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식 시인 作 <탑>
커수툐체타베배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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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전
무너지는 것은 언제나 한꺼번에 무너진다.
무너질 때까지 참고 기다리다 한꺼번에 무너진다.
탑을 바라보면 무언가
무너져야 할 것이 무너지지 않아 불안하다
당연히 무너져야 할 것이
가장 안정된 자세로 비바람에 천년을 견딘다
이렇게 긴 세월이 흐르다 보면
이것만큼은 무너지지 않아야 할 것이
무너질 것 같아 불안하다
아 어쩔 수 없는 무너짐 앞에
뚜렷한 명분으로 탑을 세우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면
맨 처음 탑을 세웠던 사람이 잊혀지듯
탑에 새긴 시와 그림이 지워지고
언젠간 무너질 탑이 마침내 무너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어디에 탑이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탑을 바라보면 무언가
무너져야 할 것이 무너지지 않아 불안하고
무너져선 안 될 것이 무너질 것 같아 불안하다
- 원구식 시인 作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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