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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시 테스트 기다리면서 써보는 내 인생사.

GzuqwISb 9 234 6

31살 개발자임. 인생사라기엔 그리 길지는 않지만.

시차 고려도 안해주는 게르만놈들이 주최하는 테스트까지 시간이 조오오오오오온나게 남았고 할 건 없으니 써봄.


1. 이혼

6살 쯤에 아버지가 외도를 함. 그리고 집에 안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나름 하드모드로 시작함.

당연히 기초수급자가 됐음.


한남충애비새끼는 어디 숨어버렸고, 우리 떠맡기 싫던 친할머니는 "개붕이 걍 고아원 보낸다." 시전

엄마 빡돌았고. 나랑 동생 키우기 위해서 더 바빠지셨음.


그래도 다행인것 몇가지가 있었는데


1. 돈을 쥐어짜서 우리 형제에게 이것저것 많은 걸 시키셨음.

2. 친할아버지가 초.중 내내 우리 형제를 봐주러 매일 오심. 그래서 낮에는 집에 어른이 계시니 나랑 동생 둘다 나쁜길로 빠지진 않은 것 같음.

3. 튼튼함. 나랑 동생 어머니까지 큰 사고나 병이 하나도 없었다.


2. 대학

대학 지원하려는데 당연히 등록금이 어디있음?

전부 국립대 썼지.


학과가 고민이였는데 어렸을때 어머니가 시킨 것 중에 블럭코딩이 있었음. 

그거 팀대회로 전국 3등 했던 기억이 있어서 걍 전부 컴공만 씀.


불수능이라 상향지원한 곳을 좀 기대했는데 가군 하나만 붙음.

그래도 다행인건 쫄보라 안전빵을 거하게 때린 덕분에 1년 장학금을 받음.


그 다음부턴 방학때는 기숙사비 모으려고 알바하고

학기때는 혹시나 장학금 못 받을까봐 적당히 공부해가며 적당히 놀았다.

돈때문에 이때 연애 못한게 좀 아쉽긴 함.


돈을 빨리 벌어야 하는 입장이라 휴학이나 재수강 없이 4년 스트레이트로 달리고 졸업함

평균학점 3.6에 전공학점은 4.1이였음.

기초수급자라 학점을 저정도만 받아도 장학금이 나왔음.


그리고 알바를 이것저것 많이 하다보니 대학때 내 적성은 개발이라는걸 빨리 깨달음.

그래서 전공수업은 2학년 이후론 전부 A받음.

교양은 1학년 내내 놀면서 망친게 복구가 안되더라ㅋㅋㅋ. 26살임.


3. 첫 취직

친구가 공공기관 연구소 계약직 뜬거 있으니 같이 써보자고 함.

솔직히 땡기진 않았는데 간만에 그 친구 얼굴 볼 겸 씀.


근데 거기 친구는 떨어지고 내가 붙어버림. 입사하고 들었는데 3명 지원 했다더라ㅋㅋㅋ

그래도 공공기관에 그때 공약으로 공공기관 전원 정규직 전환이 있어서 2900받고 홀라당 입사함.


근데 팀에 개발자는커녕 컴동출신이 나 하나 뿐이고

심지어 개발 일도 없었음. 옆팀은 개발을 좀 했는데 거긴 못 간다고 함.


그래도 나름 공공기관 연구소라 특허출원이랑 논문을 지원해줘서 

2년 반동안 특허랑 4개 내고, 논문 2개 1저자, 2저자 각 하나씩 씀. 특허 쓰기 생각보다 쉽더라 ㅇㅇ

그리고 특허랑 논문같은 과제참여 하면 성과급을 줬음.

거의 분기별로 100~200씩은 더 받은거 같다 ㅋㅋㅋ


근데 학위도 없는 나에게 정규직은 너무 멀어 보이고

정규직이 되더라도 이렇게 평생 있기는 싫어서 퇴사함.


아 이때까지도 연애 안했다 돈 모은다고 ㅋㅋㅋㅋ

28살임.


4. 두번째 취직

이젠 진짜 IT회사를 가고 싶어서 고향 내려와서 준비함.

돈도 모아둔게 있으니 여유롭게 해서 큰곳을 가고 싶었는데 일 안하니 불안하더라.

그래서 서울에 40명따리 스마트 공장 솔루션 개발하는 회사에 입사함.


회사 개같음.

3천도 안줌. 계약서 쓰는날 빡쳐서 돈 기억도 안남.

그래서 일주일 출근하고 퇴사함.

28살임.


5. 세번째 취직

다행히 퇴사한 다음주인가?

친구가 대기업 계열사 다녔는데 거기 추천으로 면접보고 합격함.

그래도 네임벨류 있는 IT회사의 계열사에 다니는게 좋아서 연봉 안 올리고 3200으로 들어감. 후회중임. ㅅ발.


문제는 여기 흔한 IT 중소따리랑 다를게 없었음.

처음 하는 일인데 뭐 그런거 고려 해주겠냐.

늦으면 갈구고

파견보내고


야근 참 많이 했던거 같다.


반년정도 열심히 하다보니 에이스라고 그러더라.

그리고 그거 빈말이 아닌지 나한테 사원 둘, 대라 하나 붙혀서 작은 프로젝트 하나 통채로 개발총괄시킴. ㅁㅊ놈들

저거 요구사항 잘 조율해준 부장님 아니였음 죽었을지도... 


근데 내 생각엔 이 분야 처음하는애가 6개월만에 에이스 되는게 말이 안 됨.


그래서 프로젝트 하나 끝날때 즈음 면접봤다. 붙음.

일부러 좀 거하게 4500정도 불렀는데 4200준다고 해서 퇴사함.


아 이때쯤에 여친 생기면서 모쏠 탈출함.

29살임.


6. 첫번째 이직

여기도 중손데 좀 다른 중소기업이더라. 전직장에선 에이스이던 내가 여기선 물경력이 되어버림.

입사하고 8개월은 개발 거의 못하고 테스트만 하면서 보냄.

자존감 많이 떨어지고 첫여친이랑도 깨짐ㅋㅋㅋㅋㅋ


근데 웃긴게 갑이 마음에 들었는지 테스트 주구장창 했던 프로젝트 끝나고

기대도 안했던 후속프로젝트 제안함.


대표 풀발기함.

팀장 "개붕쿤이 테스트 꼼꼼하게 해 줘서 잘 된것같다." 시전

프로젝트 2등 공신 됨.


연봉 +15%올라서 4800

스톡옵션 +500주 획득


퇴사 할까말까 고민 많이 했는데 버틴 보람이 있었음.

30살임.


7. 지금

나름대로 인정받고 잘 다님.

여친은 아직 없음. ㅠ


이젠 자잘한 것 까지 하면 거의 5000은 받는터라

어머니 호강까진 아니더라도 이것저것 많이 해드리고 있음.

이제 내 목표는 네이버같은 대기업 본사 가는거다.


31살임.

9 Comments
A8tX6lTd 2022.04.26 20:26  
여기까지 잘했다 앞으로도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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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gcIatx9 2022.04.26 20:41  
열심히 살았네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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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M5KK6R 2022.04.26 20:51  
야.

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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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44mEMb 2022.04.26 21:10  
굿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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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9dgPaJc 2022.04.26 21:25  
부럽다! 앞으로도 노력한만큼 잘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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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EZHq6ma 2022.04.26 21:43  
뭐냐 이정도의 훈훈함 생각하고 쓴거 아닌데 고마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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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ASg3H42 2022.04.26 22:42  
ㅎㅇ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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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3BAqaJ 2022.04.27 00:26  
멋있다 ... 지금 29살 개발자인데 역시 이직이 답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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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tHu6xPq 2022.04.27 01:20  
고생했네 ㅠㅠ 얼른 탑에서 보자 난 지금 카카오 2년차인데 원천은 7000은 찍히는듯... 대기업이 답이야 워라벨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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