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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애틋한 추억 풀어봅니다

gpn4WzpG 10 177 0
나 초등학교 1학년때
옆집에 또래 여자애가 있었어.
편의상 L양이라고 할께.

학교 끝마치고 오면 동네에서 L양이랑 소꿉놀이도 하고
걔네 집에도 놀러가고 걔도 우리집에 놀러오고 그랬지.
근데 요즘은 안그러겠지만 8~90년대만 해도
초딩때 남녀가 사이좋게 놀면 주위에서
'얼레리꼴레리'하며 놀려대기에 그게 신경쓰여서
사람들 특히 다른 또래들이 많지 않은 곳에서 놀았지.
고로 놀이터같은데는 꿈도 못꾸고...

물론 그렇다고 그게 무슨 연애의 감정 그런건 아니야.
당연히 초딩1학년이 그런걸 알리도 없고
그냥 초딩들의 순수한 어울림이지.
당시 서로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일일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냥 같이 어울리는게 즐거웠었어.

근데 지금은 많이 유행안하겠지만 그때는
초딩들 사이에 수두라는게 유행할 때가 있었어.
얼굴은 물론이고 온몸에 모기 물린 것같은
붉은 반점이 돋아나는 질환.
며칠 앓다가 낫는 병이었지.
내가 그게 걸렸던 적이 있었어.

그것때문에 내가 학교도 못가고 밖에 못나가니
L양은 걱정되었는지 나보러 우리집에 왔었어.
하지만 전염될 수 있으니 우리 엄마가 그 친구한테
너무 오래있지는말고 잠깐 있다가 가고
우리애 다나으면 그때 또 재밌게 지내라라고 했지.

당시 우리 동네에는 우리 말고도
다른 또래 애들이 좀 있었어.
밖에서 애들 노는 소리 들리면 알잖아?
나도 나가서 같이 놀고 싶은거.
옛날에는 그렇게 한두명이 동네에서 놀다가
그 노는 소리에 이집 저집에서 애들이 나와서
다같이 어울리고 그랬었어.
나도 며칠 집에만 있는것도 답답하고
딱히 아프지도 않았기에 얼굴에 반점은
다 안나은채로 애들 노는 소리에
나도 나가게 되었지.

근데 옛날에 어린애들도 얼마나 짖궂었겠어?
얼굴에 빨간 반점있는 애가 오니
다들 옮는다고 난리쳤지.
보기만 해도 옮는다며 한 아이가 고개를 휙돌리더라.
한 애가 그러니까 근처에 다른 애들도
일제히 망설임없이 고개를 휙돌리더라고.

근데 그 무리 중에 L양도 있었어.
그 L양은... 그 L양도 역시 고개를 돌렸지.
하지만 다른 애들하고는 달랐어.
다른 애들이 재빨리 고개를 휙돌릴때
그 친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약간 울먹이는 표정으로
고개 돌리는 시늉만 했어.

그때 당시 나는 다른 애들이 그러건 말건
신경안썼는데 그 여자애만 눈에 들어왔지.
어린 나이였었지만 나는 그게 서운하기는 커녕
오히려 L양을 이해했어.
아니 나아가서 오히려 깊은 정을 느꼈지.

당시 그 무리에서는 본인만 그 행동을
안할수가 없었을거야. 그러면 그 여자애도
같이 놀림을 받았을테니...
다른 애들처럼 휙돌린 것도 아니고
그 잠시 머뭇거리던 그 행동이 아직도
난 너무 인상이 깊다.
그리고 나 역시도 거기서 그 친구가
날 감싸안는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랬고...
초딩 1학년이면 한마리 어린 짐승이나
다를 바가 없는데 그런 모션을 취한 L양이나
그걸 흐뭇하게 이해해주고 있는 나나
자랑은 아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대견한거 같애.

그러던 어느날 그 친구가 이사가게 되었어.
걔네집에서 가구나 짐들이 꺼내어져 트럭에 실리고
있는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대충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지. 이제는 이 친구를 못본다는거...

그 때 그 동안 내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웠다라든지
잘가라든지 인삿말을 전했어야했는데
헤어지는 아쉬움, 씁쓸함, 낯간지러움 뭐
이런 감정들이 짬뽕이 되다보니 당시 그 나이에
그걸 표현한다는게 어려웠던 모양이야.
난 근처에 숨어서 그냥 그 이삿짐 나르는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었어.

짐 다 실을때 쯤 그 L양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두리번거리더라고. 누굴 찾는거였겠지.
그러더니 울집에 와서는 우리 엄마한테
뭐라뭐라 물어보는 것 같더라고.
나 어딨냐고 물어본거였겠지.

끝내 그 친구도 아쉬운 듯 차에 몸을 싣더라.
그렇게 그 트럭이 떠나가는데
난 뒤에서 그 트럭이 작아질때까지
계속 보고만 있었었어.

그 이후로 트럭타고 떠나가는 그 모습이
꿈자리에 종종 나오더라. 그리고 그 꿈이
30년 지난 이 나이에도 어제 꿈에 나오더라고.
갑자기 그 옛날 생각이나서 글써봤어.

episode1)
당시 수두 걸렸을 때 그 붉은 반점이
거시기, 부랄에도 나더라.
난 그게 신기했었던 모양이야.
그 친구가 나보러 집에 왔을때
난 그 신기한걸 보여주려고
걔 앞에서 바지와 팬티 내리면서
'이 빨간거 나 여기에도 생겼어~' 이러면서
자랑하듯 얘기했지.
그 순간 아빠가 야이 새끼야이러면서
뒷통수를 갈기는데 내가 왜 맞았는지
당시에는 몰랐었다.

episode2)
당시에 난 두 살 터울 형이 있었고
L양도 두 살 터울 누나가 있었었어.
근데 이 형하고 그 언니는 당시
이유는 모르지만 서로 사이 엄청 안좋았었음
등신들...

10 Comments
0jmjqe5y 2020.06.26 16:20  
안읽고 댓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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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IGcg4v 2020.06.26 16:22  
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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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4LFE29 2020.06.26 16:23  
너무 길다 븅신아

럭키포인트 3,555 개이득

Qyw0MP3z 2020.06.26 16:25  
[@BW4LFE29] 어릴적 추억얘기 풀어보겠다는데 니 스스로 들어와놓고 너무 길다 븅신아 라고 댓글다는 건 뭔 행패냐? 존나 역겨운 놈이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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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Yq18jk 2020.06.26 17:08  
[@Qyw0MP3z] 글 질쓰시네요.
기차안에서 시간가는줄모르고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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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n4WzpG 2020.06.26 17:20  
[@TiYq18jk]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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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7tsar6F 2020.06.26 16:29  
불알친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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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7ADuUD 2020.06.26 16:59  
처음이자 마지막 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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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XZ1DMa 2020.06.26 16:59  
책은 잘 읽는데
화면으로 보는 긴 글은 집중이 안된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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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qac84ed 2020.06.26 17:18  
진짜 짠하고 애틋한 추억이네...
글도 잘쓰고..
읽으면서 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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