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한테 미안해 죽겠다.
누구든 인생의 전성기라 생각할 수 있는 시기가 다 있겠지만
난 10대가 그 시기였던 것 같다.
좋은 친구들이 있었고 꿈에 대한 열정이 어리석을 만큼 가득했었다.
사람 일이라는 게 마음 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어린 나도 알고는 있었지만 체감하게 되는 상황이 오니까
멘탈을 잡을 수가 없더라.
몇 년을 준비하던 내 꿈이 망가지고 건강이 망가지니까
학교도 다니기 싫어지고 겨우 붙었던 대학도 못 가게 됐다.
자격지심과 피해망상 그리고 부끄러움과 절망감에
내 이런 거지같은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잠수를 탔었고, 그게 벌써 10년 전 .
학교 다닐 때 제일 친했던 친구가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숨어서 건너건너 듣게 됐고
가서 축의금이라도 전하고 올까 하는 생각은
가벼운 내 통장과 지갑을 보고 접게 됐다.
그 친구의 인생에서 나는 이미 흘러간 사람일 건데
내 인생에 그 친구와 그 시절은 흘러가지 못하고
아직 고여있다.
현재를 살아야 하는데 아직도 나는 과거에 살고 있다.
편지라도 적어 넣고 바로 집에 올까라는 생각에
오히려 비웃음만 살까 무서워 가지도 못하고 ...
어릴 적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sns는
이제 불편한 존재가 되어 친구의 생활을 염탐하려 해도
어려워 하지도 못한다.
나는 도태되었고 친구들은 그 사실조차 모른다.
내가 성공한 것은 딱 하나 내 도태됨을 친구들이 모르게 했다는 것이다.
항상 자기 전에 생각한다.
그 시절 나는 왜 실패한 걸까
재능이 없던 것도 아니고 욕심이 없던 것도 아니고 열정이 없던 것도 노력이 없던 것도 아닌데
그냥 저주스럽고 매일은 한탄만 한다.
언젠가 성공해, 값비싼 선물을 들고
친구에게 찾아가 못 가 미안했다며 힘든 시절이 있었다며
다시 잘 지내고 싶은 망상만 가득하다.
나는 다시 잘 살 수 있을까.
어릴 적, 가까운 가족 중 한 명이
질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교도소에 갔다가 출소 후 자살을 한 적이 있었다.
마냥 좋은 일만 있을 줄 알았던 그때의 나는
그 가족이 안타깝지만 내심 한심했다.
지금의 나는 그 가족이 이해가 된다.
그렇다는 건 그 가족의 선택과 가까워졌기 때문인 건가.
아니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 중 하나인 건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내가 너무 추하다.
어떻게든 망상 속 나를 현실로 끄집어내려는 내가 추하다.
쉬는 시간 가만히 있어도 내게 몰려와 수다 떨던 시간과 친구들이 그립고
하고자 되고자 하는 열정과 욕심에 하루를 보내던 순수했던 내가 너무 그립다.
왜 내가 이런 글을 적는 건지는 모른다.
아무 데도 말할 곳이 없고 부끄러움에 익명을 빌려 마음을 비우기 위함인 건지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현실을 파악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인 건지...
누구의 인생에는 이야기가 없겠냐만
유독 내 인생은 더 사나운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