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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무숲

어느덧 서른후반에 도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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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애비 밑에서 태어나 나도 엄마도 피흘리며 맞는 날이 많았고.

엄마는 내가 중학교 1학년때 돈 벌어서 우리끼리 살자고 조금만 기다리라며 집을 나갔고. 


결벽증에 알콜중독증까지 있는 애비 아래서 꾸역꾸역 살아내어 불꽃같은 스무살을 보내고

평소와 같이 피흘리며 맞던 어느날 견딜수가 없어 맞던 도중 집을 나왔고,

짝짝이 슬리퍼를 신고 런닝차림으로 친구네 집까지 걸어가 서럽게 울고

그 날로 엄마를 찾아 어찌어찌 엄마와 함께 살게 되고.

엄마는 집을 나가 고기집에서 일하고 집도 없어 고기집에서 먹고 자며 밤이면 나와 동생 사진을 안고 잤다고 한다.

지금 엄마는 그때 하도 가위질을 많이 해서 손가락에 관절염이 생겨 손가락이 조금씩 비틀어지고 있다.


여튼 나는 그 와중에 인서울 대학을 갔고 연애도 해보고, 군대도 다녀오고.

취업을 하고,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고,


오늘 문득 돌이켜 보니 어느새 서른후반에 도달하였다.


살아보니 세상은 참 허망하다.

똑똑한 자도 모자른 자도 결국 그 끝은 같다.

누군가는 의롭게 살면서도 망하고

누군가는 죄악된 생활을 하면서 장수한다.


먹고 마심에, 그 순간 순간을 감사하며 사는 것이 곧 행복한 자이자 승리자일 뿐.


그렇기에, 

죽는 날이 태어난 날보다 낫다.

3 Comments
fdxj0aaV 2021.02.06 03:20  
그런 생각을 합니다

왜 우리는 생일을 축하하는 걸까? 뭐 좋은 날이라고..

찰나의 행복을 위해 긴 슬픔과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게 인생인데.

그걸 시작한 게 축하할 일인가..

또 그래서 아기는 태어날 때 우는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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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3OCcoZ 2021.02.06 03:24  
딸쳤나 현자들만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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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qUfgR 2021.02.06 08:16  
[@SO3OCcoZ] 두둥 탁! 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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