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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02] ​ 새벽 별 이불 바나나킥 TV

키차투재히어해녀 1 29 0

새벽 별 이불 바나나킥 TV

형이 보다 말고 끄지 않은 TV탓은 아니었다. 잡생각이 많았다. 그 뿐이었다.
밤새 뒤척이느라 잔뜩 달궈진 이불을 박차고 일어섰다. 거실로 나와 끄기 전까지 TV에서는 계속해서 소리가 나왔다.
이불이나 좀 덮고 자지.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이불을 형에게 덮어줬다.
물을 마시고 세수를 해봐도 뭔가 계속 맴도는 생각이 정확히 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바지를 입고 이어폰을 찾았다. 핸드폰 배터리는57% 한 시간 정도 노래 들을 정도는 됐다.
새벽 공기는 꽤 기분 좋은 선선함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걷다보니 바나나킥 봉지가 발에 차였고, 핸드폰 배터리를 거의 다 썼을 때는 이미 뒷산에 다 올라와 있었다.
이제는 쓸모없어진 이어폰을 주머니에 넣고 조용히 하늘을 봤다. 빛이다. 그래, 별이다.
저 아래 시내의 불빛보다는 약한 빛을 가진 별이었다. 자세히 보니 조금은 반짝이는 것 같았다.

반짝.

‘무슨 일이시죠?’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반짝.

‘고민 있으시면 말해봐요.’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뿐이었다.

“그 사람이 그만 하제요.”

반짝.

“그게, 사실. 힘들지가 않아요. 걔는 참 힘들어 보였는데, 전 아무렇지 않았어요.
정말 그만하자고 말하기 무서웠을텐데, 큰 용기를 낸 걸텐데.
그만 하자길래 알았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더 울어요.
그래요. ‘그래’ 라는 두 글자만 말했던 게 잘못이었던 것 같은데, 뭐가 잘못된 거죠?
그만하자니까 알겠다고 대답한 거잖아요 저는 그 뿐이었거든요? 제가 붙잡길 바랬던 거에요?”

반짝.

별은 반짝이기만 하고 대답은 하지 않았다. 아니, 반짝거리며 대답한 걸까.

“뭐라고 했어야했을까요. 미안하다고? 아니면 그동안 나같은 놈이랑 사귀어줘서 참 고마웠다고?”

반짝.

먼저 말을 건 건 별인데 나만 계속 말했다.
시커먼 하늘에 혼자 하얗게 밝은 별을 보니 고해성사를 받아주는 신부님의 하얀 로만 카라를 닮았다.

반짝.

혼잣말에 질려 다시 길을 걸었다.
얼마나 있었던 걸까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고, 청소부 아저씨는 청소를 하고 있었다.
쓰레기를 쓸어모아둔 곳에 올라오며 무심코 발로 찼던 바나나킥 봉지가 보였다.
뛰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없이 달렸다. 아니, 아무 생각없이 달리고 싶었다.
내가 무심코 발로 찬 바나나킥 봉지때문은 아니었다.
내가 그녀에게 무심코 뱉은 한마디 때문도 아니었다.
그냥. 그냥, 아무 생각없이 달리고 싶었다.
달리다 보니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 같았다. 선선한 바람 때문인지 무엇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익명이니까 매일 올려야겠다. 저장할 곳도 없고

1 Comments
헤셔포채쇼개그표 2018.04.10 12:31  
다음주제는 섹스다 내일까지 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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