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경리과 동료를 진심으로 좋아한다 - 2
여러분이 원하시는 극적인 스토리는 없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그냥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맘놓고 봐주십쇼 ㅠㅠ
1-1. 같이 먹는밥은 즐겁고 맛있었다.
가족이 많지 않은 편이라 누군가와 함께 먹는 식사는 항상 소중했다
좋은사람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땐 나 뿐만 아니라 상대도 행복했고 절대 잃고싶지않은 즐거움이였다
이친구와 밥을 먹기 전까진 말이다
에..그니깐... 식당엔 빨리가야 했다. 서둘러 가야 1인석에 앉을수있었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4인석에 모르는사람과 합류하거나
4인 테이블에 홀로 앉아 애꿎은 단체사람들이 발걸음을 돌려 눈칫밥을 먹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헌데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건 연구소나 다른부서도 아닌 6개월차 경리과 사원이였다
그 친구의 평상시 눈 크기만큼 내 눈은 휘둥그레 커졌고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나에게 와 대뜸 물었다
"식사하시는데 맛있다면서요?? 같이가요"
싫었다.
중간자 역할의 사람 없이 어색한 사람과 단 둘이 식사라니 밥이 콧구멍으로 들어갈것이 분명했다
"다른분들, 같은부서 사람들이랑 식사하시는게 낫지 않아요?"
대놓고 거절하긴 그래서 돌려말했다
"저 앞집 먹어보니까 맛없어서 도시락 싸서 다녔는데 오늘은 반찬 떨어져서 빈손으로 왔어요.
굶으려했는데 저번에 주임님 혼자 다니는데가 괜찮다는 얘기 들어서 가보려구요"
도시락 혼밥러라니..난 항상 점심시간 끝자락에 회사에 도착하니 알리가 없는 사실이였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떼내고 싶어도 마땅한 묘안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렇게 불편한 식사가 시작됐다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연신 '맛있다' 를 내뱉으며 식사를 했고
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제육과 콩자반이 나왔음에도 위를 반밖에 채우지못한 채 식당을 나섰다
식사 후 여가시간까지 침범하는건 무조건 막아야했다
혼자 돌아오는길에 항상 보던 침펄토론 중 딱숭아와 물렁숭아의 대결이 1/3가량 남아있어 마무리짓고
마지막편인 가위바위보를 보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손엔 커피. 다른 한손엔 투 플러스 원으로 받은 커피를 들었고
나머지 하나는 그녀의 손에 들려 점점 바닥을 보이며 회사로 걸어갔다
'연구소는 뭐해요?' '저는 디자인과 출신인데 경리과로 오게됐어요' '이사님은 어떤분이에요?' 등등
회사생활 6개월동안 쌓인 질문들이 모조리 쏟아졌고 난 그 질문들에 최선을 다해 대답해 주었다
그도 그럴것이 경리과 과장과 신입은 중간관리자 없는 2인 체제였고,
나이차이도 많이 나고 까탈스럽기로 소문난 과장앞에선 궁금한것이 생겨도 꾹꾹 눌러담아놨을것이다
나도 그랬을거고..
여튼 그 대답을 다해주니 회사에 도착했고 반밖에 안채운 내 뱃속은 어느새 텅 비어있는것만 같았다
"고마워요 앞으로 종종 밥 먹어요" 웃으면서 그녀는 돌아갔고
"예에..." 얼떨결에 대답해버린 후 난 연구소로 돌아왔고 커피하나를 연구소장에게 뺏겼다
그 후로 그녀와 난 일주일에 한번은 점심을 먹게되었다
내가 단둘이 먹는것이 불편했던것을 눈치챘는지 갈때마다 다른부서 사람들을 꼭 하나 둘씩 데리고 왔다
관련부서가 아니면 마주칠일이 없는 연구소와 달리 모든 사람들을 한번씩은 거치는 경리과라 그런지 친한사람이 나보다 많았다..
먼저 입사한 사람으로서 약간 위축감이 들기도했는데... 단 둘이 있는것보단 나아서 위축감 없앴다
2-1. 그 무렵쯔음
그녀와 난 말을 놓기 시작했다
부분적으로 점심시간에만, 부분적으로 중간중간 농담을 섞어가며...
그녀와 대화를 할때면 흐름이 부드러웠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회사에 동갑인 사람이 있던것이 처음은 아닌데
밥을 같이 먹은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뭔가 오래된 친구를 만난 느낌...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회사 내에서 스쳐지나갈때도 눈인사, 손인사 그리고 미소를 지어주었고
남들 모르게 '안녕' 이라며 소리없이 입을 움직여주었다
나또한 달라졌다
일부러 그녀와 마주치려고 메일로 발송해도 될 내용들을 굳이 프린트해가며 회사 여기저기 들쑤셨고
괜한 일로 경리과에 찾는 일이 잦아졌다
미소를 짓는 그 친구의 모습은 내 하루에 일과가 되버린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몇몇사람들이 우리의 관계를 눈치채어 몇마디 물어본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난 '나이가 같다고 다 친구냐' 라며 맘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내 말을 듣게 될까봐.. 그녀가 주변에 있을까봐 고개를 돌려 찾아봤고,
확인차 돌아오는 길에 경리과에 들러 얼굴을 봐야 안심이 됐다
시간은 매섭게 지나 추운 겨울의 연말이 다가왔고
우리는 여전히 친구와 직장동료를 오가며 지내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