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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하나 평가 부탁함 개붕이들

SS2vG85r 19 272 0
나는 엠봉때부터 해온 진성 개붕이임.
브런치라던가 글을 올리는 다른 전문적인 공간이 있지만 그런 곳은 애초에 글을 읽을 준비가 된 사람들만 존재해서 내 글에 대한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함. 그래서 개집에만 짧은 글 올려봄. 보고 나서 간단한 평 부탁해! 비난과 비판 모두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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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던 선술집이 문을 닫았다. 일본어로 행복을 뜻하는 네온사인 간판은 항상 네 글자 중 마지막 글자만 점멸하지 않았는데, 이제 나머지도 빛나지 않는다. 행복은 없다.

늘 그렇듯 두 시간 빨리 퇴근한 최선생님이 근처 다른 곳에 자리를 잡아 두었다. 네비게이션으로 길을 찾은 통에 걸어서 피턴까지 하며 20분을 헤맸다.

선생님은 목요일에 학교를 떠난다. 아이들은 모른다. 그가 그걸 원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윤리와 사상을 배우는 네 반은 금요일부터 낯선 선생님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수업을 들어야 한다. 나는 그게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가 그걸 원하기 때문에 입을 다문다.

꼬박 여덟 달의 짧은 여정에서 그는 내가 종전에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여럿 가르쳐주었다. 이를테면 소크라테스가 살아생전 쓴 책이 한 권도 없다는 뭐 그런 소소한 사실들. 그 중 유독 기억이 남는 것은 도덕과 윤리의 차이였다. 술 잔 사이로 이음동의어니 유의어니 주워대던 내 얼굴을 보며 그는 이 질문을 사백 번쯤 들었다는 태도로 직업도덕이란 말이 없다는 사실을 내게 알려주었다. 아이들이 배우는 과목도 윤리와 사상이지 도덕과 사상이 아니란 말도 함께 했다. 윤사라는 줄임말은 있지만 도사라는 줄임말은 여러모로 이상할 거라는 웃기지 않는 농담도 곁들였다.

술이 들어가고, 몸이 데워진다. 그는 자신이 마저 일할 수 없는 남은 네 달에 대하여 말한다. 내가 아는 한 돈에 대해 무척 더디고 느린 사람이었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네 달의 월급, 받을 수 없는 명절상여금과 반토막나게 될 성과급을 헤아리는 그를 보며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그 감정이 정확히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직업도덕은 없는 말이고, 도덕과 사상은 없는 과목이고, 이제 행복은 없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참고) 기간제 교사를 하며 겪은 실화가 바탕임

19 Comments
T1XkWyak 2019.10.29 13:44  
엠봉때부터 한게 머 오래됬다고 난 포카멜 시절 부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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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2vG85r 2019.10.29 13:53  
[@T1XkWyak] 와우..글 평가를 해달라고 했더니 커뮤질 얼마나 오래했나를 평가해주실 줄이야..그래서 글은 어떻게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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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Of4ZA9J 2019.10.29 13:55  
어떻게 평가하라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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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2vG85r 2019.10.29 13:57  
[@8Of4ZA9J] 문체, 가독성, 말하고자 하는게 읽히는가 뭐 이런 것들?
Xz46ES7D 2019.10.29 14:00  
피턴이 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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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2vG85r 2019.10.29 14:04  
[@Xz46ES7D] 유턴 안되는 지점에서 한 블럭 더가서 크게 돌아 알파벳 P가 그려지게 가는 방법인데 나름 유머 넣는다고 집어넣어봄
8Of4ZA9J 2019.10.29 14:01  
대명사가 많다
글에서 그림이 안그려진다
뭔가 우울하고 심심하고 씁쓸함을 표현하고 싶은거 같은데
새로 들어간 술집과 최선생의 얼굴에 대해 묘사를 추가해봐라

간판은 항상 네 글자 중 마지막 글자만 점멸하지 않았는데, 언젠가 나머지도 꺼졌다. 행복은 빛나지 않는다.
가 더 글을 잘 표현할꺼 같다
SS2vG85r 2019.10.29 14:03  
[@8Of4ZA9J]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라는 지적은 되게 날카롭네요. 감사감사
SS2vG85r 2019.10.29 14:06  
[@8Of4ZA9J] 행복은 빛나지 않는다라는 좋은 표현이 있지만 굳이 행복이 없다라고 좀 어색하게 쓴 이유가 맨 마지막 문장이랑 똑같은 말을 맨 앞에 쓰고 싶어서인데, 이런 효과는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별다른 감흥이 없을까?
8Of4ZA9J 2019.10.29 14:10  
[@SS2vG85r] 근데 갑자기 마지막에 행복이 없다라는 사실이 왜 나온건지 잘 모르겠어
SS2vG85r 2019.10.29 14:13  
[@8Of4ZA9J] 내 딴에는 중의성을 노린 표현이었음. 행복이란 술집이 없다+그만두는 교사의 마음 표현이었는데 그렇게 읽히지 않는거보면 표현이 억지스러운듯?
8Of4ZA9J 2019.10.29 14:12  
[@SS2vG85r] 중간에 최선생이 유일한 친구였다거나
행복햏다거나 그러면 쓴만하지만 그냥 가져온거 같은데
8Of4ZA9J 2019.10.29 14:14  
[@SS2vG85r] 차라리 네온사인의 점멸하는걸로 나를 비유하면 어떨까
T46OhLCI 2019.10.29 14:13  
참고도 글에 포함된 거야?

독자들이 작가의 이야기라고 알게끔 만들어야지 굳이 참고라고 사족을 달아서 알려줄 필요가 있나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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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2vG85r 2019.10.29 14:15  
[@T46OhLCI] 참고는 개붕이들한테만 쓴 사족이야! 스스로 남이 내 글을 읽었을 때 바로 사족에 쓴 상황배경이 떠오르나 그렇지 않나 궁금해서 사족을 달아봄.
FYEoEVUz 2019.10.29 14:22  
빛나지 않는다. 행복은 없다. -> 꺼진 네온사인 때문에 행복이라는 글자가 없어졌다는 걸 바로 이해못함

늘 그렇듯 두 시간 빨리 퇴근한 최선생님이 근처 다른 곳에 자리를 잡아 두었다. 네비게이션으로 길을 찾은 통에 걸어서 피턴까지 하며 20분을 헤맸다.
-> 피턴 얘기는 왜 했는지 모르겠음. 헤맸다는것을 말하고 싶으면 다른 표현을 쓰는게 나을듯


술 잔 사이로 이음동의어니 유의어니 주워대던 내 얼굴을 보며
-> 앞 문단에서는 도덕과 사상 얘기하다가. 갑자기 이음동의어 유의어 라는 뜬금없는 단어들이 나와서 순간 멍함.
순간 이음동의어 유의어가 뭐더라? 생각하게 되면서 집중력이 깨짐.
 주워대다 라는 단어도 문학 말고 일반 글만 읽는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단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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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2vG85r 2019.10.29 14:56  
[@FYEoEVUz] 좋은 지적 고마워! 단어를 고를 때 주의해야 하는 기준에 도움이 됐으
YCN9Mwvz 2019.10.29 21:26  
난 전문가는 아닌데 님말보고 비판할생각으로 읽어보니

덕분에 윤리와 사상을 배우는 네 반은 금요일부터 낯선 선생님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수업을 들어야 한다. 여기서

'덕분에' 보단 '때문에'가 더 어울리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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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KMgE3F 2019.10.29 21:31  
글을 읽을 준비 안 된 느낌으로 읽어보려고 했는데
뭔가 확 와닿지가 않고 술술 읽힌다는 느낌이 좀 부족하네
나 같은 멍청한 독자를 위해 쉽게 글을 쓰려고 해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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