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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골수(조혈모 세포) 기증 썰 (무지 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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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커뮤에서 골수 기증 관련 글을 봤는데, 내가 회원 가입하고 활동하는 곳은 개집밖에 없어서 여기다 씀.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자랑하기 위함도, 그렇다고 위험하다고 말하기 위함도 아님.

그냥 이런 경우도 있다. 정도이고, 난 기증하라고 권장하는 바임.

다시 하겠냐고 물어 보면. 당연히!

난 거의 초기에 조혈모 세포를 기증한 편임.

 2001년인가, 2년인가? 소식지 찾아보면 나오는데, 귀찮음.

기증 신청하고나면 나중에 나랑 일치하는(혈액형은 상관 없음. 코디님 설명에 따르면 ABO 방식은 수혈을 위한 구별이고,

실제는 더 다양한 혈액형이 존재한다고 하셨음.) 환자분이 나오면 먼저 편지가 옴.

상대의 연령대와, 성별과 현재 상태, 담당 코디 이름과 연락처 정도?

참고로 기증은 만 45세인가 까지만 가능한데, 그때까지 연락을 못 받는 사람들도 있음.

난 4년만엔가? 30대 남자분이 나랑 일치해서 연락이 왔음.

난 콜! 을 외쳤고, 환자분이 거부권을 행사 하셨음. 다른 방법을 시도하다가 안되면 그때 하시겠다고.

그리고 1년후, 다른 환자분이 필요하다고 연락이 왔음. 난 당연히 콜! 을 외치고 싶었으나...

그 사이에 형편이 달라 졌음. 엄마가 난소암 3기C로 수술을 하시고, 항암중이시던 때였음.

24시간 응급실로 뛰어 갈 준비를 하며 살아야 하는데, 갈등이 생겼음.

그리고 엄마가 항암 다 끝나고 회복하거든 하라고 말라기도 하셨고.

결국 그 환자분이 그 시간을 버티실 수 있을까? 란 생각에 그냥 강행했음.

엄마는 서운 하시면서도 그 분의 처지가 안타까운, 이 두 마음이 계속 교차했다고 하셨음.

그 이후엔 내 담당 코디님이랑 통화하고, 적십자로 찾아가서 자세한 설명과 조심해야할 것들 듣고 각종 서류를 작성했던 걸로 기억함.

지금도 기억하는건, 동시에 양쪽이 준비에 들어 간다는거, 준비에 들어가면 내가 기증을 철회하면 환자분은 죽는다는거.

의외로 준비 들어가기 직전 기증자 가족의 반대로 무산되는 경우도 많으니 반드시 가족들에게 알리고 동의를 구해달라고 했던거.

아, 기증 방식도 이때 선택하는데, 골반 에서 뽑느냐, 성분 헌혈 하듯이 혈관에서 뽑느냐 인데,

이때만해도 골수가 기본 방식이었고, 혈관에서 뽑는건 내가 국내 2,3번째 였었음. (요즘은 혈관에서 뽑는게 기본이라고 함)

근데 혈관에서 뽑는게 이번 환자분에겐 더 좋은 걸로 나타났지만 골반은 하루, 혈관은 2일동안 뽑아야 해서 하루더 입원 해야 한다고 했음.

난 당연히 환자분에게 좋은 방법을 선택했지.

그리고... 내가 갈 병원을 선택하는 것으로 끝났던거 같음.

난 집에서 가까운 대학 병원을 선택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큰 실수 같음.

내 준비는 1주일간 매일 병원으로 가서 혈액 검사와 조혈모 세포 촉진제를 맞는건데, 난 채중을 계산하니, 4개를 맞아야 한다고 했음.

평일에는 하나로 합쳐서 나왔는데, 일요일엔 담당 직원이 없다고, 그냥 4개를 연속으로 맞았음. 이때 질려서 그 후론 주사 싫어함.

근데... 첫날부터 부작용이 왔음. 저녁 8시 인가? 9시 인가 되면 1시간 정도였나?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함.

당연히 혈압도 오르고, 머리도 아프고.

얼마전에 심장 부하검사를 했는데, 딱 그 증상이랑 일치해서 그때 생각이나 기분이 참으로 ㅈ~~~~~옷 같았음.

입원 당일 만난 의사에게(주치의는 아니었음. 그분은 나중에 퇴원하기 전날 만났음.) 얘기했더니, 전 세계적으로 그런 부작용은 몇건 없었다며 무시했음.

그리고 그 부작용은 한달 반인가 두달을 더 가서 사라졌음.

기증을 위해 양쪽 팔에 굵은 바늘을 꼽아야 하는데, 지난 1주일간의 혈액 검사로 팔이 온통 멍들어 있었음.

결국 오른쪽 허벅지의 동맥을 째고, 엄청 긴 바늘과 줄을 넣었음.

입원 당일도 이런 저런 검사를 했던 걸로 기억함.

아, 기증자의 입원비는 모두 환자가 부담하며, 무조건 1인실임.

그렇게 입원 다음날 첫 기증을 했음.

너무 길어서 한번 끊고 가겠음.

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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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8UjvWlYC 2021.03.05 23:52  
막상 읽어보니 짧네? 1시간 걸려서 쓴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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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xkwqD 2021.03.06 00:01  
흥미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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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Ef6DnNO 2021.03.06 00:07  
아 나도헌혈이랑 조혈모세포기증하고싶은데 썰 더풀어줘 난 내건강이안되서 헌혈의집서빠꾸당함 ㅜㅜ 건강해질려고요새운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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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gFQIRr 2021.03.06 00:08  
잘 읽었습니다. 진짜 대단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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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Q2T8nQ 2021.03.06 00:28  
한때 기증 희망 등록자였고, 지금은 혈액암으로 이식을 받아야하는 입장에서 당신은 누구보다 멋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헌혈마저 피팔이들에게 안준다며 거부하는 상황에서 한 사람을 위해 많은걸 희생해주셨네요.

당신이 소비한 기간과 상황에 대한 부담감, 공여과정에서 생긴 부작용 등, 아마 공여받은 사람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누구보다 당신에게 감사하고 있을 듯 하네요

전 간호사라서 해당 과정을 다 알고 있지만, 이젠 이식을 받는 입장에서 이식을 해주는 입장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요 너무 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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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WTipH 2021.03.06 00:52  
나도 준비 중인 시험 완전히 끝나면 기증신청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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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IIobLf7 2021.03.06 07:36  
오 멋지다..
기증하는데 비만은 안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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