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하나 평가 부탁함 개붕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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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9 13:37
나는 엠봉때부터 해온 진성 개붕이임.
브런치라던가 글을 올리는 다른 전문적인 공간이 있지만 그런 곳은 애초에 글을 읽을 준비가 된 사람들만 존재해서 내 글에 대한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함. 그래서 개집에만 짧은 글 올려봄. 보고 나서 간단한 평 부탁해! 비난과 비판 모두 환영!
———————————-
자주 가던 선술집이 문을 닫았다. 일본어로 행복을 뜻하는 네온사인 간판은 항상 네 글자 중 마지막 글자만 점멸하지 않았는데, 이제 나머지도 빛나지 않는다. 행복은 없다.
늘 그렇듯 두 시간 빨리 퇴근한 최선생님이 근처 다른 곳에 자리를 잡아 두었다. 네비게이션으로 길을 찾은 통에 걸어서 피턴까지 하며 20분을 헤맸다.
선생님은 목요일에 학교를 떠난다. 아이들은 모른다. 그가 그걸 원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윤리와 사상을 배우는 네 반은 금요일부터 낯선 선생님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수업을 들어야 한다. 나는 그게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가 그걸 원하기 때문에 입을 다문다.
꼬박 여덟 달의 짧은 여정에서 그는 내가 종전에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여럿 가르쳐주었다. 이를테면 소크라테스가 살아생전 쓴 책이 한 권도 없다는 뭐 그런 소소한 사실들. 그 중 유독 기억이 남는 것은 도덕과 윤리의 차이였다. 술 잔 사이로 이음동의어니 유의어니 주워대던 내 얼굴을 보며 그는 이 질문을 사백 번쯤 들었다는 태도로 직업도덕이란 말이 없다는 사실을 내게 알려주었다. 아이들이 배우는 과목도 윤리와 사상이지 도덕과 사상이 아니란 말도 함께 했다. 윤사라는 줄임말은 있지만 도사라는 줄임말은 여러모로 이상할 거라는 웃기지 않는 농담도 곁들였다.
술이 들어가고, 몸이 데워진다. 그는 자신이 마저 일할 수 없는 남은 네 달에 대하여 말한다. 내가 아는 한 돈에 대해 무척 더디고 느린 사람이었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네 달의 월급, 받을 수 없는 명절상여금과 반토막나게 될 성과급을 헤아리는 그를 보며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그 감정이 정확히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직업도덕은 없는 말이고, 도덕과 사상은 없는 과목이고, 이제 행복은 없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참고) 기간제 교사를 하며 겪은 실화가 바탕임
브런치라던가 글을 올리는 다른 전문적인 공간이 있지만 그런 곳은 애초에 글을 읽을 준비가 된 사람들만 존재해서 내 글에 대한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함. 그래서 개집에만 짧은 글 올려봄. 보고 나서 간단한 평 부탁해! 비난과 비판 모두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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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던 선술집이 문을 닫았다. 일본어로 행복을 뜻하는 네온사인 간판은 항상 네 글자 중 마지막 글자만 점멸하지 않았는데, 이제 나머지도 빛나지 않는다. 행복은 없다.
늘 그렇듯 두 시간 빨리 퇴근한 최선생님이 근처 다른 곳에 자리를 잡아 두었다. 네비게이션으로 길을 찾은 통에 걸어서 피턴까지 하며 20분을 헤맸다.
선생님은 목요일에 학교를 떠난다. 아이들은 모른다. 그가 그걸 원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윤리와 사상을 배우는 네 반은 금요일부터 낯선 선생님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수업을 들어야 한다. 나는 그게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가 그걸 원하기 때문에 입을 다문다.
꼬박 여덟 달의 짧은 여정에서 그는 내가 종전에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여럿 가르쳐주었다. 이를테면 소크라테스가 살아생전 쓴 책이 한 권도 없다는 뭐 그런 소소한 사실들. 그 중 유독 기억이 남는 것은 도덕과 윤리의 차이였다. 술 잔 사이로 이음동의어니 유의어니 주워대던 내 얼굴을 보며 그는 이 질문을 사백 번쯤 들었다는 태도로 직업도덕이란 말이 없다는 사실을 내게 알려주었다. 아이들이 배우는 과목도 윤리와 사상이지 도덕과 사상이 아니란 말도 함께 했다. 윤사라는 줄임말은 있지만 도사라는 줄임말은 여러모로 이상할 거라는 웃기지 않는 농담도 곁들였다.
술이 들어가고, 몸이 데워진다. 그는 자신이 마저 일할 수 없는 남은 네 달에 대하여 말한다. 내가 아는 한 돈에 대해 무척 더디고 느린 사람이었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네 달의 월급, 받을 수 없는 명절상여금과 반토막나게 될 성과급을 헤아리는 그를 보며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그 감정이 정확히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직업도덕은 없는 말이고, 도덕과 사상은 없는 과목이고, 이제 행복은 없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참고) 기간제 교사를 하며 겪은 실화가 바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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