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면 보이는 것
KYQSDxq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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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7 20:03
지난한 일년여 추억을 묻었다.
서로를 위해 더 좋은 선택을 했다는
뻔뻔한 자기 위로로 새로운 날을 맞았건만
창밖으로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며칠 전만해도 저 창밖엔 니가 보였는데...
자동차 블루투스 연동을 해제하고
매일 같이 전화했던 연락처의 이름을 바꾸고
함께 찍었던 사진들을 지우면서
지나간 일년을 곱씹는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지만 밝게 웃어주던 네 모습.
그게 좋았다.
어리숙한 내 모습을 온전히 받아주는 너의 따스함.
익숙해진 탓에 잊어버렸던 그 감촉이 그립다.
아무도 없는 텅 빈집에 사람이 들어와있다는 것.
함께 밥을 먹고 산책을 나가고 시장을 보고
대수롭지 않게 흐르는 시간들이었지만 이제서야 그 소중함이.
함께 갔던 전시회, 꽃밭, 이름없는 실개천, 지리산 어귀와 푸릇푸릇했던 잔디밭까지
어쩌면 까먹었을 순간의 감정들이 사진을 통해 다시 떠오른다.
화려한 꽃보다 들꽃을 좋아했고
거창한 것보다 소박한 진심을 원했던 친구야.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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