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은 웃프네요.
올해 22
제대한 지 얼마 안 된 개붕입니다, 형님들
중학생 때까지 공부 잘했는데 急 음악에 빠져서 공부는 때려치고 음악만 했었습니다.
결과는 ㅈ망.
보컬 전공이었는데 건강상 문제로 더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보컬만 음악이냐 다른 전공도 있으니 한 게 아까우니까 계속해라 라고 하셨지만
아무리 스스로를 생각해도 저는 다른 전공에는 어중간했습니다.
예체능에 어중간한 재능만큼 저주인 게 없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음악은 취미로만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군대를 갔고 근래 제대를 했습니다.
제 사정은 이렇고, 제목이 저런 이유를 이제 말씀드리겠습니다.
친가에 저랑 동갑인 사촌이 하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비교 대상이었달까요...?
중학생 때까지는 그 비교 대상에 항상 제가 우위에 있었습니다.
학교 성적도 대회 성적도
근데 저는 이제 대학도 안 가고 공부도 멈춰서 길을 잃은 백수라면...
그 친구는 안암에 있는 좋은 대학교도 가고 군대는 아직 안 갔지만 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조부모님 집에 가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습니다...
어릴 때는 어른들이 어리니까 당사자들한테 직접적으로 누가 더 낫네라는 말을 안 했는데
20살이 넘고는 넌 어떻게 살 거냐, 누구 좀 봐라, 왜 그런 짓을 했냐 등등 직접적으로 뭐라고 하는 비교가 많았어서...
그렇게 걱정을 가득 안고 도착하고 전부 다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고모부(동갑 사촌의 아버지) 가 제게 요즘 뭐 하고 지내냐고 운을 뗐습니다.
멋쩍게 웃으며 아직 방황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는데
고모(동갑 사촌의 어머니) 가 순간 딜을 넣었습니다.
"언제까지 계속 방황만 할래~~ 00이 봐라 갈 길 딱 정하니까, 가기만 하잖아~~ 음악은 왜 해서 ~~"
저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고민이 많은 요즘이기에 기가 죽어서 대답을 못 했습니다.
부모님은 시끄러운 걸 원래 싫어하시고 고모, 고모부가 저러는 게 한두 번이냐며 항상 무시해서
또 속으로 삭혀야 하는 거구나 싶었는데...
할아버지가 갑자기 숟가락을 상 위에 딱! 놓으시더니
고모를 째려보기 시작했습니다.
고모는 "아니~ 왜 또 ~" 이러면서 눈치를 봤고
할아버지는 여자가 밥 먹는 데 말이 그렇게 많냐며 시끄럽다고 일갈을 하셨습니다.
고모는 순간 멈칫했고, 고모부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어서
고모가 아빠는 항상 오빠 편이라며 내가 오빠 새끼한테 뭐라고 하는 게 그렇게 보기 싫냐며 울분을 쏟아냈습니다.
그 후 숟가락을 내리고 고보무와 사촌에게 가자며 나가고 정말 가버렸습니다.
오고 간 말은 수십 마디도 안 되지만 그 안에서 수십 년의 서러움을 본 것 같아서
어느새 제가 겪은 서러움은 어디도 없었습니다.
어릴 때는 사촌과 노느라 몰랐지만 머리가 굵어지니 안 보였던 것들이 조금 보이는 기분에
즐거운 명절에 마냥 즐거울 수가 없었네요.
고모, 고모부가 밉지는 않지만 어른들의 문제로 사촌과 제가 비교가 되고 피해를 봤던 게 조금 속상했던 것 같네요.
지금은 비교 대상에서 우위에 있는 그 사촌은 제게 좋은 멘토이자 둘도 없는 친구인데...
명절에 이럴 때마다 참 난감하네요.
웃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