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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무숲

밑에 박사과정 글이 있길래 뻘글을 써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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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뻘글 하나 써볼까함.

뻘글이니 음슴체로 글을 써보려고 함.

정중히 양해부탁드림.


요약)

1. 어렸을때부터 나는 ㅄ이었다.

2. 항상 턱걸이로 턱걸이로 넘어갔지만, 심지어 대학교 때는 처놀기까지 했다.

3. 정신차리고 열심히 했는데 너무너무너무 힘들었다.

4. 그래도 끝이 보이는거 같은데, 또 시작일거 같다.



애초에 나는 쉽게쉽게 간 적이 한번도 없었음.


나는 항상 턱걸이였음.


시골에서 자라서 지방에 있는 특목고를 갔는데, 고등학교 들어갈때 선행학습을 실력정석 10가,나를 마쳐놓고 들어갔음.


근데 양 옆자리 대도시에서 온 친구들 실력정석 미적분이 너덜너덜한걸 보며서 최초로 좌절감을 느꼈음.


부모님 원망도 하고, 자책도 하고, 심각한 우울증을 견뎌야 했었다.


기숙학교에서 친구이자 경쟁자들이기에 걔네들과 맘터놓고 즐겁게 대하지를 못했음.


나는 걔네를 따라잡아야할 적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지금도 고등학교 생각을 하면 심장이 저리고 울컥거리는 것이 있음.


매순간 잊고 싶었던 기억이었으니까, 사실 고등학교 때 잘 떠오르는 기억들이 없음.


덩치는 큰 놈이 정말 정말 많이 울었다 ㅋㅋㅋㅋ




대학교에서는 내가 고등학교 시절을 즐겁게 보내지 못한 데에 대한 한이 맺혔던거 같음.


오토바이를 샀고, 정말 여기저기 열심히 놀러 다녔음.


동아리를 했는데, 신상털릴까봐 자세히는 말 못하겠어.


근데 동아리를 정말 미친듯이 했었음. 아마추어 레벨은 훨씬 넘을 정도로 열심히 동아리를 했었음.


하지만 그렇게 흥청망청 놀다보니까 또 학점을 죄다 말아먹었네?


정신을 차려보니까 학점이랑, 스펙이 정말 내가 봐도 하찮을 정도로 부끄럽더라.


대학교 3학년때 정신을 차리고 내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


내가 제일 잘하는게 뭘까? 그때는 한창 의전, 로스쿨 붐이었으니까 그쪽으로 갈까 하다가


엔지니어로 먹고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음.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을 결정짓는 가장 큰 선택이 아니었나 싶음.


근데 학부 공부도 대충해서 쌓인 내공도 없고, 너무 자신이 없어서 혼자 고민을 했음


늦게 시작하니까 두배로 열심히 해야 뭔가 내가 따라갈 수 있을거 같은 느낌을 받았음.


그리고 방에서 소주한병 마시고 용기를 내서 분야에서 제일 유명하고 빡신 교수님들 랩에 컨택하는 메일을 썼음.


그때 내가 했던 고민과 결단이 지금까지 오게된 열쇠인 셈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거 같음.


벌벌떨면서 랩에 찾아갔었고, 학부중간때 부터 랩에서 구르기 시작해서 석사, 박사까지 진학하게 되었음.




열심히 했어야하니까 거의 랩에서 먹고자고 하다싶이 했었다.


정말 열심히 했음


혼도 많이 나고, 빡신 랩 빡신 교수님 밑에서 맘고생을 정말 많이 했음.


석사때는 너무너무 힘들어서 마음속으로 많이 울었다.


그때부터 줄담배를 피기 시작했음.


논문한편... 피던거 + 담배 한보루...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등가교환 하듯이 논문 써제낄때마다 미친듯이 담배를 폈음


우리 바닥이 워낙에 좁아서 자세한 이야기를 대학원에 대해서는 못쓰겠어.


조금만 자세히 써도 아는사람은 다 알게 될거라서...


프로젝트 한번 진행할때마다 몸무게가 5에서 8킬로그램씩 빠졌음


그리고 리바운드가 오면 앓아눕고, 운동량은 줄어드니까 결국에는 다시 몸무게가 늘었음.


요즘에는 그런 연구실들이 없을라나, 한창 열심히 일할때는 휴일이 없었음.


월화수목금금(잠좀푹자고)다시 월화수목금금금...



뭔 헛소리 쎈척이냐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어디서나 제일 힘든건 본인이라고 하잖아.


나도 참 열심히 살았고, 힘들게 살았던거 같음.


이글을 쓰는 목적은 이렇게 버티고 버티다 보니까 이제 끝이 보이는거 같아.


지옥같은 터널이었는데 빠져나오는 구멍이 보이는거 같아서 가끔씩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거 같기도 하구


또 익숙해진 곳을 떠나야한다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너무 불안해서 마음이 답답해.


근데 지금 마음 먹은 거는 또 도전을 이어나갈 생각이야.


밑에 박사글 달았던 친구가 참 힘들어하는거 같아서 마음이 아파


대학원 연구실, 특히 실적 잘나오는 연구실들은 거의 일종의 폐쇄적인 회사라고 봐도 될정도야


컨베이어 벨트에서 주어진 학회/저널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서 미친놈처럼 달려야하는 경우가 많지.


그안에서 대인관계, 본인 실적, 더불어서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많이 고민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었음.


거울을 보면 내가 그러고 있더라.




하지만 끝이 곧 보일거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


그리고 그 끝은 또다른 시작이겠지만 다시 우리 열심히 뛰면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음.


열심히 사는 사람들 다들 화이팅임 ㅎㅎ


논문쓰다가 너무 쓰기가 싫어서 뻘글 한번 써봤음


읽어줘서 고마워 다들


3 Comments
YEOzY4UL 2019.05.11 00:41  
고생이 맣다 ㅡ.ㅡ

럭키포인트 927 개이득

c9JKRbuj 2019.05.11 00:41  
요약만 읽었다

럭키포인트 9,059 개이득

aRSXJVtG 2019.05.11 00:57  
박사는 정말이지 인정해줘야지

럭키포인트 165 개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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