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제 제사였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우리집에서 자고 가신단다.
아침에 일어났다.
아빠는 일찍 출근하고, 엄마는 아침 차려드리고 출근하셨다.
예상대로 식탁은 물론 주방 바닥 곳곳에 밥풀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식탁의자에도, tv앞 탁상에도, 쇼파에도 밥풀이 묻어있었다.
그 상태로 할머니 할아버지는 가시고 뒷처리하고왔다.
밥풀이 어떤거는 말라있고 어떤거는 질펀한 상태여서 청소기든 물걸레든 잘못하면 바닥에 눌려버린다.
하나하나 살살 모아서 버리고 버리고 버리고 했다.
백수생활 포함해서 대학생때부터 3년을 학교 오가며 주기적으로 할머니 돌봤다.
주 중 딱한번 있는 공강일은 쉬는날이 아니다.
방학은 때면 더 했다.
백수라고 달라지는건 크게 없었다.
진짜 너무 힘들어서 정신병 걸릴것 같았다.
가기전날에는 갈 생각 때문에 하루종일 스트레스받았고 갔다오면 혼자 술먹었다.
고함 지르는건 물론 뺨 맞기도 많이 맞았고, 씻지 않으셔서 냄새도 지독했다.
화장실은 5분에 한번씩 가신다. 화장실 갔다오시면 휴지는 바닥에 버려져있다.
한번 꽂힌 말은 계속 하신다. 5초를 못넘고. 여러명 같이 있을때와는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에
명절때나 제사때만 보는 친척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이런 고충들을 친구들한테 말해도 대부분 '그래도 니가 손자인데, 할머니가 니 얼마나 예뻐하셨겠냐. 그런마음 가지지말고 잘 돌봐라'
이러기 때문에 풀어놓지도 못한다.
긴 병 앞에 효자는 없는것 같다. tv에 나오는 분들은 진짜 대단하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