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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두분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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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증조할머니
올해 연세가 89세
증조할머니랑 바로 위 할머니<우리 엄마에게는 시어머니>랑 같이 성북구에서 살고 계시고, 우리 부모님과 저는 강북구에서 살고 있어요
매주 할머님들을 뵈러 가는데, 손자라서 그런가? 저를 너무 이뻐해 주십니다
손주 며느리를 보고 싶다고, 만날 때마다 그러십니다
3년 전에 증조할머니 생신이라서 식구들 전부다 할머니 집에 가서 생신 축하도 드리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하다, 증조할머니와 할머니가 저를 부르시더니 손주며느리는 언제 데리고 올 거냐? 이러시면서
통장을 보여주셨어요
통장에 2500만 원이라는 거금이 있더군요.
저보고 결혼을 하면 손주며느리에게 선물로 주려고 자식들과 손주들에게 받은 용돈을 쓰시지도 않고 꼬박꼬박 모으셨다고 하시더군요.
이거 가지고 할머니들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사드시면서 쓰시라고 하니까
다 늙은것들이 무슨 여행이냐면서, 증조할머니는 고손자 한 번 보고 죽고 싶다고 하시고, 할머니도 은근히 증손자를 기다리시는 눈치시더군요.
그리고 2년 4개월 후 지금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가 생겼어요
사귄 지는 약 7개월가량이 되었고, 직업은 약사입니다
물론 서로 나이도 있는 30대라서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어요
술김에 여자친구보고 할머니들의 통장 이야기를 하였는데, 여자친구가 하는 말이
그럼 할머님들이 그거 모으신다고 여행한 번도 못 간 거야? 이러면서
만약 그 통장을 받으면, 날 잡아서 할머님과 부모님 모시고 전국 여행을 하자고 합니다
그 소리 듣고 술기운에 울었어요
생각지도 않는 그 말 때문에, 가슴 한쪽이 아련하게 아파져 오는 건 왜일까요?
원래는 봄에 결혼을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가을로 연기가 되어 코로나 종식이 안 되어도 강행으로 결혼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글을 쓰다 보니 할머니들이 또 보고 싶습니다

1 Comments
NRH72lR6 2021.06.21 00:47  
뭔가 소설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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