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이 너무 못나서 죽고싶음
개붕이들 안녕
나는 27살 남자야
우리집안은 어려서부터 가난했는데 부모님께서 나 하나 바라보고 열심히 사셔서
풍족하진 않지만 부족함 없이 잘 살아왔어. 지방 4년제 나온 것 부터가 불효인데 학자금대출 한번 안받고
부모님께서 지원 + 국가장학금으로 학비를 전부 해결했어. 너무 막심한 불효지ㅋ 어릴 땐 그래도 4년제 졸업장은 따야
인정받고 취직되는 줄 알았어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고. 토목공학과를 나와서 토목기사 자격증을 땄고 그 외엔 아무 스펙이 없어
토익도 없고 그저 토목기사 자격증 하나만으로 여기저기 건설쪽 중소기업도 알아보고 하다가 현실의 벽을 깨달은거지 너무 늦게ㅋ
면접도 수십번 떨어지고 서류광탈도 수십번 당하고 그러는 동안 1년전 알바하다가 만난 5살 연하의 여자친구가 있는데
참 어렵고 힘든가정에서 장녀로 자라왔어. 지금은 부모님과 사이가 온전치 못해서 떨어져 살고 혼자 자취를 해.
친구들은 다 지방에 있고 혼자 수도권 올라와서 사느라 기댈 곳 없는 여자친구에게 조금이라도 기댈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
참 많이 노력했지. 여자친구는 초밥을 배우느라 주 5~6일 12시간씩 일하느라 여가시간도 별로 없는데다가 같이 일하는 가게사람들도
그닥 살가운 사람들은 아니라서 참 고생을 많이 하고있어. 그런 여자친구집에서 나는 빨래랑 청소랑 각종 집안일들을 거의 다 해주면서
여자친구 쉬는날이건 아니건 거의 주 2~3일을 여자친구 집에 머물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 그러는 동안 취직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위에 쓴바와 같이
번번이 실패했고 그렇게 1년을 지내며 참 많은 생각을 했어. 나는 사회에 뛰어들어야 할 27살이고 여자친구는 22살 한창 예쁠나이 인데
나같이 능력없고 별 볼일 없는 놈을 만나 고작 나때문에 여자친구가 젊음을 낭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어딜 놀러가도 내가 차가 있었다면 마음껏 편하게 다니고 할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매일 대중교통이나 타고 남들 하는 커플링하나 못해주고
비싼 옷 하나 못사주고... 내 자신이 너무너무 한심하더라. 그러다가 며칠 전에 결국은 여자친구와 대화를 했는데
여자친구가 엉엉 울면서 얘기하더라고.. 여친은 나랑 항상 같이 있고싶고 같이있으면 너무 행복한데 지금은 그러면 안될 것 같다고..
자기(여친 본인)때문에 내가 하고싶은 일, 해야할 일을 못하는것 같다고 나보고 너무 미안하다고 우는거야..
각자의 중요한 일이 있는데 너무 서로만 사랑하고, 너무 꽉 껴앉고 살았던 것 같다고 잠깐 서로 거리두고 나보고
내 할 일에 신경쓰고 열심히 살고 내 스스로 앞가림 할 수 있을때 다시 만나자는거야.. 정확히 헤어진건 아니고 정말 잠깐 서로의 시간을 갖고
나중에 다시 만나기로 했어.
사실 이 말을 내가 먼저 했어야 하는데 여친이 먼저 하게 해서 너무 죽고싶더라... 전화하는 동안에는 여자친구가 엄청 울었는데
나는 꾹 참았어 괜히 더 미안해할까봐.. 그렇게 잘 지내라고 그동안 고마웠다고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더라
그래서 더이상 취업안된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수 만은 없어서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하나 더 따기로 마음먹었고
내년 4~6월이 시험이라 그 전까지는 공부하면서 쿠팡이나 다른 알바를 병행하고 연애하는동안 찐 살도 다시 헬스다니면서 빼고 사람답게 좀 살아보려고..
나도 내 자신이 쓰레기같은 인간이고 나약하고 고생한번 안해본새끼인거 잘 알고있어. 나보다 훨씬 안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더 많을텐데
그런사람들도 죽기살기로 살아가고 이겨내고 열심히 살아가는데 너무 좋은 부모님 밑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자라서 내가 현실을 잘 몰랐나봐
이제 그 사랑도 부모님께 돌려드리고 여자친구에게도 베풀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야겠어
내 자신이 한심해서 그냥 새벽에 푸념글 적어봤어.. 나에 대한 욕은 당연하게 무조건 수용할게 읽어줘서 고마워
앞으로 정말 열심히 살게. 개붕이들도 항상 건강하고 힘내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