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떠났다
DCCZliG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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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8 13:24
10년 기른 고양이가 주말 새 갑자기 아파지더니 홀랑 가버렸다.
망할놈
어차피 수요일날 만날거라 수요일까지만 버텨달라고 그렇게 빌었는데
서울행 기차 타자마자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호다닥 가버렸다.
이럴거면 어제 왜 걸었냐 너
왜 다시 밥먹고 물먹고 왜 그랬냐
꼼짝 못하고 누워있다가 겨우 일어나서
비척비척 돌아다녔잖아
자꾸 차가운 곳으로만 가길래
너 좋아하는 전기 장판 위에 올려줬잖아
너 좋아하는 이불 덮어줬잖아
근데 왜 그땐 가만히 있고
생글생글 눈도 맞추고
부르면 대답도 하고 그러더니
왜
나 없을 때 홀랑 가버리냐
이 나쁜 놈아
못난 주인 만나서 시골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본가로 왔다갔다 고생만 죽어라하고
이제 다시 넓은 집으로 다 같이 살 수 있는데 왜 지금 가냐고 왜
텅빈 사무실에서 혼자 끅끅 거리다가
찍어둔 사진이라도 보려했는데 못난 주인 답게 니 사진이 더럽게 없더라
그나마 개집에 니 사진 올린게 생각나서 그거 보러 왔다
아직까지 마냥 뽀얀데 왜
집에 가면 있을 것 같은데 왜
이제 내일 모레면 너 좋아하는 박스 많이 생기는데
왜 거기 들어가지도 못하고 가냐
일부러 너 좋아하는 굵은 박스로 주문해서 짐싸고 그랬는데
이제 이거 누가 갖고 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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