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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소의 현실

j24KkEit 18 716 5

얼마전에 이직 관련해서 글 남겼었다

현재 좆소 3년차이고 중견 이직 고려중이라고

거의 성사된 단계고 늦어도 다음달 중순엔 넘어갈 것 같다


지금 다니는 좆소는 외국계 회사의 한국 지사다

사내 이사 1명에 나 포함 직원은 두 명

이 두 명이서 모든 프로세스와 마케팅을 다 쳐내고 있다


업무 강도, 야근, 휴가 이런것들 별로 문제되지 않았다

회사가 성장한다면 내 처우도 달라질거라 믿었으니까

지난 3년간 조금은 처우가 달라지긴 했다

근데 전제였던 '회사가 성장한다면' 이 빠졌다


고꾸라질대로 고꾸라져서 회복은 커녕 존폐의 위기에 있는 지금

34살로 적지 않은 나이인지라 결정을 해야했다

당장의 처우에 집중할것인지 미래를 볼 것인지


난 후자를 선택한것이고 이 의사결정을 전달해야했다

다만 당장 나가겠노라 한다면 회사가 안돌아갈게.. 아니, 문 닫을 것 같아서 결과도 나오지 않은, 그저 면접 보러 갈 것이란 의사를 전달해야했다

모두가 말렸지만 그냥 난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조금은, 붙을거란 확신이 있어서 결심했지만 그럴 필요 없다는게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근데 그냥..예의..랄까


그래서 이번 주 월요일

짧게 말했다

회사에 불만없다

다만 내 미래가 그려지지 않기에 면접을 보겠노라고

마주하기 불편하시다면 저쪽 결과가 나오기 전에 다른 사람 구해오시라. 나갈테니..

내가 면접을 보겠다 먼저 말하는 이유는 내 행동의 당위성을 충분히 이해하리라 생각했고 

결코 내 나이가 적지 않기에 결정해야만 하는 회사 상황이고

아무리 내가 싫어진다한들 내 업무, 역할은 하겠다

뭐 이런 내용의 대화였다


뭐.. 나름 좋게 대화가 끝났다

내 말을 이해했고 본인이 가지고 있던, 현 상황의 타개까지는 아니지만 존버는 가능한 수준의 계획을 말했다

어차피 그 계획이란게 연명에 불과하단건 본인도 나도 아는게 문제지만


근데 

어제 아침 마주한 모습은, 난 그냥 배신자가 돼있더라

난 지금 배신자로써 내 자리에 앉아있고 나만 할 수 있는 업무를 쳐내고 있다

거의 모든 의사 결정을 내가 해야하기에 지금도 나에게 이것저것 묻고있다


인수인계는 사실 엄두도 안난다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려줄 사람도 없다

고작 3명 아니 실무 2명 보는 작은 회사에서

나만 쳐 낼 수 있는 일을 그대로 방치했던 낯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렇게 어제 오전을 보내고

결국 오후엔 물어봐야만 하고 일을 쳐내야만 하니 말을 걸더라

야 야 거리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3년동안 휴가 10일도 채 쓰지 않았다

그 중 반은 병가였고 반은 집안일이었다

3년간 휴가를 쓰고 여행을 가거나 취미 활동을 했던 기억은 전무하다

야근은 밥먹듯이했고 먼지가 묻는 일, 더러운 일, 귀찮은 일, 분리 수거는 당연하고 화장실 청소까지 다 내가 했다

재작년 사무실 이전할 때 본인 허리 다쳤대서 모든 짐은 내가 다 날랐다

지금 회사 돌아가는 시스템은 내가 다 만들었고 ERP, 전산은 사치기에 올 수동에 그 수동의 정확성은 오롯이 내 몫이다

그래서 너무나 당연하게도

지방가는 차표를 구하지 못 한 나는, 연휴 전 날 하루만 휴가를 써도 고향집에 편히 갈 수 있겠지만

당연히 금요일에도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하니까 렌트해서 내려가야 할 것 같다


30즈음에 이 좆소를 선택한 건 나름의 최선이었다

아마 모두들 그렇게 사리라 생각한다

나만 특별하고 나만 이런 경험을 하는건 아닌것. 잘 알고 있다


근데 참 후회스럽다

난 무얼위해 이렇게 충성을 다해 회사를 다녔는지

내가 먹고 사려고 다닌 회사지만

분명 난 누구보다 사력을 다해 절실할 정도로 일했다


배신자가 된 지금

배신자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는 난

지난 3년간 고향집에 언제 올 수 있냐는 부모님의 물음에 바쁘다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던 나는

그저 먹먹하고 죄송하다








18 Comments
YahEkBaZ 2022.01.26 10:03  
연봉얼마받았음??

럭키포인트 16,740 개이득

j24KkEit 2022.01.26 10:09  
[@YahEkBaZ] 부끄러워서 실액수는 말씀 못드리겠지만 19년 입사 20년 동결 21년 10퍼인상 22년 10퍼 인상 예정에서 이직준비중입니다

럭키포인트 15,971 개이득

lIahI71P 2022.01.26 10:05  
꿈이 있었고 꿈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했었고 그 꿈이 그곳에서 잠시 멀어진거 뿐이라 생각해라.
다른곳에 다시 꿈을 꾸고 열심히 살아라. 그게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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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24KkEit 2022.01.26 10:10  
[@lIahI71P] 조언 감사합니다
늘 그렇듯 열심히 또 살아야죠
jxuv87Ei 2022.01.26 10:13  
화이팅 입니다.

럭키포인트 24,325 개이득

j24KkEit 2022.01.26 10:28  
[@jxuv87Ei] 감사합니다
화이팅입니다!
LjmlBfej 2022.01.26 10:45  
친구야 여기 비슷한사람 하나 더 있다
난 일단 버티면서 뭐라도 준비하는 중이야
 
넌 3년 전보다 단단해졌고 발전했어 분명히
낙담하지말고 화이팅

럭키포인트 23,050 개이득

j24KkEit 2022.01.26 11:50  
[@LjmlBfej] 감사합니다
저도 참 오래 버텼네요
단 3년이 길었다기보다 모든 동기를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던 기간이 너무 오래였던것같습니다
형님도 올해 좋은 일 많길 바랄게요!
aATwZsvI 2022.01.26 10:45  
안주하지않고 발전하려는 모습... 멋있고 응원합니다
저도 비슷한 상황이고 전자를 택했습니다 용기가 나질않아서 .....
더 좋은회사가셔서 워라벨도 마음껏 즐기시고 여행도 많이 다니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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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24KkEit 2022.01.26 11:51  
[@aATwZsvI] 감사합니다
저도 한참을 전자에 목매달고 있었습니다
후자를 선택한들 처우가 크게 달라지진 않습니다
자리가 완벽하게 다르다고나 할까요..
최선의 선택으로 항상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BPYIvWVH 2022.01.26 10:50  
진짜 나랑 똑같네 중견 간거 빼고.

월급인상은 많지만(매년 연봉 협상때 실수령 50씩 인상) 야근많고(주 80시간 이상)
핵심 실무자는 수뇌부가 아닌 3~5년차 대리 과장이고 밑에 직원은 20명 가량됬음.
밑에 20명은 그져 시키는것만 하는 알바 개념의 신입 사원들이 전부. (실업계 3학년 취업생 위주)

cad 설계직이었는데. 중견같은건 꿈도 못꾸고 사무설계직에서 현장설계직으로 이직함.
근무시간은 10시간정도 줄었지만 (직업 특성상 어쩔수 없음)
급여는 1.5~2배 오름,

관둔다 말하니까 밀정됨. 끝이 매우 좋지 않았음.

이건 진짜 개빡치는 일이었는데
물론 장난 이었겠지만?. 대표와 직원들 다같이 밥먹다. 지 입닦은 휴지 내 얼굴에 던지더라.
그때 백반집 이었는데 쟁반에 반찬그릇이랑 국그릇이랑 이런거 있잖아? 그거 눈 앞에서 엎어버림.
맞은편 대표 옷에 다 튀고 난리도 아니었음. "아 죄송해요 손이 미끄러졌네요^^ㅎㅎ" 하니까
지도 머쓱했는지 조심좀하지.. ㅎㅎ;; 그러더라.

인수인계? 그런거 받을 사람 없음. 그냥 내가 관두면 경력 비슷한(본인외 2명) 사람들만 더 고생하는꼴.
다른 경력직 한명도 관둔다고 난리 첬는데 면담후 금융치료(연봉인상) 받았는지 급 조용해 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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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24KkEit 2022.01.26 11:56  
[@BPYIvWVH] 저도 중견이라고 썼지만 업계가 업계다보니 페이가 크게 나아질 건 없습니다
다만 자리가 훨씬 좋고 미래가 있고 한 5년 뒤지게 노력하면 그 다음의 선택지가 현재랑은 다를거라 가려고 합니다
워라밸은 말씀하신것처럼 훨씬 나아질것같아요
업무시간에 빡세게 하긴 하겠지만요
나이가 적지 않지만 아직 돈으로 행복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저에게 아무것도 없기에
안주를 버리고 도전하려고 합니다

저도 어제 혼자 x발x발 거리는 그놈에게 따라가서 한마디햇네요
줮같으면 꺼져줄테니까 말하라고

지금 제 선택이 훗날 어떤 결과가 될진 잘 모르겠습니다.
인수인계를 받을사람이 없는 이상으로 더 고생할 사람조차 없어서요 ㅋㅋ
아마 문 닫고 나갈 것 같아요

돈마저 월등한 선택지가 언젠가 찾아오길 바라며
항상 행복하십셔!
1sdTB90J 2022.01.26 15:00  
이런거 보면 답답하다...
나 역시 비슷한 처지이지만 한가지 달랐다.

난 회사에 충성하지 않았어.
급했거든.

돈받아먹고 우리는 일을하고.. 그게 프로라고 생각한다.
받는 만큼 일하는거

내 가치를 내 자신이 잘알아야 돈주는 사람에게 어필을 하지.
나 잘하니까 잘하는만큼 돈 주시오.
말할수 있게
당연히 일은 잘해야 된다는 전제하에서 이러한 요구는 해야된다고 본다.

그저 흘러가듯 살면 만족하면서 살면 그렇게 만족하면서 흘러간다.

나 잘하는데 환경은 똑같다? 그럼 나가
다른대 면접을 보러가
면접보는대 반응이 시원치 않다?
그럼 니가 잘못하는데 깝치는거고
면접보는데 좋은 환경의 회사를 들어갔다?
그럼 넌 니몸값 제대로 받는거지

제일 좋은건 스카웃 당해서 드가는거고

내가 생각하기에 좆소가 좋은거 딱 한가지 있다.
진짜 이거는 새겨들어라

잘하는 만큼 자기 요구가 먹힌다

그리고 생각보다 좆소에서 열심히 사는사람 별로 없다.
그래서 더 먹히는걸수도 있고.

다시 말한다
좆소에서는 충성할 필요없다.
니가 충성할 회사를 골라서 들어가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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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C78Jk 2022.01.26 21:10  
[@1sdTB90J] 좆소의 좋은점으로 꼽으신 잘하는만큼 자기 요구가 먹힌다는 부분
그 부분마저 성립되지 않아 떠나려 합니다
CqjPzF1H 2022.01.26 17:42  
형님 혹시 교정직 공무원 도전해보실 생각은 없습니까?

럭키포인트 25,147 개이득

mOrC78Jk 2022.01.26 21:10  
[@CqjPzF1H]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제 시작하는 공무원은 타향살이하는 저로선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ㅜ
olNvi5oS 2022.01.26 22:46  
면접보러간다고 왜 말을 했냐 ㅜㅜ
이직은 고백과 같아서 확정되고 말하는거야...

럭키포인트 15,936 개이득

7WJZVkve 2022.01.28 12:40  
[@olNvi5oS] 그게 맞는데.. 그냥 후 걍 예의랍시고 깝쳤다가 ㅋㅋ참 그렇네요 어려워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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