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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신천지 이야기 많은데 본인 전도 맛본 썰 푼다 (장문)

AgEPnMG4 6 930 5

[1]

때는 2014년인가? 내가 대학생때임.

나는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한 지 얼마 안된, 아직 군대의 물이 채빠지지 않아 매사에 적극성을 보이는 상태였다.

아마 군필자들은 공감할 것이다. '사회에 나가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대외 활동도 열심히 하고 해야징!!' 하는 그 상태.

부산의 부경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던 나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혼자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는데 입구 쪽에서 웬 아지매가 잠깐 시간 되느냐고 물어보더라.

당시에도 타블렛PC를 들고 다니며 설문조사를 가장한 포교를 하던 사이비 새끼들이 굉장히 많았지만 이 놈들은 보통 듀오로 움직이는데 반해,

이 아지매는 혼자 있었기 때문에 딱히 의심을 하지 않고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이야기인 즉슨, 자기는 센터의 고아들을 대상으로 하여 편지를 전달해주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혹시 시간이 괜찮다면 한 통 써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아직 군인의 티를 벗지 못해 조국과 민족에 대한 충정이 넘치는 나는 당연히 그러겠노라하고 즉석에서 짧은 편지를 써주었다.

나의 편지를 받은 아지매는 기뻐하며 정기적으로 써줄 수 있느냐며 관심있으면 연락처를 가르쳐달라고 하였다.

나는 흔쾌히 연락처를 알려주었고, 이것이 바로 신천지 전도의 시작이었다.


[2]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지매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 말고도 같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주에 1회씩 인근에 모여서 담당하는 아이들의 편지를

주고받는다고 했다. 시간과 장소를 알려줄터이니 그 곳에 가서 활동을 계속해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장소는 경성대 인근의 맥도날드.

참고로 부경대와 경성대는 도보 10분도 안걸리는 존나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거길 가니 내 나이 또래의 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기를 하니 자신이 이 부근의 활동을 담당하고 있으며 조금만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더 올 것이라 하였다. 잠시 기다리니 과연 다른 사람들이 왔고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한 4명? 정도 됐었던 것 같다.


이 활동을 1~2달 정도 진행했다. 그냥 편지만 주고 받는 일이었다. 포교라던가 이런 것은 일절 없었다.

당연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괜히 몰입해서 편지에 정성을 들였으며 독학으로 그림도 배워서 편지를 쓸 때마다 예쁜 캐릭터를 그려주며

이것을 받아보고 기뻐하는 아이들을 상상하곤 했다.

추후 이 모든 일은 부질없는 짓으로 밝혀진다.


이 활동을 진행하며 같이 편지를 쓰던 형과 친해졌는데 편의상 A라고 부르겠다.

이 A형은 나와 집이 가까웠고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기타에 정통했다. 활동 이외에도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가끔은 기타도 가르쳐주곤하며

나와 친분을 쌓았다.


어느 날 담당 여자와 평소처럼 활동(?)을 하던 중, 오늘은 맥도날드가 아닌 인근의 카페에서 편지를 쓰자고 하였다.

A형을 포함한 4명 정도의 사람과 함께 카페에서 편지를 쓰고 있던 중, 카페로 들어온 한 여성을 본 A형이 살짝 놀라더니 반갑게 인사를 건냈다.

누구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예전에 신세를 졌던 심리상담 선생님이라고 하였다. 잠시 이야기를 하더니 A형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여기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 간단한 MBTI검사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선생이라는 여자는 아.. 이거 막 하면 안되는건데.. 하며 곤란해하더니 뭔 테스트를 진행해줬다.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났는데 뭔가 용했던 것 같음.


그리고 자기가 사무실가서 진단을 해보고 상세한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하며, 혹시나 상세한 결과를 듣고 싶은 사람은 추후 연락을 줄테니

연락처를 가르쳐달라고 했다. 나는 친한 A형의 지인이니 별 의심없이 연락처를 가르쳐주었다.


이 테스트가 본격적인 신천지의 세뇌 전도의 시작을 알리는 효시였다.


[3]

몇 일 뒤, 선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진단을 마쳤는데 결과를 들어보겠느냐고. 생각이 있으면 자기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사무실에 찾아가니 선생이 자기는 야매가 아닌 진짜 상담사라면서 자격증을 보여줬다. 자격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그 때는 진짜 같았고.. 지금 생각해봐도 진짜 상담사였을 것 같음.


상담에 따른 상세 결과를 이야기해줬는데.. 진짜 왜인지 잘 모르겠지만 당시에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눈물을 줄줄 흘렸다.

난 학창시절 아버지의 외도로 편모가정에서 자랐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나도 모르는 트라우마가 있었는지.. 정말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를 많이 했주었다.

나도 이 사람에게 내 내밀한 것까지 이야기하며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이 선생이 이야기를 나눠보니 나에게 상처가 굉장히 많다면서 앞으로 시간이 되면 자기랑 몇 번 더 이야기를 하자고 하였다.

난 일면식도 없는 나를 위해서 이렇게 힘써주는 그 선생에 대해서 무한한 감사함을 느꼈으며 동시에 신뢰감을 쌓고 있었다.


그렇게 이 선생과도 비정기적으로 너 댓 번 만나서 상담을 가졌다. 

그러던 중 자기가 아는 좋은 선생님이 있는데 나같은 사람을 위해서 정기적으로 상담을 해준다고 하였다.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을 많이 도와줬으며 자기처럼 정식 라이센스가 있는 사람인데 내가 이야기하면 아마 들어줄 것이라고..

한 번 이야기를 해보고 연락을 준다고 하였다.


이 와중에도 전항에서 이야기하던 활동은 계속해서 병행하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나도 모르는 새에 신천지의 구성원과 교류하며 나의 내밀한 정보를 이야기하고 그들에게 신뢰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때 상담사에게 말했던 나의 정보는 신천지에 넘어가서 내 세뇌를 돕는 자료가 된다.

6 Comments
AgEPnMG4 2020.02.26 23:58  
와 시발 적고 보니 존나 기네. 벌써 5년도 넘은 일인데 너무 충격적인 기억이라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근데 재미없을 것 같아서 일단 이만큼만 적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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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92kB09a 2020.02.27 00:00  
[@AgEPnMG4] 존나 재밌는데 빨리 안적냐? 열받기전에 적어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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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DJsYuj 2020.02.27 00:01  
전도 맛 봤다길래 신천지 뗵뜨전도 말하는줄 알았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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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EPnMG4 2020.02.27 00:02  
[@loDJsYuj] 2편에 뗶뜨도 있다.. ㅡ.ㅡ 진짜임 괜히 충격이 아니다
rRa7iqjU 2020.02.27 00:09  
와씨 개쩌네..

그냥 어설프게 꼬시는게 아니라 ㅋㅋ 사람 심리검사해서 그걸 파고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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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6AyqR8 2020.02.27 01:31  
경성대 부경대 앞에 개같은 신천지 엄청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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