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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해죽겠다

QD61c6Yk 36 577 10
일 짤린지 일주일이다
부모님한테 털어놓고 같이 술 한잔하고 왔다
잘 끝나고 와이프 맛있는거 사주라고 11만1천원 주시더라
고맙게 받고 왔는데 주머니에서 떨어뜨렸나봐
와이프 맛있는거 사줄 생각에 들떠서 왔는데 그걸 떨어뜨렸다
20분동안 울면서 찾았는데 없었어
난 진짜 되는게 아무것도 없나보다
단순히 돈을 잃어버려서가 아니라
부모님이 기죽지 말라고 주신 돈
와이프한테 맛있는거 사줄 돈이라서
없어진거 아니까 눈물부터 나더라
진짜 인생 좆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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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1 HwMsFx1G  
10년도 더 넘은 예전에

군대다녀와서 정신에 무슨 바람이 들었는가 돈벌어보겠다고 친구들이랑 식당 창업한 적이 있다

꿈에 부풀던 건 딱 세 달 가더라.

웃는 날보다 화장실 들어가서 물틀어놓고 우는 날이 더 많았고 온갖 일이란 일은 다 겪고

결국 쫄딱 망하고 돈보다도 소중한 줄 알았던 친구 두 놈이랑 죽을 때까지 얼굴도 못 볼 사이가 됐다

날린 돈보다, 생겨난 빚보다 더 힘든 게 원망도 않고 날 불쌍하게 보는 가족들 눈이었음

여전히 철없던 나는 정신 차려보겠다는 핑계로 부산 여행에 다녀오겠다고 했었다

평생 데면데면 지내던, 결혼 준비중이고 잠시 집에 내려와있던 누나가 그날 새벽에 길을 나서는 날 붙잡고

백만원을 넣은 봉투를 주더라.

별 말도 않고, 교통비 하라면서..

눈물날 것도 같고, 고맙기도 한 뒤죽박죽인 마음으로 그 돈으로 버스타기 전에 편의점서 맥주를 몇 캔 까구 부산행 버스를 탔고,

버스에서 내려서 부산에 사는 친구한테 전화하려고 가방에 든 핸드폰을 꺼내다가 알아차렸다.

그 봉투를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놓고 온 걸....

그 길로 다시 올라가는 버스 잡아타고 있을 거야, 대한민국은 아직 살만할 거야 하면서 주먹이 하얘질 때까지 눈물을 집어삼키고

마침내 텅 빈 그 야외 테이블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다리에 힘이 풀리고 눈물이 줄줄 나더라

차마 누나한테는 그 돈을 받은지 한 시간도 안 돼서 잃어버렸노라 말할 수가 없더라

그래서 원래 부산서 만나려던 친구에게 부탁해 부산 여기저기 사진과 맛난 음식들을 받아 누나한테 보내줬다. 이렇게 맛있게 먹고 좋은 거 구경하면서 참 힘이 많이 되었다고..

참 생각해보면 등신도 그런 등신이 없지. 일이만원 하는 돈도 아니고 그 큰돈을..

근데 나는 그 원동력으로, 진짜 쓰지도 못해본 백만원으로 지금까지 살게 됐다.

그 어떤 부산의 맛집보다, 휘황찬란한 구경거리보다 내 삶을 다시 돌아가게 해준 연료가 됐음.

너도 마찬가지일거야.. 오늘의 속상함이, 오늘 흘린 눈물이 진짜 11만 천원만큼, 111만원만큼 더 맛있는 음식을 아내에게 사 주고야 말겠다는 힘이 될 거야

오늘도 캔맥 한캔 먹고 배긁으면서 개집보다가 옛날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서 주절주절 댓글 달아봤음... 옛날 생각나게 해줘서 고맙고 꼭 좋은 일만 있음 좋겠다.. 아침에 누나한테 전화한통 해야지
36 Comments
MQqP8zQO 2021.09.06 20:33  
힘내라
인생은 바이오리듬처럼 하향곡선뒤엔 반듯이 상향곡선이 있기 마련이다
기죽은 모습 가족들한테 보여주면 그게 더 힘들게 하는거다 당당하게 쉬고 준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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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81njvlR 2021.09.06 20:38  
[@MQqP8zQO] 내 바이오리듬은 나 죽고나서 오르려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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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D61c6Yk 2021.09.06 20:47  
[@MQqP8zQO]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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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D61c6Yk 2021.09.06 21:05  
[@MQqP8zQO] 그리고 네 바이오리듬은 곧 오를거야 걱정말고 힘내 !
bzywAlP4 2021.09.06 20:36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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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D61c6Yk 2021.09.06 20:47  
[@bzywAlP4] ㅜㅜㅜ
mxYWwusK 2021.09.06 20:43  
딱 견딜만큼만 힘든게 인생이지
나중에 돌아보면 그냥 술안주감으로 털어버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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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D61c6Yk 2021.09.06 20:48  
[@mxYWwusK] 그렇겠지 ? 잘 되서 와이프 맛잇는거 많이 사주고 싶다
M6ndWcOE 2021.09.06 20:44  
근데 그거 아냐
긍정적인 기운을 가진 사람한테 긍정적인 에너지가 오고
부정적인 기운을 가진 사람한테 부정적인 에너지가 옴
긍정적으로 사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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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D61c6Yk 2021.09.06 20:48  
[@M6ndWcOE] 항상 긍정적인데 요즘은 힘드네
고맙다 !
tSQ2H4U3 2021.09.06 20:50  
오늘만 날인가 앞으로 와이프한테 맛있는거 해주고 사줄 날이 창창한데! 거, 힘드시겠지만 힘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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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D61c6Yk 2021.09.06 21:04  
[@tSQ2H4U3] 고맙습니다 !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네요
괜찮다고 다독이고 달래주는 와이프를 위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
nBe2XAYm 2021.09.06 21:04  
그걸 잃어버리네.. 정신 어따팔고 댕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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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D61c6Yk 2021.09.06 21:05  
[@nBe2XAYm] 그러게 .. 주머니에 넣어뒀는데
폰 빼면서 떨어졌나봐 .. 이제 더 조심해야겠다
정신 차리고 살게 고마워 !!
nBe2XAYm 2021.09.06 21:06  
[@QD61c6Yk] 정신차려야 일도 다시 하고 와이프 행복하게 해주지

정신차리자 !!!!!!!!!!!!!!!!!
QD61c6Yk 2021.09.06 21:07  
[@nBe2XAYm] 그래 고마워 !
정신 똑바로 차릴게 !!!!
Q5gsw6DS 2021.09.06 21:22  
와, 나는 오늘 길가다 11만 1천원 주웠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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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pFsymcT 2021.09.06 21:25  
[@Q5gsw6DS] 형 눈치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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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D61c6Yk 2021.09.06 21:55  
[@Q5gsw6DS] 아 그거 내거야 ..... ㅜㅜ
CcR6nNBf 2021.09.06 21:45  
힘내라....나도  그런경함 있다. 돈의  액수를 떠나서...정말 이 돈은 소중한 돈...쓰기 정말 아까운 돈....그런...다시한번  힘내고. 잘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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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D61c6Yk 2021.09.06 21:56  
[@CcR6nNBf] 고마워 ㅜㅜ
그 돈도 그런 돈이었는데 너무 마음 아프더라 ..
힘낼게 고마워 !
c0RKXCPf 2021.09.06 21:59  
마음아프네..

형아 보고싶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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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D61c6Yk 2021.09.06 22:17  
[@c0RKXCPf] 갑자기 ... ?
djvMbZqY 2021.09.06 22:05  
되는 일이 없는게 아니라, 니가 돈을 제대로 안넣은거지
재수가 없는게 아니다
다음부턴 잘챙기면 그런일 없다

럭키포인트 14,072 개이득

QD61c6Yk 2021.09.06 22:17  
[@djvMbZqY] 어 .. 이거 맞다 ..
이번 일 겪어서 확실하게 깨달았어
이제 잘 챙기려고 ! 고맙다 !
gHRYl3BD 2021.09.06 22:20  
아무것도 안된다 난 쓸모없다 난 진짜 머하는썌끼이지? 이렇게 생각하는것도 짧게 하고

더 강해져야겠다 이제 앞으로 무엇을해야겠다 라고 생각만해

이번에 돈잃어버렸으면 다음부터 안잃어버리겠다 아니 내가 부모님에게 주겠다라는 마인드로 독하게 살어

난 긍정마인드 부정마인드 다 있어야한다고봐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나중에 크게 현타옴

걍 부정적인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대신 그시간을 짧게 가져가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갈생각해

이꽉꺠물고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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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D61c6Yk 2021.09.07 01:27  
[@gHRYl3BD] 고맙다
강하게 마음 먹어야 한다는 것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할 지 알려줘서 고마워 !
3uWVnHic 2021.09.06 22:22  
힘내라 반드시 좋은일이 나중에 생길거야 어깨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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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D61c6Yk 2021.09.07 01:28  
[@3uWVnHic] 고마워 !!
다들 조언해준대로 힘내고 어깨펴서 잘 이겨내볼게 !
HwMsFx1G 2021.09.06 23:01  
10년도 더 넘은 예전에

군대다녀와서 정신에 무슨 바람이 들었는가 돈벌어보겠다고 친구들이랑 식당 창업한 적이 있다

꿈에 부풀던 건 딱 세 달 가더라.

웃는 날보다 화장실 들어가서 물틀어놓고 우는 날이 더 많았고 온갖 일이란 일은 다 겪고

결국 쫄딱 망하고 돈보다도 소중한 줄 알았던 친구 두 놈이랑 죽을 때까지 얼굴도 못 볼 사이가 됐다

날린 돈보다, 생겨난 빚보다 더 힘든 게 원망도 않고 날 불쌍하게 보는 가족들 눈이었음

여전히 철없던 나는 정신 차려보겠다는 핑계로 부산 여행에 다녀오겠다고 했었다

평생 데면데면 지내던, 결혼 준비중이고 잠시 집에 내려와있던 누나가 그날 새벽에 길을 나서는 날 붙잡고

백만원을 넣은 봉투를 주더라.

별 말도 않고, 교통비 하라면서..

눈물날 것도 같고, 고맙기도 한 뒤죽박죽인 마음으로 그 돈으로 버스타기 전에 편의점서 맥주를 몇 캔 까구 부산행 버스를 탔고,

버스에서 내려서 부산에 사는 친구한테 전화하려고 가방에 든 핸드폰을 꺼내다가 알아차렸다.

그 봉투를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놓고 온 걸....

그 길로 다시 올라가는 버스 잡아타고 있을 거야, 대한민국은 아직 살만할 거야 하면서 주먹이 하얘질 때까지 눈물을 집어삼키고

마침내 텅 빈 그 야외 테이블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다리에 힘이 풀리고 눈물이 줄줄 나더라

차마 누나한테는 그 돈을 받은지 한 시간도 안 돼서 잃어버렸노라 말할 수가 없더라

그래서 원래 부산서 만나려던 친구에게 부탁해 부산 여기저기 사진과 맛난 음식들을 받아 누나한테 보내줬다. 이렇게 맛있게 먹고 좋은 거 구경하면서 참 힘이 많이 되었다고..

참 생각해보면 등신도 그런 등신이 없지. 일이만원 하는 돈도 아니고 그 큰돈을..

근데 나는 그 원동력으로, 진짜 쓰지도 못해본 백만원으로 지금까지 살게 됐다.

그 어떤 부산의 맛집보다, 휘황찬란한 구경거리보다 내 삶을 다시 돌아가게 해준 연료가 됐음.

너도 마찬가지일거야.. 오늘의 속상함이, 오늘 흘린 눈물이 진짜 11만 천원만큼, 111만원만큼 더 맛있는 음식을 아내에게 사 주고야 말겠다는 힘이 될 거야

오늘도 캔맥 한캔 먹고 배긁으면서 개집보다가 옛날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서 주절주절 댓글 달아봤음... 옛날 생각나게 해줘서 고맙고 꼭 좋은 일만 있음 좋겠다.. 아침에 누나한테 전화한통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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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R6nNBf 2021.09.06 23:18  
[@HwMsFx1G] 아....올해 내가 본 댓글 중에  최고의  댓글이다......감정이 울컥해지네.. 그 때의  그 감정을 나도 조금이나마  알거 같아서...더  눈물이 난다...비 오는 밤에....너무 좋은 글 적어줘서  고마워....본문에 글쓴이는 아니지만 ,,,덕분에  센치해 지는 밤이네...
nBe2XAYm 2021.09.06 23:52  
[@HwMsFx1G]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QD61c6Yk 2021.09.07 01:40  
[@HwMsFx1G] 너무 와닿네 ..
액수를 떠나서 그 때의 너에게 그 돈의 무게감이
지금 내 상황의 무게감 같아서,
서로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감히 그 무게감이 같거나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힘듦이었을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어려운 시간 잘 참고 잘 보냈네 고생많았겠다
나도 나중에 잘 되서 내 글을 보고
이런 때가 있었지 혹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을 보며
이렇게 힘이 나는 글을 적을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 같아
그냥 푸념일 뿐인데 이렇게들 힘나게 해주니
고맙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힘낼게 고마워 !!
304cPleA 2021.09.06 23:24  
원래 안되는 날은 뭘해도 안되더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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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D61c6Yk 2021.09.07 01:40  
[@304cPleA] 그러게 그 날이 어제같은 날이었나봐 ..
다시 새로운 날이 왔으니 힘내봐야지 !
Ukyk7K51 2021.09.08 01:42  
7777ㅓ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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