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이야기 보고 떠오른 시가 있어서 인용해왔다
0on7Gv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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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4 16:32
신경림의 농무라는 시인데 꽤 유명한 것이니 재밌게들 읽어봐
시험 공부 열심히 한 친구들은 한번쯤은 봤을법한 시다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벼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문학 해석 잘 못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조금더 해석을 덧붙여주자면, 황폐해진 현실에 대한 울분을 춤으로 승화시키는 루저들에 대한 광경을 묘사한 거다
놀리는 놈, 신난놈, 빡친놈, 본인이걸 알고 당황하는놈, 울분이 터져나가서 발끈하는 놈 하나같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구나
아 참고로 나는 여기서 구경꾼이다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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