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경리과 동료를 진심으로 좋아한다
나는 올해 27이고 2년 째 동거중인. 결혼을 계획중인 여자친구가 있다
벌써 제목과 본문의 상반된 내용때문에 불쾌하고 욕이 나오겠지만 진심이다ㅜㅜ
1.이야기의 시작은 1년 전이다
선선했던 가을날씨에 과장을 졸졸 따라다니며 전 부서를 돌며 인사하던 신입이 마침내 연구소 문앞까지 발을 들였다
당시 개발일이 바쁘고 중소기업 특성상 사람이 빠져나가고 신입이 들어오는건 4년내내 많이 봐온터라 대충 인사를 하고 보내려 했다.
경리 과장이 내앞에 그 친구를 데려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연구소장과 선임들을 거쳐 내차례로... 나는 모니터에서 몸을돌려 일어서 얼굴을 마주했다
나와 거의 비슷한 눈높이의 늘씬하고 쭉뻗은 체격에 동그란 눈.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 무엇보다 돋보이는 턱의 점 하나.
신입답게 연습한 미소와 활기차게 인사하는 태도에 나는 조금 놀랐다
그리고선 하는 과장의 한마디.
"참, 둘이 동갑이네. 앞으로 잘지내"
사실 동갑 동료라는게 크게 놀라울건 없었다
그때도 이미 교제중인 여자친구 또한 동갑이였고, 전 직장에서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한것이니 말이다
게다가 같은 부서나 협업부서도 아닌 경리과는 송년회정도는 돼야 마주하고 얘기할까 하는 부서라
그냥 나이같은 직장동료가 있다 라는것만 알아도 과분한 관계인 수준이것이다
인사 업무 등등 모든것을 존댓말로 표하며 그렇게 4개월..5개월 즈음 지난것 같다
2.난 밥을 항상 10분정도 떨어진 뷔페식당까지 혼자 걸어가 밥을 먹는다
물론 회사근처에 식당이 없는건 아니다. 다만 맛이 쥰나게 없을 뿐이지
맨날 똑같은 메뉴, 부실한 식단으로 2주간격씩 돌려막으면서 5천원이나 받는 노양심 식당..
저번에 한번 진지하게 건의했더니 '호호호 고칠게요' 하면서 다음주부턴 5만원 일시결제하면 11번 배식해준단다
메뉴는 똑같이. 가격만 4500원 받겠다니... 드러워서 침뱉고 찾아나선게 10분거리의 식당이다
맛도좋고 메뉴도 매일매일 바뀌는 식단에 무엇보다 김치볶음&오이무침&무생채 3단콤보 김치메뉴를 안봐서 좋았다
같은 부서에 이 사실을 알렸더니 화색이 돌며 당장 바꾼다고 하더니
10분을 걸어가야한다니까 바로 꼬리를 내리더라.. 걸어가기 힘들고 귀찮다나..
그러고보니 나만 20대고 30개 후반 선임 한명에 40대 선임 두명 그리고 50대 연구소장 하나..
술과 고기, 자동차가 없으면 5분 이상의 거리는 절대 걸어가지 않는다는 40대 선임의 기가맥힌 명언에
나를 제외한 네사람은 그렇게 그냥 맛도없고 창렬한 2분거리 식당의 흑우가 되겠다 다짐을 했다
혼자 밥먹으러 걸어가는게 왕따된거같기도 하고 여튼 기분이 쟛같아도
한국인은 밥심이랬나. 맛있는 밥먹으러 가는 발걸음은 가벼웠고 신이났다
한달쯤 이렇게 지내니 다른부서 사람들도 관심을 가져서 때때론 파티를 구성했지만
'밥먹고오니 소화가 다된다' '잘 시간이 없어 오후에 졸리다' 라는 의견으로 하나둘씩 탈퇴
다시 혼자가 되어 혼밥러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어느날, 점심시간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던 내 뒤통수에 한 목소리가 꽂혔다
"저기요 주임님 !!"
Best Comment
.... 그렇다 제 2의 곰탕집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