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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전 노가리 ---> 이거 궁금해서 계속 기다리고 있다. 한명이라도 보면 올려준다면서 왜 안올려주냐

ZtisVksw 3 88 1

아래는 1,2편 모음이다. 3편 올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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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년 32

 

 

 

 

오늘은 퇴근 전 중학교 1학년때 겪었던 야시꼴리한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그때의 경험과 현재의 기억을 바탕으로 뇌까릴 것이기에, 그냥 썰보듯이 보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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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월드컵이 막 끝난 시점의 가을.

 

 

 

 

 

토요일이면 방과후에 천변에서 공을 차고 노는 게 전부였던 시절.

 

 

 

 

여느날과 같이 신나게 공을 차고 놀다 집에 들어온 까까머리 중1.

 

 

 

 

번호키가 없던 시절, 열쇠가 없어졌단걸 알아차린 것은 우리집 현관 앞에 다다라서였다.

 

 

 

 

휴대폰은 물론 손목 시계 마저 없던.

 

 

 

 

가진 것은 땀내나는 몸뚱아리 밖에 없던 나는 그저 계단에 앉아 외출가신 어머니를 기다릴 뿐.

 

 

 

 

얼마나 지났을까

 

 

 

 

계단에 쪼그려 앉아 웅크린 채 잠이 들었다가

 

 

 

 

앞집 현관 문이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402호 아주머니였다.

 

 

 

 

나보다 3살어린 딸 한 명을 기르는 주말부부.

 

 

 

 

조금은 쌀쌀할텐데 싶을 만큼 얇은 민소매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나를 보고 화들짝 놀란듯 토끼 눈이 되었다.

 

 

 

 

'깜짝이야! 너 왜 그러고 있어?'

 

 

 

 

눈만 껌뻑껌뻑 아무생각없던 나는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그래? 언제부터 기다렸어? 엄마는 언제온다고 하셨는데? 별일 없으면 우리집 와 있어 아줌마 쓰레기만 버리고 올게 그때까지 생각해봐'

 

 

 

 

두 집 밖에 없는 통로에서 그녀는 위 아래층을 흘깃대며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곤 총총 걸음을 옮겼다.

 

 

 

 

'어쩌지'

 

 

 

 

아무 생각이 없던 까까머리 중1 소년은 이사 후 한 번 밖에 보.지 못한 아주머니의 호의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감이 안잡혔다.

 

 

 

 

마찬가지로 한 번 밖에 놀지 못한 그 집 딸과 한 공간에서 어색하게 있는 걸 생각해보니 그 끔찍함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생각에 답이 없을 땐 몸을 움직이라고 했다.

 

 

 

 

 

이미 식을대로 식어 땀내가 나는 몸뚱이를 옮겨 빌라 입구가 내려다보이는 통로로 향했다.

 

 

 

 

전면이 유리로 된 통로에서는 창너머 뉘엿뉘엿 지는 해와 함께 한 줄기 소담한 바람이 넘어 들어와 후텁지근한 복도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바람을 너머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저 아래 쓰레기를 버리고 오는 아주머니가 보인다.

 

 

 

 

얄상한 민소매 때문인지 소담한 바람에 맞서 연신 팔을 쓰다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이상한 아줌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우면 옷을 더 껴입고 나가든가 본인이 얇게 입고 나가서는 저게 뭔 난리람'

 

 

 

 

아주머니의 움직임을 좇아 시선을 향하다 빌라 입구에서 눈이 마주쳤다.

 

 

 

 

나는 4, 아주머니는 1

 

 

 

 

날보고 배시시 웃는 아주머니.

 

 

 

 

이내 현관으로 들어선 그녀는 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그 대신 조금씩 커지는 소리와 함께 연신 불이 오르는 센서등이 그녀가 어디쯤인지 가늠케했다.

 

 

 

 

불이 다가올수록 내가 내려야할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생각해봤어?'

 

 

 

 

고민의 바다에 헤메고 있던 소년의 귓가에 낯설은 향이 어렸고, 무슨 용기에선지 답을 얻은 소년은 고개를 들었다.

 

 

 

 

'........러면 엄마 올 때까지만 잠깐만 들어가도 될까요...?'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원하던 대답이었던지 402호 아주머니는 내 팔을 덥석 잡았다

 

 

 

 

 

'그래~ 잘 생각했어~ 좀 전에 밖에나가니까 춥던데 따뜻하게 기다려 그게 좋아'

 

 

 

 

생각지도 못한 접촉에 화들짝 놀란 소년은 몸을 들썩이며 말했다.

 

 

 

 

'.....그럼 잠깐만....감사합니다'

 

 

 

 

엉거주춤 서있던 한 소년에 눈에 생글생글 웃고 있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비친다.

 

 

 

 

 

아주머니의 따스한 손길이 스며들어서일까 뒤통수를 긁던 손끝의 까슬함 따위는 잊혀진지 오래였다.

 

 

 

 

그렇게 지금껏 한 번도 가본 적 없었던, 마주보고 있지만 넘어가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402호의 문이 열렸다.

 

 

 

 

 

문고리를 잡은 채 날 맞이하는 그녀의 모습은 요상하리만큼 들떠 보였지만, 소년은 이상하리만큼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402호 현관에서는 싱그러운 방향제 냄새가 났다.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냄새였지만, 지금은 으레 기억할 수 있는 다이X에서 파는 그런 향.

 

 

 

 

문득 소년은 자신의 몸에 벤 땀 냄새를 떠올리며 다급하게 물었다.

 

 

 

 

'저 죄송한데...화장실 써도 될까요?'

 

 

 

 

들어옴과 동시에 잽싼 솜씨로 현관문을 잠군 아주머니는 더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그럼, 우리집도 너희집이랑 같으니까 찾아보렴. 근데 안방 화장실은 혼자는 안 된다?'

 

 

 

 

'...네네'

 

 

 

 

정확히 반대인 집구조.

 

 

 

 

소년은 함께 들어온 현관 센서등과 달칵 소리와 함께 켜진 거실등 덕에 어려움 없이 화장실을 찾았다.

 

 

 

 

'...벌써 찾았네..? 안방 화장실로 갈 줄 알았는데?'

 

 

 

 

묘하게 신남이 묻어있는 목소리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는 아주머니가 이상했지만, 소년은 개의치 않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콸콸 흐르는 물줄기에 땀으로 뒤덮인 얼굴과 목, 팔뚝을 적시며 얼굴에 막 비누칠을 했을 무렵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리며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쑥 들어왔다.

 

 

 

 

'샤워 해도 돼. 아저씨 옷 빌려줄게 어차피 오늘 아저씨 못 온다고 해서 자고 가도 된단다'

 

 

 

 

 

비누의 따끔함인지 과한 친절에 대한 따가움인지 모를 감각이 얼굴을 감쌌다.

 

 

 

 

'...아니요! 엄마 곧 오실 거예요! 괜찮아요!'

 

 

 

 

황급히 비누 거품을 걷어내던 소년의 등에 이젠 구면인 향이 내려 앉았다.

 

 

 

 

'그래? 아쉽네.....? 그럼 씻고 나오렴 아줌마는 밖에서 기다릴게'

 

 

 

 

당황과 황당의 그 어디쯤을 헤메던 몸뚱이를 수건으로 겨우 진정시킨 소년이 거실로 나왔다.

 

 

 

 

분명 밝았던 거실인데, 몇 분 사이에 어둠이 내렸다.

 

 

 

 

 

등 뒤의 화장실 불과 목소리와 함께 넘실거리는 안방의 불빛만이 거실을 가로질러 오묘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잠깐 거실에 있을래? 집에 들어오니까 덥네. 옷 좀 갈아입고 올게 들어오면 안된다?'

 

 

 

 

 

지금껏 둔함으로 일관하던 소년의 머릿속에 경보음이 울렸다

 

 

 

 

 

'아 이건 뭔가 이상하다'

 


3 Comments
stMZjk40 2020.06.15 13:05  
오...갬덩...
주말은 회사가 쉬어서 나도 쉬었다...
오늘 퇴근할 때 마저 쓰겠읍니다...충성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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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8LKmMfq 2020.06.15 17:40  
[@stMZjk40] 퇴근안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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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7bTlLcG 2020.06.15 14:13  
글 잘쓰네

럭키포인트 18,419 개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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