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가족 && 돈 이야기가 있길래 나도 하나 적어본다.
우리 부모님이 참 검소하심.
지금은 좀 나아진거 같다만 어릴때는 참 우리집이 어렵게 어렵게 살았음.
내가 공부랑 책 욕심이 있었는데 넉넉하게 사주실 형편이 못 되었음.
그래서 대책으로 엄마가 아이디어를 낸게,
동네에 좀 사는 형들이 쓰는 책같은거를 눈치보고 물려받았음. 어차피 있는집 애들 공부하고 다 버리니까.
윤선생 교재, 초딩애들 전과 심지어 기탄수학까지 구해서 구해서 물려받음.
그리고 밤마다 엄마랑 둘이서 앉아서 지우개로 책에 적힌거 다 지운다음에
다음날 나혼자서 다풀어버리고 그랬다.
워낙에 시골이라 책을 읽고 싶다고 하는데 도서관 제대로 된 곳도 없었음.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인근 도시에 있는 이모집에 갔다올때마다 헌책방을 들러서
아빠 그 조그만 차에 가득 구질구질한 헌책들 먼지털어가며 읽어대곤 했음.
이번에 주말에 오랜만에 집에 갔음
타지에서 나와산지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고딩때부터 나와살았으니
친척이 돈을 빌려갔다고 한드라.
어마어마하게 큰돈은 아님. 그렇다고 작은돈도 아님.
그쪽 집안 가세가 많이 기울었는데 부모님입장에서는 친형제중 하나가 그렇게 가정이 어렵다고 하니
못받을 돈이라고 생각하고 주신 모양이더라.
부모님 선택인데 내가 뭐라고 토를 달겠나. 잘하셨습니다 했음.
사실 마음에는 존나 안 들었지. 우리엄마는 아껴서 아껴서 벌벌 떨면서 아끼고 사는데
정작 그쪽집은 시발 돈도 빌려가면서 네일아트도 받으로 다녀야하고 골프도 치러 다니는 집임
진짜 딸자식 뒷바라지 못한다고 펑펑울어서 엄마가 또 마음 아파서 돈을 줬다고 함.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돈 이야기가 나왔음.
근데 무슨 엄마 아빠가 종신보험을 내앞으로 들어놨다고 하대.
시발 그게 먼지는 모르겠는데 가입자가 사망하면 내앞으로 돈이 나온대.
내가 또 빡쳐서 왜 그런걸 들었냐고 막 대들었음.
엄마아빠 쓰고싶은데 좀 쓰고, 그러고 하고 싶은 것들좀 하시면서 살라고.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내가 돈 받아서 어디다 쓰냐고 막 뭐라하니까
엄마가 그러대.
엄마아빠가 늬집 자식처럼 건물을 물려줄 수 있는것도 아니고, 큰돈 물려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세상에 우리가 없을때 부모가 남긴 선물이구나 하면서 형제끼리 돈 때문에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살아가라고.
시발 그말듣는데 왜게 눈물이 나냐.
덩치 산만해서 돌아오는 길에 진짜 펑펑 울었다.
그냥 그렇다고... 부모님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지는데
또 다른 한편으로 부모님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한 친구는 얼마나 괴롭겠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