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2년간의 연애와 이별, 아마 이번이 마지막 연애가 되리라.
이번에 만난 친구는 2년 가량을 사귀며 정말 결혼까지 생각했다. 그 친구도 결혼을 이야기했었다.
그녀와 만난지 1년이 지나갈 무렵, 나는 잘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었다.
직장이 모자란 것은 아니었다. 대외적인 이미지는 좋지 않지만 이름만 말하면 모두가 아는 대기업이었고, 수입도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정년이 보장된다고 볼 수 없었다. 법적으로, 내규로는 보장되지만 나이가 차도록 진급하지 못하면 기다리는 것은 퇴사를 종용하는 지방발령 뺑뺑이 뿐.
첨단이 심하게 뾰족한 피라미드 구조의 조직 안에서 진급을 위한 정치, 실적..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3년 여를 다닌 직장을 뒤로하고 나는 그 동안 꿈이었던 경찰을 준비했다.
공부를 시작하고 8개월 째, 그녀의 태도가 예전과 같지 않았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언제 시험을 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런 징후를 애써 무시했다.
필기 시험장에 모여있는 수험생들의 여자친구를 보며 서운함을 느꼈다.
공부를 시작하고 9개월 째, 공부에 자신이 있었던 나는 초시에서 합격했다. 그녀는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2차인 체력 시험, 사무직 특성상 앉아서 일하고, 운동을 등한시했으며, 결정적으로 체력시험을 우습게 본 것이 화근이었다.
나는 체력 시험에서 과락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예상했던 범주였다. 필기합격이 결정된 날 체력학원에서 나의 체력을 측정해보았으므로.
모아둔 돈도 있고, 수험 기간도 길지 않았다. 나는 6개월을 더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내가 체력 시험을 쳤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위로의 말도 건네지 않았다.
서로 알고는 있지만 하지 않았던 말,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내가 싫어졌느냐고.
바람도 아니었고, 변심도 아니었다. 서로 오랜 대화를 나누었고 좋게 헤어지기로 했다.
그녀는 굳이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으나 '성공하면 한 번 연락달라' 라는 말을 했다.
분명히 내 직업적인 상황이 그녀에게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나는 수험에 성공하면 그녀에게 연락할까? 아니, 아마 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나이가 많이 찼다. 모아둔 돈은 동년배 친구들에 비하면 일천하다.
난 사랑을 하고 싶다. 하지만 31살, 내년에 수험에 성공한다고 해도 32살.
이 나이에 만나는 여자과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5분 전에 헤어진 사람이 새로운 연애를 생각하는 것도 우습지만 솔직히 이제 연애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