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있는데 진지하게 조언 좀 ..
안녕하십니까 형님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
학력에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문제는 제가 올해 30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가정도 있고요...
간략하게 사정을 설명하자면
입시하던 고3 당시, 저는 예체능 전공이었고 자주 볼 수 있는 사연처럼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두게 되었고 물 흘러가듯 살다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사회에 나오고 10년의 삶을 겪으면서 대놓고 고졸이라는 조롱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만
고졸이었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설명과 증명이 필요했던 부분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멀스멀 제게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고...
결정타는 제 아들이 날렸네요. (21살에 일찍 결혼 했습니다)
학교에서 무슨 이야기를 한 건지
어느 날 학교 끝나고 달려오더니 아빠는 대학교를 어디 나왔냐고 묻더라고요.
급하게 말을 돌리기는 했지만 그 후로 더 묻지 않는 걸 보면 눈치 챈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다 보니 대학을 가야 할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기 시작했고
결국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것 같습니다.
결국 선택은 제가 하겠지만, 저와 다른 삶을 살고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신 형님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글을 쓰게 됐습니다.
글이 길었네요.. 형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차라리 돈을 더 많이 버는 게 좋을 것 같다
2. 하고 싶으면 해 봐라
이 외 의견이 있으셔도 적어주시면 겸허히 듣겠습니다.
아직 무엇도 선택하지 않았고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어떤 선택도 쉽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Best Comment
아침에 출근해서 눈팅하다가 드는 생각이 있어 몇자 남겨봅니다 ,,
글 몇자로 판단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느껴지는 건 형님 전혀 고졸같지 않으신대유
글도 잘쓰시고, 인터넷에서 흔히 틀리는 주술구조나 하다못해 맞춤법도 너무 좋고,
술술 읽히는디여
학력이 우리사회에 주는 것들에 대해선 형님이랑 저랑 비슷하게 이해하고 계신 것 같아여
'뭐를 했고 뭐를 했으며 이런 경험과 경력이 있고 이런 자격증이 있다'
를 '서울대 뭐 전공'으로 퉁칠 수 있다는 건 강력한 힘이죠
하지만 그 '서울대 뭐 전공'한 사람은 많은 이들에게 '서울대'로만 인식되기도 합니다
(제 군대 얘기를 드리자면, 보잘 것 없는 대학교를 나왔지만 군대의 특성상 고학력자 취급을 받게 되었고 오히려 그런 것들 때문에 군대생활에서 피해의식만 커졌답니다 데헷)
형님 말씀처럼, 형님은 형님 스스로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셨겠지만 거기에서 차곡차곡 퇴전된 그 사람과 형님 사이의 어떤 진실성과 진솔함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형님처럼 글을 잘 쓰시는 사람이 고졸이지만 본인을 나타내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얘기하는구나, 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구요
형님이 학벌에 대해 신경쓰시는 게 이해는 되지만 본질은, 혹은 주변에서 실제로 형님을 바라보시는 건 신경쓰이는 정도까지는 아니겠다, 는 얘기입니다
아들과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요,
지금은 급하게 말을 돌리셨겠지만,
분명 언젠가 아버지를 존경하는 아들에게 시간을 들여 형님의 삶을 설명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단순히 '어디 대학교 나옴'으로 퉁 치고 '아 우리아빠는 공부 잘했구나'로 퉁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은 이러이러했고 저러저러했으며 그러다가 너가 내 앞에 있게 된 거란다'를 시간을 들여 말씀하시는 게 더 진실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의 그런 것으로 드는 형님의 마음은 어쩌면 순간적인 것일지도 몰라요
어쩌면 그 상황에서 '무슨대학교 나옴 ㅅㄱ'보다 지금 말을 돌리시고 후에 위처럼 대화하는 그런 어떤 날이 두 분에게 더 소중하지 않을까요
1. 차라리 돈 ..
2. 하고 싶은 거 ..
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다른 것일 것 같아유
형님이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하시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근데 '학벌을 가져야해'같은 마음은 '하고 싶다는 마음'과는 거리가 좀 있다고 생각해요
형님이 뭔갈 배우고 싶고, 이걸로 내가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저는 대학교든 대학원이든 고민해보실 수 있다고 생각해유
하지만 형님에겐 아직 얻지 못한 학벌보단 형님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유
그렇기에 대학교 진학 고민은 '배우고 싶은 게 있는지에 관한 고민' 그 이후에 하심이 어떨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