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전 노가리#2
전편 https://gezip.net/bbs/board.php?bo_table=anony&wr_id=830332&pag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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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관종이라 반응보고 연작해야지 했는데 살짝 시무룩했다.
근데 퇴근 시간이 또....안가고
1명이라도 봐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쓰는 게 아재의 매력아니겠나 싶어서 끄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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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그....러면 엄마 올 때까지만 잠깐만 들어가도 될까요...?'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원하던 대답이었던지 402호 아주머니는 내 팔을 덥석 잡았다
'그래~ 잘 생각했어~ 좀 전에 밖에나가니까 춥던데 따뜻하게 기다려 그게 좋아'
생각지도 못한 접촉에 화들짝 놀란 소년은 몸을 들썩이며 말했다.
'아...네..그럼 잠깐만....감사합니다'
엉거주춤 서있던 한 소년에 눈에 생글생글 웃고 있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비친다.
아주머니의 따스한 손길이 스며들어서일까 뒤통수를 긁던 손끝의 까슬함 따위는 잊혀진지 오래였다.
그렇게 지금껏 한 번도 가본 적 없었던, 마주보고 있지만 넘어가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402호의 문이 열렸다.
문고리를 잡은 채 날 맞이하는 그녀의 모습은 요상하리만큼 들떠 보였지만, 소년은 이상하리만큼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402호 현관에서는 싱그러운 방향제 냄새가 났다.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냄새였지만, 지금은 으레 기억할 수 있는 다이X에서 파는 그런 향.
문득 소년은 자신의 몸에 벤 땀 냄새를 떠올리며 다급하게 물었다.
'저 죄송한데...화장실 써도 될까요?'
들어옴과 동시에 잽싼 솜씨로 현관문을 잠군 아주머니는 더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그럼, 우리집도 너희집이랑 같으니까 찾아보렴. 근데 안방 화장실은 혼자는 안 된다?'
'아...네네'
정확히 반대인 집구조.
소년은 함께 들어온 현관 센서등과 달칵 소리와 함께 켜진 거실등 덕에 어려움 없이 화장실을 찾았다.
'어...벌써 찾았네..? 안방 화장실로 갈 줄 알았는데?'
묘하게 신남이 묻어있는 목소리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는 아주머니가 이상했지만, 소년은 개의치 않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콸콸 흐르는 물줄기에 땀으로 뒤덮인 얼굴과 목, 팔뚝을 적시며 얼굴에 막 비누칠을 했을 무렵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리며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쑥 들어왔다.
'샤워 해도 돼. 아저씨 옷 빌려줄게 어차피 오늘 아저씨 못 온다고 해서 자고 가도 된단다'
비누의 따끔함인지 과한 친절에 대한 따가움인지 모를 감각이 얼굴을 감쌌다.
'아...아니요! 엄마 곧 오실 거예요! 괜찮아요!'
황급히 비누 거품을 걷어내던 소년의 등에 이젠 구면인 향이 내려 앉았다.
'그래? 아쉽네.....? 그럼 씻고 나오렴 아줌마는 밖에서 기다릴게'
당황과 황당의 그 어디쯤을 헤메던 몸뚱이를 수건으로 겨우 진정시킨 소년이 거실로 나왔다.
분명 밝았던 거실인데, 몇 분 사이에 어둠이 내렸다.
등 뒤의 화장실 불과 목소리와 함께 넘실거리는 안방의 불빛만이 거실을 가로질러 오묘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잠깐 거실에 있을래? 집에 들어오니까 덥네. 옷 좀 갈아입고 올게 들어오면 안된다?'
지금껏 둔함으로 일관하던 소년의 머릿속에 경보음이 울렸다
'아 이건 뭔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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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조절 실패로 다음 편으로 갑니다....
다들 불금 재밌게 즐기시고...
재밌는 주말 보내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