좆소의 현실
얼마전에 이직 관련해서 글 남겼었다
현재 좆소 3년차이고 중견 이직 고려중이라고
거의 성사된 단계고 늦어도 다음달 중순엔 넘어갈 것 같다
지금 다니는 좆소는 외국계 회사의 한국 지사다
사내 이사 1명에 나 포함 직원은 두 명
이 두 명이서 모든 프로세스와 마케팅을 다 쳐내고 있다
업무 강도, 야근, 휴가 이런것들 별로 문제되지 않았다
회사가 성장한다면 내 처우도 달라질거라 믿었으니까
지난 3년간 조금은 처우가 달라지긴 했다
근데 전제였던 '회사가 성장한다면' 이 빠졌다
고꾸라질대로 고꾸라져서 회복은 커녕 존폐의 위기에 있는 지금
34살로 적지 않은 나이인지라 결정을 해야했다
당장의 처우에 집중할것인지 미래를 볼 것인지
난 후자를 선택한것이고 이 의사결정을 전달해야했다
다만 당장 나가겠노라 한다면 회사가 안돌아갈게.. 아니, 문 닫을 것 같아서 결과도 나오지 않은, 그저 면접 보러 갈 것이란 의사를 전달해야했다
모두가 말렸지만 그냥 난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조금은, 붙을거란 확신이 있어서 결심했지만 그럴 필요 없다는게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근데 그냥..예의..랄까
그래서 이번 주 월요일
짧게 말했다
회사에 불만없다
다만 내 미래가 그려지지 않기에 면접을 보겠노라고
마주하기 불편하시다면 저쪽 결과가 나오기 전에 다른 사람 구해오시라. 나갈테니..
내가 면접을 보겠다 먼저 말하는 이유는 내 행동의 당위성을 충분히 이해하리라 생각했고
결코 내 나이가 적지 않기에 결정해야만 하는 회사 상황이고
아무리 내가 싫어진다한들 내 업무, 역할은 하겠다
뭐 이런 내용의 대화였다
뭐.. 나름 좋게 대화가 끝났다
내 말을 이해했고 본인이 가지고 있던, 현 상황의 타개까지는 아니지만 존버는 가능한 수준의 계획을 말했다
어차피 그 계획이란게 연명에 불과하단건 본인도 나도 아는게 문제지만
근데
어제 아침 마주한 모습은, 난 그냥 배신자가 돼있더라
난 지금 배신자로써 내 자리에 앉아있고 나만 할 수 있는 업무를 쳐내고 있다
거의 모든 의사 결정을 내가 해야하기에 지금도 나에게 이것저것 묻고있다
인수인계는 사실 엄두도 안난다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려줄 사람도 없다
고작 3명 아니 실무 2명 보는 작은 회사에서
나만 쳐 낼 수 있는 일을 그대로 방치했던 낯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렇게 어제 오전을 보내고
결국 오후엔 물어봐야만 하고 일을 쳐내야만 하니 말을 걸더라
야 야 거리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3년동안 휴가 10일도 채 쓰지 않았다
그 중 반은 병가였고 반은 집안일이었다
3년간 휴가를 쓰고 여행을 가거나 취미 활동을 했던 기억은 전무하다
야근은 밥먹듯이했고 먼지가 묻는 일, 더러운 일, 귀찮은 일, 분리 수거는 당연하고 화장실 청소까지 다 내가 했다
재작년 사무실 이전할 때 본인 허리 다쳤대서 모든 짐은 내가 다 날랐다
지금 회사 돌아가는 시스템은 내가 다 만들었고 ERP, 전산은 사치기에 올 수동에 그 수동의 정확성은 오롯이 내 몫이다
그래서 너무나 당연하게도
지방가는 차표를 구하지 못 한 나는, 연휴 전 날 하루만 휴가를 써도 고향집에 편히 갈 수 있겠지만
당연히 금요일에도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하니까 렌트해서 내려가야 할 것 같다
30즈음에 이 좆소를 선택한 건 나름의 최선이었다
아마 모두들 그렇게 사리라 생각한다
나만 특별하고 나만 이런 경험을 하는건 아닌것. 잘 알고 있다
근데 참 후회스럽다
난 무얼위해 이렇게 충성을 다해 회사를 다녔는지
내가 먹고 사려고 다닌 회사지만
분명 난 누구보다 사력을 다해 절실할 정도로 일했다
배신자가 된 지금
배신자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는 난
지난 3년간 고향집에 언제 올 수 있냐는 부모님의 물음에 바쁘다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던 나는
그저 먹먹하고 죄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