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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신천지 이야기 많은데 본인 전도 맛본 썰 푼다 -完-(장문)

AgEPnMG4 14 1977 7

1편 : https://gezip.net/bbs/board.php?bo_table=anony&wr_id=761125

2편 : https://gezip.net/bbs/board.php?bo_table=anony&wr_id=761151


[6]

왕선생과의 상담은 계속 이어졌다.

왕선생은 매일 신에게 편지 쓰기(제출하란 말은 안했음), 자기가 권하는 영상물 보기 같은 과제를 내주었고, 나는 충실히 따랐다.


그리고 이 쯤에서 또 다른 신이한 일이 벌어진다.

맥도날드에서 편지 활동을 하던 중, 또 그 무속인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번엔 무속인이 찾아온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맥도날드에 당도했을 때 이미 무속인이 어떤 중년의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냥 그러려니하고 앉아서 편지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무속인이 내 쪽을 슬쩍 쳐다보더니 자신과 이야기하던 여성을 시켜 내게 말을 걸었다.

우리 보살님이 잠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시는데 혹시 괜찮으시냐고..

이미 스스로 '신기'를 믿어버린 나는 거절할 리가 없었다. 무심하게 나를 쓱 쳐다본 무속인은 이 전에 봤을 때와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진다면서

당신은 지금 귀인을 만나고 있다고 했다. 그 귀인을 계속 만나면 너의 고민와 상처는 치유될 것이라고 하였다.


학교생활 외에 따로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았던 나는 귀인 = 왕선생 이라고 생각했고, 이는 왕선생에 대한 내 믿음을 더욱 견고히 하는 계기가 되버린다.


상담을 계속 이어가든 왕선생은 내게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 프로그램인 즉, 인근 교회의 목사님이 시범적으로 집단 상담 센터 비스므리한 것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거기에 지원해보겠냐는 것이다.

이거는 하고 싶다고 다 하는게 아니라, 본인이 추천한 사람 중 일부를 면접을 통해 그 목사가 뽑는다고 하였다.

나는 알겠다고 하고 지원서를 작성한 후, 그 목사와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질문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난다.


일 주일 정도 경과 후, 왕선생에게 연락이 왔는데 운 좋게도 목사가 나를 좋게 봐서 프로그램의 참가 자격을 얻었다고 했다.

이런 기회는 쉽게 오는 것이 아닌데 잘됐다며 왕선생은 축하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왕선생의 손을 떠났고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새로운 곳으로 이동했다.


이 곳이 신천지 세뇌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인 '집단 공부방'이다.


[7]

처음 참여한 공부방은 정말 어마어마한 인원이 모여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 70명? 정도 됐지 싶다.

약 50~60% 정도가 20대 청년이었으며, 나머지는 그 이상의 중노년 아재, 아지매들이었다.


공부방은 일주일에 1회, 90분 씩 2번 나누어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존나게 길게 했다 이 씨~발새끼들

주된 교육 내용은 대부분 성경에 관한 것이었다. 기독교 경전인 성경은 명확하게 기술된 것이 거의 없고 대부분이 비유로 이루어져 있다.

이 경전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서 여러가지 교가 나뉘는 것인데, 사이비들이 또한 이 경전을 자기 입맛에 맞게 그럴 듯하게 해석해 자신들의 포교에

사용하는 것이다.


공부방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종교색이 거의 없었다. 하는 것이라곤 성경에 대한 비유 해석, 그리고 이따금씩 순복음교회나 한기총, 예수교장로회 등을

비판했다. 자기들이 가르치는 이 성경의 말씀이 진짜이며 지금 기성교회는 종교의 탈을 쓰고 사람들을 착취하는 적그리스도라고 한다.

당시에는 개독교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굉장히 널리 퍼져있었고, 본인 역시 그 치들을 진정한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먹사, 개독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욱 거부감이 없었다.


정확한 교리는 잘 생각나지 않는데 여기서는 여느 사이비에서 항상 이야기하는 '재림 예수'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대신 '이긴 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결국 해석하면 자기네들 교주인 이만희가 '이긴 자'이며 이긴 자는 영생을 살고 이긴 자의 가르침을 받은 144000명의 신도들은 종말의 때가 오면 '왕과 같은 제사장'이 되어서 만세의 권력을 누린다는 것이다.


물론 '이만희'라는 이름은 절대 등장하지 않는다. 내가 추후에 이 새끼들 교주가 이만희라는걸 알고 하는 이야기다.


[8]

공부방 정도 오면 사실 신천지 세뇌 프로세스가 50% 이상 진행된 상태이다.


이 공부방 시스템이 정말 무서운 것은 '내가 자발적으로' 이 프로세스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일단 입교할 때부터 1. 내가 지원서를 써서 면접을 보고 들어가는 형태이며 2. 공부방 3회 결석 시 퇴출 이라는 시스템을 표방하고 있으며

3. 공부방의 하루 일정을 마칠 때마다 시험을 보는데 이게 80점이 못넘으면 재시험을 봐야되고 그래도 80점 못 넘으면 퇴출 시킨다.

참고로 나는 개인 사정으로 3회 이상 결석했는데 퇴출 안당했다. 저 새끼들도 그냥 하는 소리지만 그만큼 심리적 효과는 뛰어나다.


공부방에는 일전에 말했던 강의 담당 목사 1명과 그 밑으로 원생들을 관리하는 여자들이 하나씩 있었다. 이 여자는 한 명당 약 10명 정도의 예비 신도를

맡아 관리한다. 지각이나 결석이 있으면 무슨 일이 있는지 묻고, 개인적인 고민이 있으면 들어주고 하는 형식이다.


사실 공부방에 대해서는 별로 쓸 게 없다. 그냥 정말 성경 공부만 함. 20대 젊은 청년들이 많으니 이 안에서 연애를 할 놈들은 했지 싶다.


나는 이 공부방 프로세스를 또 한 1~2달 정도 진행했다.

이 때 쯤되어서 이 신천지 새끼들도 슬슬 세뇌가 끝났다고 생각하는지 수업 중 신밍아웃을 시전한다.

사실 우리는 '신천지 증거장막 어쩌고' 라고, 교육 초기에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은 이미 자기들은 사이비라는 낙인이 찍혀 있기 때문에 교육생들에게

나쁜 선입관을 심어줄 염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지금까지 해온 성경 강의를 통해서 깨닫지 않았느냐고..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정말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다.

왜냐? 당연히 나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심리 치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세상에 공짜 없다' 라는 것이 당연한 법칙이지만 이 법칙까지 무시하고 인간의 순수한 선의를 믿었기 때문에 나는 이 신천지를 믿지 않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9]

공부방을 박차고 집으로 간 이튿날, 나를 담당하는 여자한테서 연락이 왔다.

이야기 좀 할 수 있겠느냐고.. 아직까지는 정이 남아있었으니까 갔다. 가니까 아니나 다를까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뿐이었다.

너는 신천지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다, 우리는 이단 사이비가 아니다, 기성교회에 의해 탄압받아서 그런 이미지가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다 듣지 않았느냐.. 주절주절

나는 마지막 정으로 인사하기 위해서 만났을 뿐 나는 다시 거기 갈 생각이 없고, 다시는 여러분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분명히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날. 이번에는 내 집 앞에 찾아왔더라. 주소는 어떻게 알았을까 생각해보았더니 처음에 그 공부방에 입교할 때 썼던 지원서,

그 곳에 내 주소가 적혀있었던 것이다. 


이 때 나는 깨달았다. 아.. 그 동안 그 누구도 아닌 나를 통해서 모든 정보가 신천지에 새어 들어갔구나.. 무속인도, 상담사도 그 사람들이 뛰어나고

신기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 놈들이 다 네트워크로 연결되서 내 정보를 공유하며 정말 치밀하게 이 세뇌를 기획한 것이었구나.. 하고.


내가 돈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경제 능력도 없는 학생일 뿐인데 나 하나를 세뇌하려고 이런 긴 시간 동안

저렇게 치밀한 작전을 계획했다는 것이 정말 터무니 없었다. 추후 '관찰 보고서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을 봤는데 정말 딱 내게 했던 작전 그대로였다.


[完]

그 동안의 심리상담과 영성 치료가 신천지의 작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연결고리를 되짚어가며 관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신천지로 날 보낸 것은? 왕선생 / 왕선생에게 나를 보낸 것은? 선생 / 선생에게 날 보낸 것은? 기타를 치던 A형

여기까지 정리한 후 일전의 편지활동에 참여해서 편지녀에게 내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너 A형 알지? 그 형이 소개해줘서 갔던 그 곳이 신천지더라 와~ 진짜 세상에 믿을 사람 한 명도 없다 ㅋ'

'아, 진짜? 근데 우리 삼촌도 신천지 그거 믿는데 별로 아무렇지도 않던데? 사이비라던데 돈 바치고 뭐 그런 것도 없었어. 되게 좋은 사람이야.'


나는 깨달았다. 아, A형에서 정리할 게 아니구나. 내가 처음 만났던 그 아지매까지 이게 다 신천지였구나 라는 것을.


집으로 돌아간 나는 그 동안 편지를 썼던 센터의 이름을 인터넷으로 찾아 연락을 해보았다.

내가 그동안 이러이러한 활동을 했는데 거기에서 그 활동을 하며 OOO라는 이름의 아이가 있느냐고..

그런 아이도 없고, 그런 활동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끝-

Best Comment

BEST 1 NnQhgm32  
[@AgEPnMG4] 아다 개붕이들 오열
14 Comments
zDHOlVqu 2020.02.27 01:23  
그래도 섻스 했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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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EPnMG4 2020.02.27 01:23  
[@zDHOlVqu] 섻스가 별 거냐. 지금 생각하면 배신감이 훨씬 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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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nQhgm32 2020.02.27 01:26  
[@AgEPnMG4] 아다 개붕이들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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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WS00yR2 2020.02.27 01:25  
[@zDHOlVqu] 난 아직도 편지녀는 포교의 일환이 아니라 종교를 떠나 그냥 내가 좋아서 그랬기를 바람. 포교한다고 그것까지 한 거면 진짜 인간이 너믜 비참하다
rRa7iqjU 2020.02.27 01:31  
ㅋㅋㅋㅋㅋ 개쩐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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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LbpfuxB 2020.02.27 01:36  
글 잘쓴다
흡입력 장난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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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jOdf4y 2020.02.27 02:59  
예전에 신천지 전도? 포교? 암튼 내용이랑 존나 비슷하네
무슨 심리 어쩌고 하면서 꼬신다던데 너도 거기 당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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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DV37Tof 2020.02.27 07:02  
진짜 ㅅㅅ 포교를 하는구나 난 왜 안오냐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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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gVqXjP 2020.02.27 07:59  
글 써본적 있어? 대단하네 ㅡㅡ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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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KQ75u 2020.02.27 08:14  
근데 신천지 여자들이 그렇게 이쁘다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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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QjPQTl 2020.02.27 10:04  
야 내가 책같은거는 원래 집중해서 못 읽는데 너 글은 흡입력이 장난아니네
글 더 써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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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EPnMG4 2020.02.27 10:31  
[@sNQjPQTl] 이제 쓸 썰이 없음
Glo9aEoL 2020.02.27 10:30  
글 잘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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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EcS4F 2020.11.21 03:36  
유게보고 왔습니다
쎆쓰 무슨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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