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익명 > 개나무숲
개나무숲

우울감이 생각보다 오래간다.

J5Nzu0U1 5 208 0

내가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나는 참 눈물이 많았다. 

항상 부모님과 조부모님께서는 사내자식이 그렇게 눈물이 많아서 어떡하냐고 하셨다. 물론 나는 조부모님과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 사랑이 모자라거나 애정결핍이 있는건 아니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남들의 감정과 분위기를 많이 신경쓰는 아이가 되었다.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의 기분과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었던것 같다.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덩치와 다르게 속은 여렸고 운동을 좋아하며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동시에 슬프고 아름다운 영화를 보며 눈물 흘리기도 많이 하였다.

남들이 나를 볼때는 아주 쾌활하고 소위 말하는 "남자"였지만 속은 "개복치"에 가까웠다. 항상 두려움이 있었고 누군가가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떠나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이 있었다.


그렇게 저렇게 대학생활, 군대생활, 유학생활을 마친뒤 내 인생 가치관을 바꿔 놓는 사건이 발생했다. 

20대 중반의 연애에서 정말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해도 싶을 정도의 연애를 했었고 그 결과는 교회오빠와 바람으로 끝이 났었다. 

그때 아마 가장 정신적으로 많이 성정한 시기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이 모든 사건의 이유가 꼭 "내 탓"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였다. 

그 전 여자친구를 너무나도 좋아했기에 그 여자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나는 심리학책을 공부했고, 기독교인들을 이해하기 위해 성경을 공부했고, 내가 나쁜 마음을 먹을 때 마다 명상을 통해서 그 생각들이 그저 흘러나갈 수 있도록 했다. 

노력을 했었고 다행히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을 믿으며 그렇게 상처가 아무길 기다렸다.


그렇게 내 인생의 가치관을 바뀌고 난 뒤 나는 이전보다 사람들을 대하는게 더 쉬워졌다. 그 사람의 기분에 맞춰서 내가 행동하기 보다 '나는 지금 당신과 만나서 기분이 좋아요. 당신도 그러면 좋겠어요. 하지만 아니면 어쩔 수 없네요' 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 "어쩔 수 없네요"라는 말이 나를 참 위로해주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몇 번의 연애를 거치고 난 뒤 정말 이상형의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역시나 너무 좋아해버리니 그 몇 년 간의 노력이 쉽게 부서졌다. 그 여자가 너무 좋았고, 그저 함께 손만잡고 공원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정말 운이 좋게도 그 여자도 나를 많이 좋아해주고 서로를 생각해주었기에 아... 이게 진정한 사랑인가? 연애인가? 이렇게 까지 소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그날 밤 분위기에 취했는지 정말 오랜만에 마시는 맥주한잔에 취했는지 여자친구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했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 인생의 가치관과 너무나 먼 행동에서 나는 실망을 했었다. 나의 반응은 차가웠고, 여자친구는 후회한다고 했다. 내가 너무 좋아서 이런 자기라도 이해해주길 바랬다고 했다.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너무 좋아했던 사람이라 그 사실을 잊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 연애를 진행해 나갔다. 나는 그러면 되는 줄 알았다. 나만 그냥 모른척 하면 이제는 내가 그 여자를 "이해 해주는"거니깐 그냥 그렇게 우리 연애가 진행 될 줄 알았다. 근데 머지않아 이별을 통보 받았다. 

아마도 나의 차가운 반응에 상처를 받았을거고 이렇게 자기가 약점을 보이며 계속 끌려다닐 것 같은 연애는 하기 싫었나 보다.


사귄 기간보다 지금 헤어진 기간이 더 오래 됐는데도, 책을 읽고 편지를 쓰며 마음 정리를 하는데도, 그때의 여자친구의 반응이 생각이 나서 내가 더 미안해 하는 상황이 웃기긴 하다.

우울한 감정이 빠르게 정리 되길 바라면서 그냥 내 감정을 주절주절 적어본다.







Best Comment

BEST 1 IGM2ecOe  
형님, 형님은 참 세심하시고 예민하시고 생각이 많으시고 통찰도 있으신 것 같습니다
저도 이쪽으로는 누구에게 지지 않는 성향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형님의 이야기가 참 남일같지가 않습니다
저또한 비슷한 경험이 있거든요

어린시절의 일들, 20대 중반의 연애의 이야기에서 형님은 참 형님 스스로를 잘 다루신 것 같습니다
쉽지 않은 일일텐데 말이죠, 흔들리는 거에 맘껏 흔들리고 생각하다가 결국을 중심을 잘 잡으신 것 같아요
저는 흔들리다가 그만 넘어져버렸었거든요
한동안은 약없이 잠도 잘 수 없었고 생활도 할 수 없었습니다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흉터가 남아있고 가끔씩 상처가 욱신대긴 하지만, 그래도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일어날 수 있게 된 것은 형님과는 조금 다른 생각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어요
이 얘기를 좀 드리고 싶습니다

형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는 형님에게서 '타인에 대한 의존성'이 조금 느껴졌습니다
의외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실제로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남들의 감정과 분위기를 신경씀', '남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함', '남들이 나를 볼 때', '누군가가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내탓은 아니구나', '나는 지금 당신과 .. 당신도 .. 어쩔 수 없네요', 내가 그 여자를 '이해해주는 거니까'
등등의 이야기를 적어주신 부분에서 굉장히 타인과의 관계에 민감성이 두드러지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여기서 조금 더 발전시키면,
적어주신 두 연애의 사건 또한 타인에 대한 (혹은 사랑에 대한) 형님의 의존성이 조금 보입니다
타인를 사랑함으로 내가 행복함을 느끼는, 여기서 방점을 찍히는 부분이 '내가'가 아니라 '타인'이 되어버린, 약간 그런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나면서 스스로 확립하게 된 저만의 철학은 '결국 사람은 스스로 행복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이기심이나 개인주의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누군가와의 연애, 그 연애가 나에게 주는 행복, 가족, 가정 등 이 모든 것들의 출발점은 타인이 아니라 나 스스로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또한 연애에서 상대방에게 굉장히 기대를 하고, 의지하고, 엄청나게 사랑을 주고, 그랬다가 긴 연애끝에 결혼하기로 한 사람과 헤어지고, 잠수이별도 당해보고, 정신과도 다니고, 뭐 그랬었습니다

형님의 참 건강한 생각중에 하나인 '모든 사건의 이유가 내 탓은 아니다'라는 것이지만, 저는 이것에 너무 과하게 사로잡히신 나머지 타인에게서 어떤 이유를 찾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가진 '결국 사람은 스스로 행복해야 하는 것' 또한 과하게 사로잡히면 폐단을 낳을 수도 있겠죠
따라서 저는 형님의 사상이 저에게 참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가진 생각이 어쩌면 형님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형님의 최근 연애의 여자친구에 대해 어떤 것이 형님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인지 잘은 알 수 없지만,
제 지금의 연애 이야기를 해드리자면, 이전의 저(타인에게 기대하고 의지하던)로썬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근데 굉장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의 과거가 한국사회에선 아마 많은 이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겁니다. 예전의 저는 당연했을 것이구요
하지만 저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물론 그때부터 우리가 만났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그사람을 향한 '지금의 제 사랑'이 존재할까요?

그사람이 그렇게 살다가 나를 만나서 우리가 행복한 것이라면,
그사람의 과거가 오히려 감사하더라구요
물론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각자의 기준이 있겠지만
그사람과 나의 기준이 같은 것은 아닐테니까요

그사람이 내 가치관과 다른 것이 왜 신경이 쓰였던 걸까요?
그사람이 그사람 가치관과 다른 과거가 있다면 그게 문제라면 문제인 것 아닐까요?
그사람의 것을 내가 어떻게 할 순 없는 것이잖아요
왜냐면 그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그사람이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건 나이니까요

오히려 그사람이 평소에 말하던 것과, 생각하던 것들과 다른 행동을 하고있고 했었던 과거가 있는데 후회하지 않고 있거나 하면, 그런게 실망해야할 것이지 않나 싶습니다

형님의 생각들이 저는 굉장히 먼 곳까지 닿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형님의 그런 세심한 것들이 형님 스스로를 공격하지 않고 밖으로 뻗어나가 주변에게 좋은 영향을 주며 스스로도 건강해질 수 있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5 Comments
IkjuLYkn 2023.07.20 12:42  
과거가 어땠는데? 궁금하다

럭키포인트 13,550 개이득

Sn3d2ONk 2023.07.20 12:47  
한쪽이 참기만하는 혹은 이해만해줘야 하는 연애 힘들어서 못하겠더라.
상대방의 마음이 나같지 않은 것도 있고, 내 마음이 그렇게 너그럽지만도 않아서 말이지.

우울함 때문에 병원진료도 받아봤고 약도 타먹었었는데 내 경우 그냥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느낌만 들어서 오히려 별로라
그냥 약끊고 평상시대로 보내면서 자연스레 넘긴것 같음.

나랑은 다를테니 이래라저래라 하찮은 조언같은건 못하겠고, 지금의 기분 잘 이겨내고 힘내길 바래!

럭키포인트 3,260 개이득

IGM2ecOe 2023.07.20 13:27  
형님, 형님은 참 세심하시고 예민하시고 생각이 많으시고 통찰도 있으신 것 같습니다
저도 이쪽으로는 누구에게 지지 않는 성향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형님의 이야기가 참 남일같지가 않습니다
저또한 비슷한 경험이 있거든요

어린시절의 일들, 20대 중반의 연애의 이야기에서 형님은 참 형님 스스로를 잘 다루신 것 같습니다
쉽지 않은 일일텐데 말이죠, 흔들리는 거에 맘껏 흔들리고 생각하다가 결국을 중심을 잘 잡으신 것 같아요
저는 흔들리다가 그만 넘어져버렸었거든요
한동안은 약없이 잠도 잘 수 없었고 생활도 할 수 없었습니다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흉터가 남아있고 가끔씩 상처가 욱신대긴 하지만, 그래도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일어날 수 있게 된 것은 형님과는 조금 다른 생각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어요
이 얘기를 좀 드리고 싶습니다

형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는 형님에게서 '타인에 대한 의존성'이 조금 느껴졌습니다
의외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실제로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남들의 감정과 분위기를 신경씀', '남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함', '남들이 나를 볼 때', '누군가가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내탓은 아니구나', '나는 지금 당신과 .. 당신도 .. 어쩔 수 없네요', 내가 그 여자를 '이해해주는 거니까'
등등의 이야기를 적어주신 부분에서 굉장히 타인과의 관계에 민감성이 두드러지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여기서 조금 더 발전시키면,
적어주신 두 연애의 사건 또한 타인에 대한 (혹은 사랑에 대한) 형님의 의존성이 조금 보입니다
타인를 사랑함으로 내가 행복함을 느끼는, 여기서 방점을 찍히는 부분이 '내가'가 아니라 '타인'이 되어버린, 약간 그런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나면서 스스로 확립하게 된 저만의 철학은 '결국 사람은 스스로 행복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이기심이나 개인주의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누군가와의 연애, 그 연애가 나에게 주는 행복, 가족, 가정 등 이 모든 것들의 출발점은 타인이 아니라 나 스스로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또한 연애에서 상대방에게 굉장히 기대를 하고, 의지하고, 엄청나게 사랑을 주고, 그랬다가 긴 연애끝에 결혼하기로 한 사람과 헤어지고, 잠수이별도 당해보고, 정신과도 다니고, 뭐 그랬었습니다

형님의 참 건강한 생각중에 하나인 '모든 사건의 이유가 내 탓은 아니다'라는 것이지만, 저는 이것에 너무 과하게 사로잡히신 나머지 타인에게서 어떤 이유를 찾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가진 '결국 사람은 스스로 행복해야 하는 것' 또한 과하게 사로잡히면 폐단을 낳을 수도 있겠죠
따라서 저는 형님의 사상이 저에게 참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가진 생각이 어쩌면 형님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형님의 최근 연애의 여자친구에 대해 어떤 것이 형님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인지 잘은 알 수 없지만,
제 지금의 연애 이야기를 해드리자면, 이전의 저(타인에게 기대하고 의지하던)로썬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근데 굉장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의 과거가 한국사회에선 아마 많은 이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겁니다. 예전의 저는 당연했을 것이구요
하지만 저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물론 그때부터 우리가 만났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그사람을 향한 '지금의 제 사랑'이 존재할까요?

그사람이 그렇게 살다가 나를 만나서 우리가 행복한 것이라면,
그사람의 과거가 오히려 감사하더라구요
물론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각자의 기준이 있겠지만
그사람과 나의 기준이 같은 것은 아닐테니까요

그사람이 내 가치관과 다른 것이 왜 신경이 쓰였던 걸까요?
그사람이 그사람 가치관과 다른 과거가 있다면 그게 문제라면 문제인 것 아닐까요?
그사람의 것을 내가 어떻게 할 순 없는 것이잖아요
왜냐면 그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그사람이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건 나이니까요

오히려 그사람이 평소에 말하던 것과, 생각하던 것들과 다른 행동을 하고있고 했었던 과거가 있는데 후회하지 않고 있거나 하면, 그런게 실망해야할 것이지 않나 싶습니다

형님의 생각들이 저는 굉장히 먼 곳까지 닿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형님의 그런 세심한 것들이 형님 스스로를 공격하지 않고 밖으로 뻗어나가 주변에게 좋은 영향을 주며 스스로도 건강해질 수 있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럭키포인트 1,122 개이득

HqFmTy0i 2023.07.21 10:27  
[@IGM2ecOe] 두 분 다 대단하시네요
자기 것을 글로 풀어내시는 능력이 탁월하시네요
저도 민감하다 예민하다 생각하며 살았지만 두 분에 비해선 생각이 짧았구나라는 느낌이 드네요
두 분 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럭키포인트 20,225 개이득

7EVX1Bwe 2023.07.20 14:40  
이런걸 정신과가서 썰풀어봐 도움이 될겨

럭키포인트 9,879 개이득

오늘의 인기글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