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삐져서 장모님집에 갔다.
뭐랄까, 아는 척은 많이 하는 편인데 실속없는 스타일이랄까
며칠 전에 아내가 무당한테서 돈주고 들은 이야기랍시고 자기 공무원 준비를 해야겠다고 하더라.
농담인 줄 알고 애기보살 직렬 9급이냐고 했다가 정색하는 거 보고 분위기 파악했다.
진지하게 자긴 더 큰사람이었는데 스스로 몰랐다고 이야길 하더라.
20만원 주고 들은 이야기고 5급은 때가 늦어서 힘들 거고 7급을 준비하라고 했단다.
더 웃긴 게 아내는 기독교인이다, 그래서 농반진반으로 "예수님은 뭐래?" 라고 했다.
그랬더니 정색도 정색도 그런 개정색이 없었다 "아 뭐래 " 이러더라
분위기는 싸해졌고, 나는 저녁에 맥주 한 잔의 여유를 계획했던 터라 괜히 싸워서 물거품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농담이야 농담~ 그래서?" 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그래서 자긴 내일부터 공무원 학원을 다닐 거고 부적을 또 사야 돼서 돈을 달라고 하더라.
먼저 생각했다.
이런 문제는 아내의 이야기에 공감을 해야 하는 걸까, 이성적인 대안을 말해야 하는 걸까.
평소 아내가 어디서 속상한 일을 겪고 왔을 때 공감이 아닌 이성적인 대안을 제시했을 때
우리는 아니 나는 부부싸움을 당한다.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나는 여보가 공무원 준비하는 건 긍정적으로 생각해, 근데 그 계기가 무당의 말이라는 게 조금 걱정이야.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고 다시 대화해보는 게 어떨까?"
아내는 듣더니 방긋 웃었다, 그 웃음은 내게 납득되지 않는 웃음이었고...불안했다.
"그치? 자기가 생각해도 나 공무원하고 잘 어울리지? " 라고 대답했다.
아내는 아마 '여보가 공무원 준비하는 거 긍정적으로 생각해' 로만 들었고 그렇게 이해한 것 같다.
그러더니 갑자기 "여보 오늘 밤에 뭐 해?" 라고 물어왔다.
의무방어전의 날은 아니기에 안심하고 이야기했다, "오늘 저녁에 그냥 쉬면서 맥주 한 잔하려고 했지 왜?"
그러자 내게 교회를 가자고 이야기를 한다.
이번 주가 무슨 기간이라서 교회를 가야 된다고 그런다.
내 삶의 낙인 맥주타임을 놓칠까 봐 급해진 나는 성급하게 말을 내뱉었다.
"아니 여보 낮엔 아기보살님 보고 밤엔 예수님 만나? 종교도 투잡이 돼?"
아...며칠 뒤 만날 친구에게나 할 법한 뒷담화스러운 이야기를 면전에 대고 해버렸다.
"지금 그게 말이야? " 라며 날 노려본다.
지금이라도 수습을 하자며 생각하는 순간, 내 입은 뇌와 다르게 말을 하기 시작한다.
"예수는 희대의 사기꾼이고 무당은 동네사기꾼이잖아"
....
아내가 아랫 입술을 잘근 깨문다, 둘 중 하나다 즙을 짜거나, 사자후를 날리 거나.
한숨을 크게 내뱉더니 "평소에 내 종교적 이념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했어?" 라며 예상 외의 발언을 한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할말은 해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응, 당신은 보이지도 않는 보살과 예수의 말은 잘 듣고 옆에서 실질적으로 너랑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의 말은 안 듣잖아."
그랬더니 나한테 하는 말
"네가 신이야?, 아니 네가 신이면 네 말을 듣지."
도대체 저 말에 어떤 논리로 대답할 수가 있을까...한참을 고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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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을 깬 건 아내다.
"나 엄마한테 갈게, 며칠...있을 거니까 그렇게 알아."
아내가 떠난 지 이틀 째다.
장모님한테서 카톡이 온다, 유명한 목사의 말씀이라며 동영상 링크를 보내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아내가 장모님 께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이 글이 띄는 성격이 어떤 건지는 쓰는 나도 잘 모른다.
하나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건지, 교훈을 주기 위한 건지, 깨달음을 얻을 고뇌를 할 기회를 주는 건지.
그러나 이건 분명한 것 같다.
실재하는 나보다, 실제할 것 같은 것을 더 존중하는 배우자는 불행에 안주하게 되는 삶을 선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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