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우습죠 2019.03.29 20:55  
배송누락이 되면 기사한테 페널티 같은게 있나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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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 2019.03.29 21:00  
근데 택배 돈 많이 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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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 2019.03.29 22:00  
[@덴마]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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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10 2019.03.29 21:05  
휴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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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불렀냐 2019.03.30 02:38  
그래 이정도면... 결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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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집왕 2019.03.30 22:08  
사실 기사는 저렇게라도 안해주면 클레임 들어올까봐 어떻게든 좋게 해준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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