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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쓰고 나니 왜 썼는지 모르겠는 글

th81yhRi 6 424 5
https://www.gezip.net/bbs/board.php?bo_table=humor2&wr_id=7634487#_enliple

술 한 잔 하고 개집보다가 이거 보니까 생각나는 썰 풀어봄
나는 어릴 때 포도를 싫어했음
포도 과육맛을 싫어하는게 아니라 포도씨를 발라먹으려면 느껴지는 신맛이 되게 싫고 씨를 뱉는 행위 자체가 너무 귀찮았음
20대 초반에 내 기준으로는 존못에 평소 문란한 생활을 한다고 알고 있어서 여자로는 1도 안보이는 여사친이 있었는데 어쩌다 둘이 술을 먹게 됐고 안주로 과일을  시켰음
내가 포도빼고 다른 과일은 엄청 좋아해서 소맥말아 마시면서 과일 겁나 집어먹는데 걔가 포도는 왜 안먹냐는거임
그래서 얘기해줬지 왜 안먹는지
그랬더니 조용히 포크 두개를 들더니 포도씨를 하나하나 다 발라서 먹으라고 주는거임
그 행동이 별거 아니라면 아니지만, 내가 술에 취한 탓도 있었겠지만 엄청 고맙고 사랑스럽게 느껴졌음
취했는데 포도씨바른다고 포크 양손에 들고 콕.콕. 집중하는 모습이 존못에서 예쁨으로 바뀌는거 얼마 안걸렸음
그래서 그날밤 결국 걔랑 사귀게 되고 그 나이 때 연애가 대개 그렇듯 몇달안가 헤어졌지만
아직까지도 포도를 먹을 때마다 한 번씩 그 사람 생각이 남
정말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고있으면 좋겠다
그 땐 고마웠다고 내가 너무 서투르고 나밖에 몰랐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영영 없겠지
나는 니 덕분에 지금은 포도 좋아해

6 Comments
MHtxXncL 03.12 01:21  
포도는 안씹고 삼키는게 제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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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2TEkvNs 03.12 08:23  
[@MHtxXncL] 어릴때 포도을 먹고 싶은데 삼키질 못해서 석류 씨 삼키는걸로 연습해서 포도 삼킴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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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7ujUYJf 03.12 01:22  
아련하네,, 뭔가 그런 사소한게 가슴에 박힐때 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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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qGHIlQ 03.12 02:01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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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D4ckpU 03.12 09:58  
아름답던 순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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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XPzMRVg 03.12 17:52  
영통중에 갑자기 윗통을 까던 그녀..그립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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