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인생의 단 한분이었던 은사님
어제 안동에서 안타까웠던일을 보고 생각나서 감사했던 선생님이 생각나서 그냥 몇자 적음...
선생님의 사소한 행동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초1이었을때 이런저런이유로 집안이 많이 기울었다.
IMF니뭐니 어린나이에 뉴스를 봐도 대충 상황이 안좋구나라는걸 알았으니..
학교에서 김밥만들기를 한다고 재료를 준비해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결손가정이었던 나는 친할머니와 살았다.
집에와서 할머니께 말씀드렸고 준비해주시는 재료를 아무생각없이 다음날 들고 등교했다.
수업시간이 되고 재료를 다들 책상위에 꺼내놓는데,
다른애들은 지단,당근,오이,햄 등등 당연한 김밥의 재료들을 늘어놓는데
나는 열고보니 김,밥,단무지만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상한줄은 몰랐었다, 다행히 그런거 가지고 놀리는친구가 있거나 그런건 아니었으니까.
근데 가장 슬픈건 그걸 본인이 스스로 느낄때였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순간 소심했던 나는 더욱 의기소침해졌다.
그래도 수업참여는 열심히했으니 열심히 김밥을 말았다. 단무지만 넣고...
반 아이들이 각자 자신만의 김밥을 만들고, 셋팅을 해서 책상위에 올려뒀다.
다같이 먹기전에 선생님이 먼저 아이들의 김밥을 하나,하나씩 드시면서 돌아다니셨다.
그러다 마지막즈음 내 김밥앞에 선생님이 멈춰서셨는데, 잘 기억나진않지만 어쩌면 드시지 않길 바랬던것같다.
결국 하나를 손으로 집어드셨고 이내 하신 말씀이
"현우 김밥이 제일 맛있다~"
그때 어딘가로 휩쓸려가듯 선생님이 내뱉은 그 한 문장이 나를 휘감았다.
가장 먼저 든 느낌은 '아 별거 아니구나' 였다. 집이 못살던 잘살던 결손가정이던 아니던 생각보다 별거아니구나 적어도 담임선생님한테는...
그 뒤로 나름 당당하고 씩씩하게 자랐고, 멀쩡하게 결혼해서 올해 아빠가 된다.
나는 아직도 김밥만 보면 선생님이 떠오른다.
김밥을 집어먹던 선생님의 그림자와 문장을 평생 잊지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