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사람이 부럽다.
난 내가 못 생겼다고 생각한다. 남들은 절대 나한테 넌 못 생기지 않았다고 하지만 난 단 한번도 잘 생겼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항상 너 정도면 괜찮지~ 라는 말이었지. 그것도 181인 키 덕분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내가 못 생겼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엔 이런 부러움이 크지 않았다. 나도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던 적이 있고 싸움 꽤나 하고 다닌 탓인지
별로 안 부러워했다. 잘 생긴놈 봐도 어차피 저새끼 나랑 붙으면 내가 이길텐데 뭐 하는 생각이었지.
덕분에 성격이 좀 세다. 이것 역시 외모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생겼거든 사납게. 남들이 날 그렇게 대한게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
남들과 같이 20대 초반 대학 들어가서 연애하고 군대갔다오고 헤어지고 했다. 헤어지고 너무 힘들어서 한 2년 반 여자를 못 만났다.
20대 중반은 그렇게 흘러갔다. 그래도 그때는 옆에서 날 진심으로 챙겨주는 여자애들이 있어 걔네로 버틸 수 있었다.
20대 후반에 들어와 내 동기들은 다 취업이 잘 됐다. 나만 아직도 못 했다. 동기 남자애들 중에 한 명이 나랑 엄청 친하고 정말 잘생긴 애가 있는데
문득 그 놈 인생을 보니 내가 힘들어 하던 와중에, 차이던 와중에, 동기들이 날 챙겨주던 와중에 걔는 여자친구가 없던 적이 없었다.
미국을 다녀와서 영어도 잘해서 LG에 들어갔지만, 취준할 때도 여자가 항상 있었다 걔는.
난 지금 취업이 좀 안 돼서 그런지 스스로 너무 불안정하다. 옆에 누군가 있어줬으면 좋겠다. 가장 큰 소망이야 지금.
그냥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동기부여도 훨씬 되고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을 것 같다. 이런 고민을 걔한테 얘기하는데
말하면서 나만 스스로 더 비참하더라. 쟤는 모르거든. 이런 심정을. 나도 조금만 더 잘생겼더라면..내 인생이 많이 바뀌었을 거란 생각을 한다.
정말 나이가 먹을수록 외모의 중요성을 더 느끼게 되더라. 누구는 항상 나에게 호의적인 사람은 없다는 가정하에 살고
누구는 항상 사람들이 나에게 호의만 넘치기 때문에 자연스레 나도 사람들에게 호의적일 수 밖에 없다.
절대적이란건 아니다. 그러나 무조건 상대적으로 잘생김이 받는 혜택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받는 비호감은 존재한다.
요새 가뜩이나 더 부러워져서 한풀이나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