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적 비혼주의였는데, 이런여자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든다
10살에 아버지 돌아가시고, 친할머니 성화에 못이겨
친정에서 쫒겨나듯이 쌈장통에 500원짜리 들고 엄마와 나옴
이모네서 얹혀살면서 눈치밥먹던 초등학교를 보냈고
화장실이 밖에 있던 원룸에서 뜨거운물이 나오지 않아 가스불을 켜놓고 그열기로 씻었던 중학교시절
곱등이와 곰팡이가 무수히 많던 반지하에서 성인까지 지내다가
현재는 엄마와 둘이 투룸전세로 그럭저럭 살고 있다
나때문에 젊은 시절을 포기해야만 했던 엄마를 생각하면
내가 어느정도 모셔야 한다는 책임감에 강제적 비혼주의를 택했었다.
내 세대의 연애의 끝은 결혼이라, 결혼얘기만 나오면 난 항상 숨기 일쑤였지만,
솔직히 결혼을 해서 가족을 구성한다는거에 대한 꿈이나 설레임이 전혀 없었기도 했다.
그렇게 나의 20-30대 초반까지는 항상 끝이 정해져있는 연애만 했었던거 같다.
현재 나는 2살연상의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다.
여자친구는 누구보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고,
그 덕에 나는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를 받으면서 연애를 하고 있다.
다만, 다른게 있다면 내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고,
서로 나이가 있다보니, 시간을 더이상 허비하면 안되기에
결혼이 전제가 아닌 연애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고,
여자친구도 비혼주의였기에 서로 동의하에 연애를 시작했다.
연애 초반쯤, 여자친구의 어머님께서 심하게 아프셨는데(현재는 모두 완치)
이때도, 긍정적인 여자친구는 모든걸 이겨낼수 있다는 씩씩함이 대단하다 생각했었다.
그리고 최근 우리 엄마가 죽을 고비를 넘길정도로 아팠다가, 회복중이다.
정말 내인생에 이렇게 까지 힘든시기를 겪었었나 싶었다.
죽을수 도 있다는 동의서를 몇번을 작성했고, 모든 결정을 나 혼자 내리는 그 상황이
나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솔직히, 죽을수도 있다 생각하여 장례식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알아보기까지 했었다.
나는 힘든일이 있어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아니 드러내는 방법을 잘 모른다.
그때마다 여자친구는 내 곁에서 긍정의 에너지를 주며, 많은 도움과 힘이 되어주었다.
잘 울지않고 드러내지 않던 내가 한번 여자친구 앞에서 나도 모르게 펑펑 운적이 있는데,
그때 여자친구는 나에게 뜻밖의 냉정한 몇마디를 했다.
"너가 정신 똑바로 차려야 엄마가 살아"
"그러니 울지 말고 지금이라도 할수 있는걸 알아보자"
그얘기를 듣고 내가 무너져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정말 정신을 똑바로 차렸던거 같다.
천운이 따라줘서, 다행이 엄마는 잘 회복중이고, 이제는 하나의 해프닝이 되었지만
그때 옆에 있어준 여자친구덕에 2년가까이 만나면서 오히려 더 좋아진 상황이다.
최근, 서로 조금씩 결혼에 대한 상상을 얘기하곤한다.
너랑 결혼한다면 어떨까? 결혼하면 잘 살수 있을까? 라는
서로 힘든시기에 곁에 있어줬다라는게 안정감이 되었을까?
아직도 비혼주의지만, 결혼을 한다면 이런여자와 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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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주의가 무슨상관이야 내눈앞에 평생을 함께하고싶은사람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