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여교사’ 파문 확산… “남자였으면 ‘그루밍 성범죄’라 했을 것”
[이슈톡톡]중학생 제자와 성관계했는데 무혐의
중학생 제자와 성관계를 한 충남 여교사 사건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 제공
충북지역 한 중학교 여교사가 제자와 성관계를 했지만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비슷한 사건에서 청소년과 성관계를 한 남성은 다른 법을 적용하면서까지 형사처벌을 한 것과 달리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는 이유만으로 무혐의에 그치면서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피해자 13세 넘고 강압 아니었다고…
9일 충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관내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A(여) 교사는 지난 6월 자신의 남학생 제자와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도교육청은 이달 중 징계위원회를 열어 A 교사의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미혼인 A 교사는 관할 교육지원청의 분리조치에 따라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건 경찰의 처분이다. 도교육청은 경찰에 A 교사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으나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한 경찰 관계자는 “(성관계 대상이) 13세 미만일 경우 형법상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를 적용할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강압 등에 의한 성관계도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찰의 처분 결과가 알려지자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여교사가 아닌 남교사였어도 무혐의가 나왔겠느냐”거나 “남학생은 미성년자 아니냐”는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페미공화국’의 민낯이 드러났다”거나 “‘남성유죄 여성무죄’가 진짜 존재하긴 하는가 보다”란 반응도 나왔다.
◆아동복지법 적용해 기소·유죄 판결도
법조계에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판례를 살펴보면 13세 이상 청소년과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여도 유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여자 중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고소당한 대구의 40대 학원장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합의된 성관계였다는 양측 진술을 토대로 불기소 처분했으나, 여학생 부모의 반발로 해당 사건이 공론화되자 재수사에 착수해 기소를 결정했다. 이때 검찰은 형법이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아닌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이 남성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 5월 법원은 이 학원장에게 징역 3월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관련 기관에 7년간 취업 금지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 아동이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해 불안한 심리상태에 있는 것을 이용해 성적인 대화를 유도하고 성관계를 암시해 성관계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이번 충북 사건과 비슷한 사건에서도 법원이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2017년 경남지역에서 초등학생 제자와 성관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여) 교사는 1심에서 징역 5년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신상공개 10년을 명령받았다. 다만 이 사건은 피해자가 만 13세 미만이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 그루밍 성범죄 해당되도 여성계 침묵
여타 청소년과 성인 간 성관계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 역시 ‘그루밍(길들이기·Grooming) 성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루밍 성범죄는 성적인 의도를 갖고 피해자에게 접근해 신뢰 관계 등을 쌓은 뒤 피해자가 성적 행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길들이는 성범죄를 뜻한다.
그동안 남교사와 여학생 사이의 성관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루밍 성범죄라고 주장해온 여성계가 이 사건에선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 됐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기사 댓글 등에서는 경남 여교사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여성계의 이중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 ‘하태경의 라디오하하’를 통해 “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중학생과의 성관계는 합의 하에 이뤄졌다 해도 범죄의 성격이 강하다”며“유엔이 권고한 것처럼 만 16세 미만 청소년과 성관계를 맺는 성인은 남녀불문 예외 없이 처벌하는 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