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주의) 11월말 쯤 소개팅 질문 후기&추가 질문
전 글 -> https://gezip.net/bbs/board.php?bo_table=anony&wr_id=1459811&page=21
전에 쓴거중에 잘못된 정보가 여성분이 한살 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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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절미하고 개입인 여러분의 도움을 받아
소개팅 전날 무신사 가서 발마칸코트랑 니트 몇개 사고 음식점 위치 답사 다녀옴
매일 샐러드만 먹고 살도 2키로 빼고 감
식당은 술도 같이 파는 분위기있는 그런곳으로 가고 싶었는데
여성분이 먼저 가고싶은 파스타집 링크 보내줘서 거기로 가기로 함
식당 웨이팅 기다리기 싫다고 좀 일찍 만나서 가자해서 5시에 역에서 보기로 했음
대중교통 안타본지가 오래되서 헤메거나 지연 등 늦을거 대비해서 일찍 나감 4시20분쯤 도착
근데 역사 안이랑 출구쪽에 기다리는사람 바글바글한거임
가끔 짤로 올라오는 휴대폰 없던 시절 만남의 장소같은 그런느낌
좀 문화충격이었고
여자들 복장은 다양한데 남자들 복장은 그림자분신술 마냥 다 시커먼 코트에 니트 ㅋㅋㅋㅋㅋㅋ
거기껴서 기다리는데 좀 민망했음
4시20분에 도착했는데 바로 연락하면 부담스러울거 같아서 40분쯤 3번 출구 앞에서 만나자고 연락함
걸어가고 있는데 5분정도 늦는다고 답장오고 어찌저찌해서 15분쯤에 도착했다고 연락와서 전화해서 만남
그분도 검정코트에 안에 뭐입었는진 기억이 안나는데 예상보다 너무 예쁘셔서 많이 떨렸음(얼굴만 쳐다보느라 옷이 기억 안나나봄)
횡단보도 기다리면서 "늦어서 죄송하다", "괜찮다" 뭐 형식적인 얘기하고 있는데 진눈깨비가 내리는거임
일기예보엔 눈,비 소식 없었는데 혹시나해서 주머니에 얼마전에 선물받은 조그만 미니우산 넣어왔음(가방 이쁜게 없어서 안메고옴)
우산 펼치니 준비성 철저하다고 감탄함
근데 나도 처음 펴보는거라 이렇게 작을줄 몰랐음
진짜 사람 한명 겨우 쓸만한 초미니 우산이어서 여성분만 씌워주고 걸어감
"우산 너무 작다 어디서 샀냐" 하면서 엄청 웃고 "얼마전에 선물받은건데 처음 펴보는거라 이렇게 작을줄 몰랐다" 얘기하고
"혼자 써서 미안하다" "괜찮다" 등등 잡다한 얘기하면서 걸어감
거의 다와서 여성분이 잘못된길로 안내해주는거임
그래서 "저쪽 아니에요?" 한번 얘기하고 그냥 여성분이 안내하는 잘못된 길로 따라 감
가다가 "아까 거기 맞나봐요" 이러면서 "완전 서울사람이네요 저보다 더 길을 잘아세요" 이러길래
"길을 하나도 몰라서 어제 사전답사 와봤다" 얘기함
25분쯤 식당앞에 도착해서 웨이팅 기다려야 했음
기다리면서 이름 직업 나이 교환하고 주선자 얘기등 잡담 함
난 주선자한테 이름이랑 직업 나이(잘못된 정보였지만)는 들었는데 이분은 아예 아무것도 못들으셨더라
좋은사람 있는데 소개시켜준다며 "인연은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니 아무것도 묻지 말고 그냥 나가봐라" 해서 나왔다고...
"소개팅 많이 해봤는데 이런적 처음이에요" 하라길래 "저도 소개팅 처음이라 이런적 처음이에요" 하면서 웃음
웨이팅 끝나고 식당 들어가서 메뉴를 시키는데 오므라이스를 시키는거임
그래서 "파스타 드시려고 여기 오신거 아니에요?" 하고 물으니 오므라이스가 사진이 잘 나올거 같아서 시켰다는거임
그래서 파스타 뭐 시키려고 했었는지 물어보고 그거 시킨 다음 나눠먹자 함
기다리는동안 이야기는 막힘없이 잘 흘러갔는데
거의 여성분이 질문을 많이 해주시고 리드하심
난 여성분이 너무 맘에 들어서 2차로 끝내기 너무 아쉬워서 술 드시냐고 물어봤는데
일할때 많이 먹어서 사적으론 술 안좋아한다 함
여기서 ㅈ됐구나 라고 느낌
얘기하면서 어떡하다가 지금 직장에서 일하게 됐는지 물어보길래
술 없이는 할수없는 얘기다... 하고 얘기 제대로 안하고 넘어감
그리고 또 연예경험이랑 전여친이랑 어떻게 헤어졌는지를 물어봐서
이것도 술없이는 할수없는 얘기다... 이러면서 넘어갈랬는데
자꾸 물어봐서 진짜 멍청하고 순진하게 사실대로 다 말함 ㅠㅠ
그러고 다시 직장얘기 물어보길래 그것도 얘기함
다 듣고 한잔 하셔야하는거 아니냐 길래
맞다고 한잔해야된다고 했는데 그냥 넘어감
연예얘기 실수한거 말고는 뭐 재밌게 잘 한듯싶고
나 진짜 많이 먹는데(싸이버거3개 가능) 많이 안먹는척 하느라고 파스타랑 오므라이스 다 남았다 ㅠㅠ
여성분 화장실 가셨을때 계산하고 나갈때 계산했다니까 그럼 2차 산다해서 개신남
2차 가서 하이볼 한잔씩에 치즈 안주 먹고(안주도 겁나 맛있었는데 다 남김 ㅠㅠ)
또 화장실 가셨을때 계산함
화장실 다녀오시면서 계산 언제 했냐고 본인이 할라했다면서 3차 가자 함
배부르다고 산책좀 하자 해서 산책 한 30분한듯
내가 걸음이 빠른편이라 보통 여성분들 따라오려면 뛰어야하는데
내 속도만큼 빠르길래 "원래 속도냐?" 물어보니 원래 속도 래서 "산책 많이 하셔서 빠른가보다" 농담도하고
산책하면서 동네 설명도 해주고 재밌었음
3차 이자까야 가서 너무 들떴는지 참고있던 아재개그가 입밖으로 나와버림 (이자까야? 이 작가야!)
내가 말해놓고 아차 싶었는데
2%음료수 맛나는 소주같은거 2병인가 3병인가 에 모둠꼬치 먹음
테이블에 분식집에서 오뎅국물 끓이는 그런게 내장되있었는데 오뎅 시키지도않았는데 국물 끓여주더라
따뜻하니 맛있었음
꼬치는 배부르다고 안먹겠다는거 "맛은 봐야죠" 하면서 반띵해서 다 먹이면서 다 먹음
본인 소개팅하면서 이렇게 늦게까지 있고 3차까지 온거 처음이라함(11시경)
나도 소개팅 처음이라 3차까지 온거 처음이라고 또 드립 침
화장실 다녀오면서 계산하려 했더니 사장님이 계산했다함
한병 더먹고 싶었는데 늦었다고 일어나자해서 집근처까지 걸어서 데려다줌
헤어지기전에 "다음에 한번 더 볼 수 있을까요?" 하고 물으니 "네 봐요" 이러고 ㅂㅂ함
------------------------ 후 기 겸 의 문 --------------------------------
1차 소개팅 마치고 매일 연락했는데 연락 텀이 너무 길음
아침에 보내면 점심에 답장오고 점심에 보내면 밤에 답장오고...
다음 약속 잡으려고 언제가 좋냐 했더니 평일 말고 주말이 좋다해서
토욜에 보자했더니 이번주 어머니 올라오셔서 못볼것같다함 <- 1차 쎄 함
근데 그 주에 계엄 터져가지고 철야 매일하고 계엄상황얘기 좀 많이함
(1주일 지나감)
그 다음주도 철야하고 야근하면서 못볼것 같았는데
사장님한테 투정좀 부렸더니 토요일에 데이트 시간되면 퇴근하라고 허락받음
그래서 토요일에 보자했더니 토요일에 어머니 생신이라 호캉스하기로 했다는거임 <- 2차 쎄 함
근데 평일에 보자길래 또 평일 퇴근 허락 맡고 얘기했더니 이번주는 안될거같대 <-3차 쎄함
카톡답장도 느리고 애프터 약속도 돌려서 거절하는거 같아서 85%포기함
토요일에 아무생각없이 후줄근하게 일하는데 탄핵가결되고 난 후
어머니 호캉스 안한다 하셔서 시간남는다고 회사쪽으로 온다고 보자고 연락옴
진짜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연락와가지고 너무 좋았음
사장님이 저녁시켜먹자길래 얘기했더니 퇴근하라심
"회사근처 집회땜에 못올거다" 했더니 다리만 건너면 된다고 온다길래 알았다 했는데
잠시뒤 버스가 아예 안간다고 문도 안열어준다고 연락옴 ㅋㅋㅋㅋㅋㅋ
지하철타고 근처역에서 내려서 걸어와야한다고 내가 근처역으로 가겠다고 해서 근처역에서 만남
만나서 한강변이어가지고 구경하고싶다길래 걸어서 갔더니 한강편의점 있어서 밥먹었냐고 물어봄
둘다 밥 안먹어서 한강라면 끓여먹으면서 얘기함
다먹고 차타고 여성분 집근처 카페가서 커피 한잔 하고 산책 10여분 하고 ㅂㅂ함
------------------------ 현 재 --------------------------------
다음날(일욜) 쉬는게 확정되서 보자했더니 삼촌오셔서 안된다함
그 이후로 카톡 채팅수는 좀 늘었지만 여전히 텀이 김
어제 좀 일찍 퇴근해서 여성분 운동 끝나고 차 한잔 하자했더니 차 한잔 할 얼굴이 아니라함 <- 이건 이해가능
오늘 1:30경 금,토,일 중 언제가 괜찮냐고 물어봤고
4:15경 일욜에 보자고 연락온 상황
------------------------ 질 문 --------------------------------
1. 카톡텀도 길고 먼저 만나자고 할때는 계속 거절하는걸로 봐서는 마음이 별로 있는거 같지 않음
2. 토욜에 갑자기 만나러 온건 호감이 있는건가?
3. 일욜에 보자는건 담날 출근해야하니 일찍 집가자는건가?
4. 소개팅 관련 유튜브 보니 삼프터라고 세번 만나면 고백 해야한다는데 이상황에 하는게 맞는건지?
5. 일단 고백해야 클쓰마스에 뭘 하든 말든 할거같은데 하...
6. 지금 식당 클쓰마스 예약하려해도 다 늦었던데 우짜냐...
Best Comment
전문가라고 자처할 수 있는 건 와꾸 박살났는데 여차저차 사람들 많이 만나고 호감도 많이 사고 주변 사람들한테 이런저런 조언도 많이 해주고 도움도 많이 된다고들 하기 때문입니다
차은우 와꾸면 모든 합리성이 성립이 되어버리니 되려 박살난 제 와꾸가 더 신뢰로우시겠죠
그니까 들어보십쇼
형님 너무 세세합니다
즐겁고 도키도키 와쿠와쿠 두근거리는 건 알겠는데 그 점이 형님을 초조하게 만들고 흔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아재개그 지점도 마찬가지일거구요
지금 마지막에 남긴 질문들도 그러하구요
너무 세세하게 생각하며 많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고 하다보니 신경줄이 너무 팽팽해져있고 그러다보니 툭 건드려도 긴장이 확 풀리거나 급발진을 하게 되는 등 통제력을 잃게 되는거죠
질문들이 특히 그러합니다
특히히 5번, 지금 형님과 그 기자분한테 크리스마스는 큰 의미를 가지지 않습니다
4번, 세번 만나면 고백해야 한다는 뭐 그런 유튜브 좀 그만 보시구요 ..
3번에서 일찍 집 안갈거면 뭐하실건데요 ...
2번에서 호감이 있으면 어쩔거고 없으면 어쩌실건데요 ..
근데 또 1번에선 마음이 별로 있는 거 같지 않다고 하시고 ...
우리 삶에서 자연스러움은 달성하기 어려운 가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없을 겁니다, 연애에선 특히 더 그렇구요
소개팅이라는 상황 자체는 애초에 매우 부자연스러운 상황인거에요
이 점을 해소하는 데에는 시간이 매우 걸리거나 노력이 매우 들곤 합니다
그러니까 암묵적으로 뭐 세번 만나면 승부를 봐야한다느니, 뭐 그런 게 있는 거겠죠
소개팅을 제외한 연애를 앞둔 관계에서 그런 게 있는 관계는 하나도 없습니다
형님이 해야 할 건 자연스러운 무드로 둘 사이를 천천히 잠식해들어가는 겁니다
그 지점에서 형님이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시간 남는다고 갑자기 만나자고 한 그 기자님이 전 멋지다고 봅니다
자연스럽잖아요, 형님도 그래서 너무 좋았다고 느낀 거구요
형님도 그러해야 합니다
그럼 뭐 어떻게 해야하냐, 고 물으신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애초에 연애는 한번에 50점씩 따는 게임이 아니라 점층적으로 레이어를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실 연말은 좋은 타이밍이 아닙니다
혹시 기자쪽 업계 잘 아시는지요?
제가 언론사에서 일했었었는데 연말에 무쟈게 바쁩니다
더군다가 최근 사태도 있었어서 엄청났겠죠, 기자분 분야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뭐 연락이 되고 안되고에 큰 의미를 두지 마십셔 형님
애초에 30대 중반은 연락하는 거 귀찮아 하는 나이이기도 하구요
기자는 더군다나 핸드폰 붙잡고 살텐데 형님 연락 일부러 안 볼거에요,
그런 상황이 카톡 실수같은 거 하기 딱 좋잖아요
그니까 이거에 너무 의미 두지 마십셔
형님, 형님이 해야할 건 다음 스텝입니다
이번주 일요일 4:15에 뭐 하실 거에여?
설마 또 식사-산책-커피-술 뭐 이런 얘기 위주로만 가실 건가요?
지금 타이밍엔 형님(1번)과 그 기자분(2번) 사이에 ??(3번)을 슬슬 만들어봐야 합니다
하루키 소설에서도 3의 관계가 무너져서 2가 될 때의 불안감에 대해 많이 나오죠
둘만 하는 연애어도 둘만 있으면 그 관계는 불안하기 마련입니다
세번째 무언가를 슬슬 찾아볼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건 취향이든, 활동이든, 사람이든, 뭐 맥락에 따라 다르겠죠
영화가 이런 타이밍에 그래서 좋은 건데 요즘 뭐 볼만한 게 없네 ..
전시 같은 것도 좋겠고, ..
암튼 둘이 시선을 서로에게 향하는 게 아니라 다른 것을 바라보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자고 연말이고 해서 여자분이 피로를 느낄 수도 있겠죠, 그건 머 형님이 그때그때 알아서 덜귀찮게 잘 하셔야겠지만 ..
같은 걸 반복하고 똑같은 거만 보여줘서 지루하게 하진 말자는 뜻입니다
고백 같은 건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십셔
지금은 걍 여사친이라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레이어를 쌓아나가심이 좋겠습니다
할까말까 고민했지만 머 형님도 똑똑하게 알아들으실 거 같으니 얘기를 꺼내본다면,
형님의 글로만 미뤄봤을 때 스위치는 여자쪽에서 누를 겁니다
관계를 시작할지 아니면 끝낼지 말이죠
그니까 형님은 고백 생각보단 천천히 호감을 산다는 사고방식으로다가 임해보심이 어떨까요?
진심으로 잘 됐으면 좋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