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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 결혼 꿈 꾸는 게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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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9살 남자야.

이제 막 일을 시작한지 2년쯤 되기도 했고 여자친구를 만난지도 3년이 지나서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니 아득한 느낌이 들어서 글을 쓰게 됐어. 형들.

어렸을 때 우리집은 중산층이었던 것 같아. 
아버지가 외벌이를 하셨지만 나름 대기업 협력업체에서 열심히 일하셔서 괜찮은 자리에 계셨다고 알고 있어. 내가 초등학교 중학년에서 고학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아버지께서 40대 중반에 퇴직을 하시면서 가세가 조금씩 기울었던 것 같아.

퇴직 후에 그동안 열심히 모으셨던 돈으로 여러 사업들을 시도하셨지만 뭐... 그다지 잘 되지 않았지. 점점 집안의 창고가 비어가는 게 보이지만 부모님 두 분 모두 자식들을 위해서는 항상 노력하며 열심히 사셨던 것 같아.

덕분에 학창 시절에 공부만 열심히 하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지 않았나 싶어. (예전에는 몰랐지만 학교에서 다양한 집안의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이것도 축복인 것 같았어.)

이제 아버지는 택시기사를 하시고 어머니는 베이비시터를 하셔. 두 분 다 환갑을 넘은 연세이지만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계속 일을 하시려고 해. 다만 자산은 안양에 있는 아파트 한 채(20년됨)가 전부이고 노후 자금이 준비되어 계시지 않다 보니 걱정이야. 

코로나로 인해 두 분 다 수입에 어려움이 있어서 생활비가 모자르다는 말씀을 듣기도 했거든. 

예전부터 결혼을 하게 되면 부모님께 도움을 받지 않고 결혼하고자 해서 부모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운 점은 없어.

오히려 자식으로서 부모님 노후에 일정 부분 도움을 드리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데 내 부인이 될 사람에게도 짐을 지어주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돼.

사실 부모님 노후 관련 문제는 고민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내가 생각했을 때 우리집에서 가장 큰 문제는 큰 누나야.

우리집은 '누나-형-나' 삼남매가 있는데 30대 중반인 누나는 아직도 취업을 못 했어.

원래 몸이 약해서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하고 쉽게 다치기도 해서 남들처럼 오랜 시간 공부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기는 해.

부모님 수입도 넉넉하지 않은데 거기에 누나는 취업도 못해서 집에만 있다 보니 미래의 내가, 미래의 부인이 부양해야 할 가족이 늘어나는 느낌이 들어.

나름 발령 받고 아끼고 열심히 모은다고 4000 중반 정도 모은 거 같은데 결혼적령기가 되었을 때 신혼집을 구할 자금은 절대 안 될 거라고 생각하니 뭐하고 있나 싶어.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데 결혼을 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일까? 

2 Comments
aDZnaWQ5 2021.04.03 20:16  
너무 공감되는 글임.

집, 차, 부모님노후, 2세 양육비 등등 이런 것들을 이상적으로 맞추기는 힘든거 같아.
그냥 현재가진거에서 맞춰나갈 수 밖에 없지..
근데 결혼을 해야지! 라고 생각해보면 지금 상황에선 힘들어 보이잖아?

요즘 나도그래. 그래서 현타가 엄청왔는데
최근에 내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 결혼하려는 친구들 보면
물론 집안도, 직업도 빵빵해서 결혼하는 친구도 있지만 그냥 좋은 사람만나서
둘이 이겨내보자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는게 많더라고

럭키포인트 1,922 개이득

1RMNkUaM 2021.04.03 20:55  
너나 다른사람들이 내말을 어떻게 들을지는 모르겠는데
결혼하고 나면 가족의 범위는 마누라+자식이다...
니인생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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