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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결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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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만해도, 나도 마찬가지였다. 결혼 생각은 애초에 접었고, 투정많고 질투많던 전 여친과의 이별후엔 연애조차도 하고싶지 않았다.

 

 

나이도 어느정도 먹었고, 월급도 혼자 놀고 먹기에 적은것도 아니고, 게다가 요즘 놀기에 얼마나 좋냐.

 

 

친구도 많다. 아는 사람도 많다. 유유상종이라 그런지, 내주변엔 나처럼 결혼 생각 없이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먼 훗날 가족이 없을거란 생각에 외로운 홀애비가 될거란 막연한 걱정이 들긴 했지만, 뭐 어때.

 

지금 이런 세상이 올줄 어릴적 몰랐던것처럼, 나중엔 또 어떤세상으로 변해서 여럿 즐길거리들이 있을지 누가 아냐.

 

그런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고, 즐기고 있고, 행복하다고 자위하고있었다.

 

 

그런 나날들 속에 그녀를 만났다.

 

인터넷을 통해 익히 들어온 그런 김치녀들, 된장녀들과는 달랐다.

 

소탈하며 유쾌했다. 검소하기도 하고, 생활력도 강하다. 외모도 이쁘고 매력있게 생겼다.

 

난 가진게 없긴 하지만, 나도 나름 매력있다고 생각했었다. 나도 유쾌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성격좋고, 같이 있으면 즐겁단 소리를 늘 듣는 나였으니까.

 

성격이 잘 맞아서인지, 정말 신기하게도 한눈에 끌렸다.

 

 

애초부터 이렇게 될 운명인지, 행운인지는 모르겠다.

 

교제를 하고 나서부터 싸울일도 없었고, 소소한 서운함에 서로 냉랭한 분위기속에 있었던 적은 있었지만, 얼마가지 못한다.

 

서로 대화로 풀어나가며, 서로간의 오해를 잘 풀어나가는 스타일이다.

 

 

오히려, 그쪽에서 먼저 결혼얘길 꺼냈다.

 

나이도 결혼 할 때이기도 하고, 서로 죽이 척척 맞는게 맘을 먹게 한건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만난지 얼마되지 않아 결혼얘기가 오갔다.

 

 

 

 

두려웠다. 가진것도 없고, 집에서도 도움줄 여력이 못된다. 아직 학자금대출도 많이 남았다.

 

한달벌어 한달 놀고먹기엔 충분한 월급이지만, 그럴듯하게 모은돈도 없다. 결혼 생각이 없었다. 저축은 개뿔, 남은돈은 놀고먹는데다 썼지.

 

나중에 내가 사고싶은거나 사게, 아님 혼자 살때 집 구할때 도움 좀 될까봐 들어놓은 코딱지만한 적금과 살고있는 집의 작은 보증금뿐.

 

 

고백했다. 사실 나 이러이러 해서, 가진게 없다. 너도 알지않느냐. 나 결혼생각 없었단걸.

 

다만, 이제 널 만나보니 결혼이 하고싶어졌다. 너라면 좋을거같다. 너라면 내가 결혼이란걸 해도,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것같다.

 

너라면 가정을 이루고 살아도, 더 행복할것같다. 허나 아직 내가 모은돈이 없다. 좀 더..기다려줬음 좋겠다.    라고

 

 

 

 

대답이 돌아왔다. 오빠 그럼 한 2년 기다려주면 1억 정도 모을수 있어? 없잖아. 이래나 저래나 돈 없는거 똑같아. 그냥 결혼얘기 나왔을때 빨리하자.

 

알아 돈 없는거, 상관없어, 없어도 돼. 돈 모을 수 있는 직장과,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면 돼.      라고

 

 

 

처음이었다. 어머니 아버지께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한적이. 왜냐면, 있다고 하면 귀찮게 이것저것 얘기를 자꾸 하실테니까.

여자친구 생겼습니다. 맘에 들어요. 괜찮은 친구에요. 이런적 첨이에요. 저 내년에 결혼하겠습니다.

 

허허허허허..하시며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결혼생각없이 저렇게 지내더니 언제 결혼할려나..걱정 하시던 분들이

저런 얘길 들으니까 그렇게나 좋으신가보다.

 

 

그다음은 뭐 일사천리다. 아버님어머님 뵙고 인사드렸다. 상견례 날짜도 잡았다. 예식장 알아보다가 상견례 전에 결혼날짜도 연락통해서 잡아버렸다.

 

 

이제 곧 있음 집 알아보러 다녀야 한다.

 

식장 들어갈때까지 아무도 모른다고들 한다만, 걱정없다. 확고하다. 믿음이란게 이렇게 중요하단걸 새삼 느낀다.

 

 

ㅋㅋㅋㅋㅋ ㅈ됐네 ㅋㅋㅋ 잘가라

라고 친구들을 하나둘 떠나보내던 나였는데, 그 출발선에 내가 걸어가고 있다.

 

요즘처럼 행복할때가 없다. 앞으로도 서로 양보하며 이해하며 행복하자고 매일매일 다짐하며 다짐한다.

 

 

 

 

너희들도, 꼭 좋은 사람이어서, 좋은 사람 만나게 되길 응원한다. 행복하자

6 Comments
lYD8910I 2017.10.23 19:51  
반전이 없다니... 부럽습니다..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ㅠ
난 언제쯤 결혼 얘길 할 수 있으려나..
bNORctmh 2017.10.23 19:56  
부럽네요 형님
오래가세요
XRWoOrwW 2017.10.23 20:06  
플스 베필은 사람좀 많다던데? 난 플스로 레인보우식스시즈함 ㅋㅋ

럭키포인트 14 개이득

XRWoOrwW 2017.10.23 20:07  
[@XRWoOrwW] 오류 걸려서 여기에 답글달림;; 결혼축하해용
kLrY0G4W 2017.10.23 20:45  
애낳고 몇년만 살아봐라ㅋㅋㅋㅋ
spIOpEtG 2017.12.21 13:31  
ㄹ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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