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글랜피딕 30년산 분실사건 상세내용
오늘 새벽에는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핸드폰으로 익명글을 간단하게 작성했는데,
너무 요약이 심하게 된 부분이 있는거 같아서 회사에 와서 상세하게 글 남기려고 합니다
쓰는 시간과 읽는 시간을 아낄겸 음슴체로 쓰겠습니다
한달에 두세번 정도 번갈아가면서 술을 사는 친구가 있음
제가 승진을 해서 좋은 날이라 그동안 아끼고 아끼던 글랜피딕 30년산을 먹기로 했음
집에서 먹는건 아무래도 남자둘이서 안주 챙기기도 힘들고
분위기도 우중충 할거 같아서
차라리 세팅비를 주고 바에서 먹자고 가끔 가던 모던바를 감 (이 시점이 한달전)
술이 워낙 고급져서 아까워서 그런것도 있고, 밤도 늦었고 해서
절반을 남겨놓고 다음에 와서 나머지 먹을게 하고 킵을 하고..
맛있게 먹어서 그런지 세팅비도 더 얹어주고 현금으로 계산하고 나옴
그리고 대망의 어제 저녁의 일이 터짐
같은 친구랑 그 모던바에 가서 맡겨놓은 술 달라고 함
처음보는 알바가 "네? 어떤술요?"
"등 뒤에 바로 있네요.. 나무로 된 곽요.. 글렌피딕 30년산이요~"
(갑자기 알바 표정이 좀 이상해짐)
1~2분 뒤에 그 여자 알바가 "손님 이름이 머에요?"
"헌이라고 적혀있을겁니다. 그 나무로 된 곽 맞아요. 나무로 된거 하나밖에 없구만 그거 가져와요"
(그리고 2~3분 뒤, 어디선가 여자 사장님이 나타나서)
여사장 : "아 오빠들 오셨어요~ 그 글렌피딕 30년산, 없어요.."
나 : "네? 그게 왜 없어요?"
여 : 그거 저번주까지 있었는데, 저번주에 주류회사에서 가게 들어와서 양주 한꺼번에 버리면서 버렸어요
그거 양도 거의 안남았고, 오빠들 그때 킵한다고 말도 안하고 나가서 그냥 여기 뒀는데, 버렸나봐
오빠들 그리고 지금 너무 오랜만에 와서 그 양주를 찾으면 없지 ~
(여기부터는 그냥 반말을 함 ㄷㄷ 그래서 나도 반말을 함)
나 : 그럼 저기 진열된 킵 양주들은 머야? 일주일만에 저렇게 많은 양주 킵이 생긴거야?
그리고 양주 곽은 있는데 병만 없는건 또 머야? 곽에 넣어서 킵했는데, 병만 빼서 버렸다는거야?
주류 업체가 무슨 남의 가게를 들어와서 술을 버리는것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마저도 청소업체도 아니고 주류업체가 평소 보기도 힘든 글렌피딕 30년산 라벨을 보고도 맘대로 버릴수 있다고 생각하나 ?
여 : 곽하고 병하고 따로 보관하고 있었고, 병만 버린거 같아
나 : 주류업체가 그랬으니 본인하고 상관없다 이건가 ?
본인 가게에서 사건사고가 터지면 사장이 책임지는거 모르나 ?
이거 어떻게 할거야
여 : 오빠 내가 다른 술을 줄게
나 : 먼 다른술이야. 다른 술 필요 없고, 지금 맡겨 놓은 술 마시러 온 손님한테
미안하다는 말부터 하는게 먼저 아니냐? 시종일관 술이적게 남았네, 주류회사가 버렸네
오빠들이 맡긴다는 소리를 안하고 갔네, 너무 오랜만에 왔네
이딴식으로 이야기 하면 이걸 누가 곱게 듣고 있어
여 : 아아 오빠 미안해 내가 다른 술을 줄게. 멀로 먹을래?
나 : 여기서 이제 술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
여 : 그럼 내가 어떻게 해줄까 ?
나 : (무얼 요구해야될지 몰라 고민하다가) 30만원 주든가, 발렌 21년산 주라
여 : 그렇게는 안되지. 나는 임페리얼 12년산 정도 줄까 생각했었어
나 : 내가 너라면, 저렇게 쉽게 가이드를 주면 언능 21년산 내오겠다.
가게를 책임지는 사장이, 그나마 손님이 어렵게 절충안을 말하면 쉬운 답을 찾으면 될걸 거기서 네고를 하고 있나
(이때 옆에 테이블에서 마시고 있던 일행 중 한명이 꽐라가 되서 이런말을 함)
옆테이블 꽐라 : "꼭 저런 진상들이 있어요~"
아마도 그 여사장이랑 친한 손님 또는 기둥서방이겠지만... (첨에 들어올때 옆자리에서 여사장이 먹고 있었음)
이말을 듣고 시공간이 뒤틀리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음
친구가 나의 표정이 일그러지는걸 보고 일이 크게 잘못될수도 있겠다 느낀 것인지
나자가고 해서 ... 여사장한테 핸드폰 번호를 받고
여기서 더 이야기 해봤자 평행선을 달릴거 같으니까 이만 나가볼게 하고는 가게를 나옴
그리고 여사장한테 전화를 하니까 받으면서
발렌 21년산을 준다고 함... 그런데 생각해보면 가짜 양주 줄수도 있을거 같고
목요일날 와서 가져가라는데, 가기도 귀찮고 그러네요 ...
최대한 어제 나왔던 워딩 그대로 표현하려고 기억을 더듬으면서 썼습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그냥 목요일에 발렌 21년산 받아서 나오는게 최선일거 같은데
전화 통화하면서 몇번이나 사실대로만 말하면 참작이 가능하다
주류업체,곽과 병 따로 보관, 술이 거의 바닥밖에 안남았다, 오빠들이 킵한다고 말 안하고 갔다
등의 말을 굳이 해서 사람 신경을 거슬리게 하냐
솔직하게 말하고 사과할때, 진정성이 받아들여질수 있다.
나도 너랑 바에서 술 몇번 먹어봤고, 너 나쁜 사람 아니란거 안다
사람은 상대가 실수를 할때 실망하는게 아니라, 실수를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고 최종적으로 실망한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 라고 끝까지 설득을 했는데도
부모를 걸고 자기는 술 안먹었고, 주류업체가 치웠다고 하네요
주류업체 전화번호 달라고 할뻔.... 하 .. 속터져 정말...
지금까지의 상황인데, 저는 하는 짓을 보니 정신 못차린거 같은데
이거 경찰이든, 국세청이든 신고를 해서 괴롭히거나
하 ... 진짜 심경같아서는 아재스타일의 미성년자를 보내서 맥주 하나 팔게 하고
신고 해버리고 싶기도 한데 ... 이건 제가 입은 손해에 비해서 과한거 같아서 안될거 같고 ...
이래저래 심경이 말이 아니네요 ...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Best Comment
그냥 넘어가면 너 호구 낙인이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