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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무숲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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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난 정신과를 좀 다닌다.

지금부터 하는 말들이 의미가 없는 건 알지만

의사선생님이 담아두지 말라하더라.

갑자기 정신과 다닌다는 얘기가 어이 없을거다.

 

항상 하는 얘기였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계속 힘들었다.

몇 번 힘들다고 얘기도 했었고

조금씩 내 신경을 갉아 먹고 있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상황이 괜찮아지면 나아지겠지 생각했다.

2년을 불안과 고통 속에서 지냈다.

이 감정을 너한테 얘기한 적도 있었다.

넌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하기 힘들다 했다.

그래도 너한테 약한 모습 보이기 싫었다

 

너도 너의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며 불안정했기에

너한테까지 나의 고통을 전가하긴 싫었다.

 

이 기간동안 정신과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너가 있어서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불안을 잠재우고 고통을 덜 수 있어서 지낼 수 있었다.

너가 힐링이였고 휴식처였다

 

근데 너가 이별을 말했을 때

그 마지막 한 가닥의 끈이 끊어지는 것 같았다.

당일은 몰랐다. 심장은 너무 빨리 뛰었고 손이 떨렷다.

다음 날부터 갑자기 열이 오르기도 하고 눈물이 났다

숨쉬기가 힘들고 가슴이 아팠다.

먹을 수도 없고 할 수 있는것도 없더라

 

그래서 병원을 갔다.

코로나로 인해 만성적 스트레스에 큰 충격으로

불안장애, 우울장애, 공항장애, 울화 라더라

테스트를 해보니 50점 만점에

일반인들은 10점정도 나오는데 난 41점 이라더라

힘드셨겠어요? 라는 의사선생님 말한마디에

그 앞에서 펑펑 울었다.

내가 내 자신이 무서워서 술은 못마시겠더라.

당연히 가게도 아직까지 못 열었다.

 

널 만날 때 내 마음은 사랑이라는 감정도 컸지만

책임이라는 감정도 컸다.

책임이라는 감정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더라

널 행복하게 해줄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을 많이 했다.

이런 피폐한 심리상태에서 내가 내린 고민의 결론은 너무 멍청했었다.

나의 잦은 이별통보였다.

내가 이별을 말 했을 때 마다 항상 몇날 몇일을

나의 못난 모습에 너에 상처를 줬다는 죄책감에

혼자 많이 울고 후회를 많이 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너한테 연락했을 때

너에게 믿음을 주고 나 스스로를 추스리고 일으켜 세울려고 했다.

너에게 확신을 주고 변화하는 내 모습을 보여주고자

결혼을 얘기했고 담배를 끊었고 술을 줄였다.

혼자 새벽까지 배달을 하며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너의 진로고민에 대해 응원과 지지를 하고

진지한 도움과 조언을 했다고 생각한다.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은 조금도 가볍지 않았다.

아니 무거웠고 진지하고 진했다.

 

널 처음 만난게 20193월이다. 3년이다.

나의 생각에 너는 자존감이 낮고

부정적이고 불안한 상태가 많았던 거 같다.

너가 하는 고민의 결론들은 항상 내 기준에서는

조금 서툴고 아쉬운 결론들이 많았다.

 

남자친구로써 그리고 인생의 선배로써

나도 고민을 많이 했고 여러 가지 방안들을 생각했다.

난 너의 고민의 결론이 좀 더 긍정적이고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 좀 더 발전적으로 갈 수 있게

널 지지하고 응원하고 조언을 했다고 생각한다.

너의 훌륭한 선택과 가족들의 조언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한 나의 생각으로

예전의 너의 모습이 지금의 모습으로 변하는데

나의 역할도 컸다고 생각한다.

뺏긴 기분이 많이 든다.

 

기댈 곳이 필요하고 도움이 필요할땐 넌 나를 찾았다

그냥 말하자면 현실이 불안하고 미래가 불투명할때는 나에게 기댔지만

지금은 미래가 밝고 안정적이니 날 밀어냈다는 생각이다.

너의 소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날 소개하기가 창피하게 느낀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망상이거나 사실이거나 그건 모르겠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헤어짐은 아닌거 같다.

그런데 나랑 같이 있을 때 그 남자의 얘기를 하며 같이

아니라는 식의 얘기를 하고선 이렇게 뒷통수를 치는건

너무 불쾌하고 배신감이 너무 많이 든다.

 

차에서 그 남자가가 힘들어하고 밥도 못 먹고 술만 마신다고 하면서

공감해주고 걱정해주던 니 모습이 생각이 난다.

나의 힘듬은 공감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그걸 공감하고 이해하려는고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는 니 모습에

서운했다.

나도 힘들다.

 

내가 지금까지 느껴온 사회는 녹록치는 않았다.

주변에는 날 힘들게 하는 사람이 많고 뜻대로 되는게 많지 않더라

그래서 너에 대한 책임감으로 너가 겪을 사회가 조금은 안 힘들 수 있게

조금은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려고 했고

너보다 한 발자국 앞에서 길을 닦고 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했었다.

지금은 너가 조금은 서운하고 아쉬워도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우리 관계의 실패의 원인은 나한테 있다고 생각한다.

한 발 앞에 있는 게 아니고 너랑 발 맞춰 같이 걸었어야 했고

니가 흔들렸다면 잡아줬어야 했고

니가 확신을 가질 수있게 좀 더 당당하고 멋진 모습이여야 했다.

 

밤이 무섭고  방이 무섭다.

 

많은 말들을 했는데 인제 이 글을 그만 적는다는게 왜 아쉬운지 모르겠다.

1 Comments
LqGq8E5U 2022.03.19 03:19  
난 정말 공감을 한다 무엇보다도 이겨내고자 하는맘을 대단하고 자랑스럽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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