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난 군대 소름돋는 썰
난 강원도 인제에서 복무한 육군이었음
어느 겨울밤 중대에서 제일 짬이 높던 중사와 함께 당직을 서던 날이었음
그때가 딱 행정반 tv를 없앴던 시절이라 중사랑 한 두마디 나누던 게 점점 길어지다가
늘 그렇듯 니네는 군생활 진짜 많이 편해졌다면서 훈계로 넘어갔고 끝내 자기 옛날 군대시절 썰로 넘어갔었어
자기가 이 부대로 갓 전입 온 신임 하사 시절에 있었던 일이라면서 말이야
우리 부대에는 희안하게 부대 밖 그러니까 담장 밖으로 한 50m 떨어진 산기슭에 폐타이어 창고가 한 채 있었음
근데 이게 처음부터 폐창고로 지어진 건물이었다는 거임
그리고 저 위치가 처음에는 부대 안에서 제설하고 모아뒀던 눈을 5톤 트럭에다 실어다가 우르르 쏟아버리고 오는 곳이었대
중사가 신임 하사였던 시절이니까 한 2000년대 중반 쯤이었을거야
원래도 많이 오던 눈이 그땐 정말 많이 내렸다고 하더라
군인들 인권 같은 거 생각 안해주던 시절이었으니 새벽에 2시간씩 자면서 제설을 시켰던 일이 있었대
사건은 이 중사가 맡고 있던 소대에 전역이 일주일도 안 남은 말년 병장한테 일어났어
제설에 어마어마하게 치를 떨면서 며칠 남지도 않은 나한테 또 제설을 시키면 아주 그냥 탈영을 해버리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고 하더라
근데 잠까지 교대로 재우면서 제설에 총동원령이 떨어지니 그 말년도 참여해야하는 상황이 됐대
병사들도 간부들도 정신없이 밤새 제설하고 교대로 자러갔다 오고 영외로는 눈버리러 다녀오고
그렇게 어둠 속에서 부산스럽게 작업하다가 새벽 쯤 되서 인원 점검을 해보니까
그 병장이 딱 사라져있었대
원래 좀 꾀부리던 스타일에 혼자 지내면서 후임들이랑 거리를 두면서 지냈던지라
사라진 걸 아무도 몰랐던 상황이었던거임
다행히 이걸 이 중사가 막내 하사일 때 제일 먼저 발견한 거였고 그때까지 다른 병사들은 아무도 눈치를 못 챈 것 같더래
아무튼 그 뒤 행보관, 중대장 등 위로 쭉쭉 올라가서 보고가 된거임
근데 내려진 결정은 이랬음
전역이 얼마 안 남은 병사가 눈 때문에 갇혀서 못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으니
조기 전역으로 이미 부대 밖으로 나간 걸로 처리해라
말년 병장이 사라진 그 날 새벽 날짜로 말이지
병사들한테는 니네 제설하는 동안 기운 빠질까봐 조용히 내보냈다고 하니 납득했고
탈영한 걸로 의심되는 애가 전역날까지 가족이나 친구들한테 연락을 할 것 같지는 않으니
부대에서 난리치지만 않으면 그냥 조용히 끝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대
이전에도 그런 적이 몇 번 있었다고도 했던 거 같음
실제로 사라진 병장의 전역날이 지나고 부대로 연락오거나 사고쳤다는 소식은 없었다고 하더라
문제는 날이 풀리면서 눈이 녹은 뒤였어
폐타이어 창고가 지어진 그 위치
그러니까 당시에는 눈을 버리고 왔던 산기슭 어귀의 한 공터에서
사려졌던 병장의 시체가 나온거야
중사가 설명하기론 병장은 제설하기 싫어서 거기서 짱박혀 있다가 잠이 들었는데
그걸 모르고 그냥 눈 버리러 왔던 운전병은 수백킬로가 되는 눈을 우르르 쏟아냈고
그 눈무게에 짓눌려서 사망한 게 아닌가 했대
뭐 아차 싶었겠지만 이미 그렇게 된 걸 어캐하겠음
부랴부랴 시신은 수습 했지만 전역한 병사 장례를 치를 수도 없고
곧바로 그 위치에 그냥 묻어버렸대
그리고 며칠 뒤 거기에 급하게 바닥에 시멘트 바르고 가벽 쌓아서 창고를 만들었다는 거야
며칠 만에 지어진 창고를 또 며칠 만에 폐창고로 만들어서 병사들 출입을 막고
부대 자산으로 둬서 민간인 출입도 막았다고 하더라
그 사이에 병사들 부모들이 연락을 해왔는지 어땠는지는 중사 본인도 모르겠더래
윗선에서 뭔가 어떻게 합의를 해주지 않았나 추측만 하고 말이야
아무튼 그 뒤로는 앵간해서는 새벽까지 제설을 안시키게 됐다고 하더라
그리고 그 사건을 아는 간부들은 지금도 한번씩 폐타이어 창고에 들려서 향을 피우고 온대
이제 전역한 지 10년 쯤 됐고 요즘 눈 안내리는 남부지역에 지내는 중인데
강변에 얼음이 녹아가는 걸 보다가 문득 이때 들었던 썰이 생각나더라..
그때나 지금이나 믿거나 말거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