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랑 이혼 할 것 같네요.
올해 30대 중반 넘어가는 한 아이의 아빠입니다.
오늘 제가 아내와 이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몇번이나 글을 적고 적었는지 모르겠네요 .. 구구절절 적다보니 괜한 감정에 울컥하기도 했고
그래서 다시 적어봅니다.
아내와 저는 대학 동기였고 어린나이 아이가 생겨 결혼하게 됐습니다.
그 당시 저는 가장이란 책임감, 전공에 대한 회의감으로 자퇴를 했었고
아내는 마저 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저보고 육아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내가 다른 부탁도 하더라구요 , 자기 어머니와 살면 안되겠냐고
아버지가 없으니 엄마가 외로워 할 것 같다고, 장인어른의 부재로 장모님이 외로워 하실까봐
저는 부모님께 말씀 드렸지요, 사실 이게 뭐 문제냐 하실 수도 있지만 그 당시에는 처가살이라는 이미지때문에
인식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부모님을 존경했고 역시나 저희 부모님께서는 당연히 그러라 하셨습니다.
또한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도와주신다고 저보고 육아도 하라고 하셨고요
그래서 제가 육아를 시작했고 아내는 학교를 다녔습니다 .
그렇게 5년
저보다 아이와 가까운 사람은 없었고 아이를 잘 아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지난5년간 주마다 1~2회 외식 시켜주시고 계절마다 육아용품,옷 보내주시고
기죽지마라며 저와 아내에게 몇십만원 씩 용돈도 주시곤 하셨지요
근데 갑작스레 부모님의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지셨고 심지어 두분은 사시던 집을 파시고 작은 집으로 이사도 가셨습니다.
도와주는 횟수도 줄고 용돈도 거의 안주기 시작하니 아내와 장모는 저를 들들 볶기 시작했고
온갖 눈치는 다 주더군요 , 여태 육아만 했는데 내가 돈을 어디서 구해오라고 나한테 눈치를 주는지 참 억울했었습니다.
아..내가 능력이 없어서 그런거구나, 참 소녀같던 아내도 돈이 없으니 저렇게 변하는구나 싶더라구요.
조금 씁쓸하기도 했지만 당연한 순리라 생각을 했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제가 일을 시작을 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대학교 가도 자퇴하고 아이 있고 하니 취직도 어렵더라구요
흔히 시다짓이라고 하는데 기술있는 사람들 쫓아다니면서 일부터 배웠습니다.
처음엔 돈도 잘 못버니 집 가면은 바가지는 있는데로 긁히고 맨날 찬밥에 멸치볶음만 먹었던 것 같네요
한날은 각자 돈을 각자 관리하자고 그러더군요 , 아내는 대학졸업 후 바로 취직을 했었고 저는 일배울때라 수입이 좋지 않았는데 ..
심지어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은 여전히 저와 제 부모님이 다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자신은 돈을 모아 집을 살거니까 걱정말라고 하더군요
앞이 너무 막막했고 방법이 없었기에 알겠다고 하고 저는 계속 일을 배우러 다녔습니다.
그러다 정말 좋은분을 만나게 돼서 요식업을 제대로 배웠습니다.
요리만 배운 게 아니라 트렌드,시장분석 등등 어떻게 해야 가게가 잘되는지를 배웠던 것 같네요
그분이 운영하시는 가게에서 월급사장으로 몇년 일하고 제가 인수하고 그런식으로 넓혀가면서
지금은 저도 작게나마 몇개 가게를 운영하고 있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이 울고 속상했는데 크게 아픈곳 없이 잘 자라주는 아이 덕분에 잘 버텼던 것 같아요.
사정은 이렇고 이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수입이 좋아진건 최근 2~3년이라 크게 부자가 된 건 아닙니다.
하지만 너무 힘들 때 본인들도 힘드셨을 시기에 항상 도와주시던 부모님께 너무 죄송스럽고
제가 크게 불효자였기 때문에 아버지 차 한대 사드렸습니다.
어머니는 몇년전에 돌아가셨기에 제가 무얼 해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
잘 되기전에 돌아가셔서 돈을 많이 벌게 된 지금 많이 공허하네요.
어찌되었든 아버지는 크게 기뻐하셨고 그게 뭐라고 동네방네 크게 자랑하시며 다니시더라구요.
그 과정에서 제 아내가 그걸 알게 됐고 저에게 와서 따지더라구요.
자기 엄마는 왜 안사주냐 , 그런 큰돈을 왜 함부로 쓰냐 ,정신이 있는거냐
근데 아내에게 그런 말을 듣는데 구박이 익숙해진건지 내가 이기적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그래서 미안하다, 장모님도 뭐 해드리겠다 하며 달래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참 속이 쓰렸습니다 , 내가 그동안 얼마나 희생했는데 내가 그동안 얼마나 참고 열심히 살았는데 겨우 이것하나 내 마음대로 못하나 싶더라구요 ..
그리고 그날 밤 제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고교 동창회가 있어서 잠시 참석했습니다..
그러다 한 친구가 제게 그러더군요, 제가 고등학교 때 참 당당했고 바른 사람이었다고
근데 그말이 왜 그렇게 생각이 나는지 몇날며칠 내내 머리에서 떠나질 않더라구요 .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tv를 켰고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보게 됐네요
이미 그 드라마는 한창 무르익었기에 내용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주인공으로 보이는 남자와 어떤 스님이 대화하는데
"너부터 행복해라 제발 , 희생이란 단어는 집어치우고 " 이러더군요
그러면서 뻔뻔하게 살으라고 하는데
한참을 울었습니다 .
이제 인정하려고요.
저는 사실 이런 생활들에 지쳐있었고 이기적인 아내와 장모에게 정이 떨어졌다는 걸
그간 인정하지 않고 살으려 했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계기가 생겼고 핑계가 생겼네요 ..
그만하려고요.
늘 희생해 왔다며 스스로를 합리화 하는 저에게도 넌덜머리가 나고
아빠 엄마랑 헤어져도 돼 난 아빠편이야 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웃으며 엄마가 무뚝뚝해서 그래 엄만 우릴 사랑해 라고 말하는 것도 지쳤습니다.
이혼하려구요 .
인터넷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근데 적고 적다보니 생각 정리가 참 잘되더군요 ..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가게에 자주 오시는 변호사분하고 저녁약속 잡아놨습니다 , 상담 받고 빠르게 진행 할 것이고
어중간하게 우는 모습 붙잡는 모습 추억을 들먹이는 가소로운 모습에 흔들리지 않을겁니다.
아이는 중학생인데 당연히 제가 키울 겁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열심히 할 수 있게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 할 생각입니다.
이 글을 일고 계신 분들 중에 본인이 희생하며 살고 있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 희생을 알아주지 않으니 큰 기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본인 인생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
기나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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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감사해요 조금 아쉽네요
육아는 아내의 부탁이었고 경제적도움은 저희 부모님이 다 주셨고
그 도움이 약해질 시기에 아내와 장모가 갑자기 눈치를 줬고
부랴부랴 저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
각자 돈관리 하자고 했지만 전 일한돈의 반을 그때부터 항상 아내에게 줬습니다.
그리고 아내도 고생한 것 맞습니다 , 어린나이에 아이 품고 낳고 본인 인생 제대로 설계하지 못했는데
어느 여자가 힘들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제가 여유로워져서 이혼을 생각한 것 역시 부정하지 않습니다.
제가 아직도 다른사람한테 일배우며 적은 월급 받으며 생활 한다면 저희 아버지 차 사드리고 모시고 살 생각 못하겠죠.
다른 의견들은 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부모님이 도와 주시던 5년을 제외 후 항상 가장은 저였습니다.
그것 하나만큼은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의견이라고 말씀 드리기 어렵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