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거를 그리워한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오늘 나는 극히 심란하기에 몇 글자 적어내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내 삶이 너무 싫다.
사랑해서 만난 아내와 사랑해서 태어난 아이, 존재만으로 든듬함이 되어 주는 부모님.
이 한 문장이 나를 망친다.
내가 나를 싫어하게 만든다.
나는 사랑을 주기만 하려고 결혼한 게 아니다, 나는 주는 사랑만 하기 위해 아이를 가진 게 아니다.
나는 내 부모의 성취를 위해 태어난 게 아니다.
사실 거짓말이다.
나는 부모의 성취를 제대로 이뤄준 적이 없다, 나는 아내와 아이에게 사랑을 주기만 한 적이 없다.
그래서 내 삶이 너무 싫다.
그래서 저 문장이 나를 망친다, 저렇게 돼야만 할 것 같아서 괴롭다.
그들의 기대가 무겁다.
그 기대는 그들에게 당연한 것이다, 과거의 나는 누군가의 기대가 그리 무거운 줄 몰랐다.
나는.
의견 대립이 생겨 절충안을 찾는 과정에서 아내가 울면 져야 한다.
생각이 너무도 달라 다툼이 있을 때 똑같이 크게 말하면 폭력적인 남편이 되는 거니 항상 상냥해야 한다.
장모는 내 어머니처럼 생각해야 한다.
부모와 다른 의견을 내면 언젠가 부모를 버릴 놈이 되니 그러면 안 된다.
내 생각은 언제나 한심하고 미덥지 못하다.
그들의 기대에는 먼지가 쌓여있다, 나는 털 수도 불 수도 없는데 그들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아이의 기대는 언제나 힘이 된다.
소박하고 순수하다.
그래서 미안하다.
아이에게 나는 귀신도 잡고, 장난감도 사주고, 요리도 해 주고, 청소도 해 주고, 놀이도 해 주는 못 하는 게 없는 신이다.
그래서 너무 미안하다, 나는 그저 사람이고 이제 한계가 보이고, 자꾸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지니까
분명 과거에 나는 현재가 싫었었다, 겪지도 않은 미래를 원했고 그리워했었다.
근데 지금의 나는 미래는 두렵기만 하고 과거가 그립기만 하다.
풍경에 빈 곳이 많았던 시절 유행하는 노래처럼 사무치게 그립다.
아마 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일부에게 비웃음을 받을 거다.
인생은 원래 그런 거다, 너만 힘든 게 아니다, 네가 더 노력해라.
틀린 말이 아니다.
다들 이렇게 살아가겠지, 나도 이렇게 계속 살겠지.
나는 과거를 그리워한다.
현재의 삶이 너무 힘들고 싫지만, 기대를 받는 인생이기에 놓을 수는 없다.
나는 나에게 기도한다, 부디 미래에 내가 이 시절을 그리워할 수 있게 현재를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