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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나름의 해석 2 - 올림포스 12신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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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와 형제들은 아버지 크로노스를 무찌르고 크로노스의 지지세력이었던 티탄들을 물리친 뒤


올림포스, 그리고 세상의 주인이 되었다


신세계의 왕이 된 제우스는 왕이 되었음에도 할아버지 우라노스, 아버지 크로노스처럼 권력을 독점하지 않았는데


앞선 두 몰락을 보며 느낀 점도 있었을테지만, 혼자 압도적으로 강했던 우라노스나 


가이아 퀘스트 깨고 원탑이 되버린 크로노스만큼 독보적인 강함이 없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제우스의 형제자매는 헤스티아(화로), 데메테르(대지), 헤라(가정), 하데스(지옥), 포세이돈(바다)로


형제인 하데스, 포세이돈은 말할 것도 없이 제우스와 비등비등하게 강하고


데메테르, 헤라 같은 여신들도 눈 돌아가서 덤비면 좀 빡센데? 싶을 정도로 강했다(헤스티아는 사건사고가 없어서 모르겠다)


그래도 제우스가 가장 세니까 왕노릇한 거 아니냐? 하겠지만 


이것도 사실 앞선 흐름이 좋았고 무기빨이 있었기 때문에 이뤄낸 결과라고 보면 된다


여신들은 특별한 무기도 없고 전쟁 활약도 떨어졌기에 한 수 아래라고 보는 게 맞지만 


형제 둘은 힘에서나 영향력에서 크게 밀리지 않아 비벼볼만 했는데, 


셋 중에서 두 놈이 먼저 싸우면 가만있던 놈이 어부지리로 왕이 될지도 모르고  


또 막상 1대 1로 붙어보려고 하니 


제우스의 번개는 타겟팅이 되는 원거리 무기라 1대 1 특화인데


하데스의 퀴네에는 은신템이라서 기습용이고, 포세이돈의 삼지창은 광역기 스킬 위주였기 때문에 상성이 불리했던 것이다.



번개의 신이기 이전에 잔대가리의 신이었던 제우스는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보자마자


근데 님들아 이제 누가 대장할거임? 이라며 은근히 형제자매들을 몰아갔고


그 당시 명분과 힘에서 가장 앞섰던 제우스였기에 엎드려 절 받기로 왕이 되었다.


여차저차 1짱을 먹긴 했지만 요러한 사실들은 제우스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 


나랑 맞먹을 정도로 센 놈들이랑 한 집에 살며 부대끼다 싸움나고 모든 것을 잃을 바에야


분가시켜서 따로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제일 꿀자리인 중원은 지가 먼저 고른 다음 


물가인 오나라를 포세이돈 주고, 음침한 하데스한텐 짱박히기 좋은 촉나라를 줘서


천하를 삼분하고 그나마 가장 쾌적한 환경에서 지 맘대로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올림포스를 독차지하게 된 제우스는 이제 한번 활개 쳐볼까? 했는데


두 형제만 신경쓰다 보니 미처 생각도 못했던 놈들, 시간 지나며 슬금 슬금 기어 들어온 놈들 


이렇게 반발하려고 혈안이 된 놈들이 한 무더기나 더 있었다는 게 공명의 함정


한 명 한 명은 약해도 다구리 앞에 장사 없다는 걸 몸소 체험했던 제우스는 맘에도 없던 성군 노릇을 해야할 참이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꾼 잔대가리는 여기서 다시 한번 기가 막힌 수를 내는데


그것은 바로 1황인 자신과 함께 앉을 수 있는 자리 11개를 만든 뒤, 거기에 앉을 사람은 추후에 공개하겠다고 한 것이다.


자리 12개? 그거 뭐 앉는 거나 서있는 거나 뭐 다리 좀 덜 아픈 정도 차이 아냐?


할 지도 모르지만 그 묘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차이로 인해, 고고한 신들이 제우스에게 알랑방귀를 뀌게 되었고


온갖 아첨과 충성맹세 속에 제우스는 확고부동한 1인자의 위치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프리미엄이 붙은 아파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가치가 오르는 것처럼 12좌의 위상 또한 치솟으며 


그냥 쬐금 더 안락한 곳이었던 올림포스는 같은 세계의 3분할이었던 바다와 지옥에 비해 아득히 높은 클라스가 되었다.


제우스는 12좌 지정권을 기분에 따라 내키는 대로 함부로 쓰지 않고 적재적소에,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거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신들에게 분배했다.


가장 먼저 함께 고생한 남매들을 챙긴다는 듯 헤라, 데메테르, 헤스티아에게 주어 


그녀들이 자신과 동급의 신인 하데스, 포세이돈에게 붙지 못하도록 했고 


여신들 중 가장 강했던 헤라를 꼬신 뒤 정실부인으로 삼아, 올림포스의 모든 여신들을 컨트롤하게 했다.


그리고 멀리 자리잡고 짱박혀서 얼굴도 잘 안비추는 하데스와 달리, 


포세이돈은 명절마다 자꾸 찾아오니까 선심 쓰는 척 한 자리를 내주고


바다까지 어느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을 쥐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 크로노스 집권 이후 끈이 떨어진 우라노스의 자식(제우스의 삼촌뻘)신들이


티타노마키아 당시 제우스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이들 역시 챙겨야 했는데


그 세대 힘 세고 강한 신들은 모두 쌩까고 그냥 인기 아이돌이었던 아프로디테(미)를 12좌에 올려 덕후들의 맘을 달랬다.




그리고 계속 간 좀 보면서 누굴 올릴까 밀당하던 제우스는 시간이 흘러 자식 세대들에게도 자리를 내주는데 


그 첫 번째는 바로 아테나가 되었다.


아테나는 서포터이자 제우스의 첫사랑이었던 지혜의 여신 메티스 사이에서 난 딸인데 


제우스가 정치적인 이유로 헤라를 정실로 삼으며 팽시켰던 메티스를 위로하고 


능력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12좌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올린 딸이었다.


실제로 아테나는 지혜와 전쟁의 신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 속 문무겸비의 아이콘이고


메티스가 크로노스 레이드에서 워낙 큰 도움을 줬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질투 많은 헤라조차 혼외자식인 아테네를 구박하는 일을 없었다고 한다.



두 번째로 올린 자식은 바로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이다.


헤파이스토스는 정실부인인 헤라와 낳은 첫 아들이자 올림포스의 적장자였지만 


흉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나 올림포스 신들 사이에서 이지메를 당하던 


마치 나뭇잎 마을 나루토를 떠올리게 하는 신이다


하지만 손재주가 뛰어난 장인 신으로 제우스에게 매우 우대 받았고 12좌에 올리는 것은 물론


앞서 언급한 올림포스의 아이돌인 아프로디테와 결혼시켜서 덕후들의 워너비이자 우상으로 만들어줬지만


헤파이스토스 본인은 크게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제우스가 시킨 일이 많아서 야근하느라 퇴근을 못한거라고도 한다..


번개, 삼지창, 퀴네에를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삼신기는 거신 퀴클롭스 삼형제가 만들었다.



그 다음으로는 아폴론, 아르테미스 쌍둥이 남매로, 서양판 해와 달 오누이라고 보면 된다.


둘은 제우스와 레토라는 여신 사이에서 난 자식들로 레토가 임신했을 당시 헤라의 질투로 인해 개고생한 내용으로 


공업적 최루법 신파 스토리 한 편이 나오는데 제우스가 이 스토리에 감동하여 12좌에 올려준 게 아닌가 의심된다.


그렇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난 앞으로도 바람 피고 그러다 보면 애도 낳을 건데 자꾸 이렇게 방해하면 동급인 12신에 넣고 맨날 마주치게 해서 불편하게 만든다? 


이런 의미 아니었을까..


아무튼 쌍둥이들은 앞서 나온 아테나처럼 능력은 굉장히 빼어난 편으로


아폴론은 가끔 나사가 빠진 느낌이 있지만 두루두루 다 잘하는 다재다능한 신으로 해, 궁술, 음악, 의학 등을 관장하며


쌍둥이인 아르테미스는 달, 궁술(수렵)의 신이면서 가장 유명한 처녀신인데,


갓 태어난 막내딸을 격하게 아낀 제우스는 지가 한 짓들을 떠올렸는지 


아르테미스는 앞으로 험한 꼴 당하지 말라고 영원한 순결을 보장해줬다고 한다.


근데 그런 스토리 없는 헤스티아나 아테나도 처녀신이긴 하다.




다음은 뭔가 편애를 받아 12좌에 오른 것 같은 전쟁의 신 아레스다


아레스는 헤라와 낳은 아들로, 헤파이스토스가 첫째지만 장인 포지션인 모팔모같은 느낌을 준다면 


둘째인 아레스는 딱 영포 왕자라고 보면 된다


올림포스 내에서도 손꼽히는 미남이자 호쾌한 상남자로 긍정적인 이미지가 없진 않지만


공포의 신 포브스와 패배의 신 데이모스와 어울려다니며 깡패같은 이미지가 있는데다 


똑같이 전쟁을 상징하는 아테나가 군신이라면 아레스는 살육과 참상을 상징하며 좋은 내용은 드문 편.


근데도 혈통과 비주얼 때문인지 왕자 이미지가 강하고 12좌까지 오른 걸 보면 뭐.. 싸움은 잘하는 모양이다.


쌈박질하고 양아치같은 아들을 보듬어주고 싶은 제우스의 바람이 들어갔는지는


자기 딸도 건드리는 제우스와 달리 아레스는 자신이 낳은 자식들에게는 착하고 자상했다고 한다. 




마지막 신은 이제 명품으로도 더 유명한 헤르메스다.


헤르메스는 마이아라는 여신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날 때부터 아주 비상한 편이었는데


그 기간도 어마어마한지라 새벽에 태어난 뒤, 출산에 지쳐 잠든 마이아 몰래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나와


약 250km를 걸어갔고 그 곳에 아폴론이 키우던 소떼를 보고는 곧장 훔치겠다는 마음을 먹은 뒤


발자국이 남지 않도록 50마리 소의 발에 짚신을 만들어 신기고, 다시 250km를 거슬러 온 뒤 숲 속에 숨겨뒀다고 한다....


소가 사라진 것을 안 아폴론이 헤르메스를 족치려고 찾아왔는데 시치미를 뚝 떼고 안 훔쳤다고 구라를 치니 


열 받은 아폴론이 헤르메스를 제우스 앞으로 데려가 심판을 받게 하는데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제우스를 앞에 서자 헤르메스는 해맑게 웃으며 아폴론에게 사과하며 소 떼를 돌려주었고 


그가 음악의 신인 것은 또 어떻게 알았는지 아폴론의 마음을 풀어주려 직접 리라를 만들어 연주했고, 


절묘한 솜씨와 신기한 악기에 마음이 풀려가는 아폴론에게 막타로 리라를 선물하며 화해했다고 한다.


그리고 리라를 선물 받은 아폴론은 훗날 헤르메스의 상징이 된 뱀지팡이 카두케우스를 주었다고.


아무리 신이라지만 막 태어난 아기가 벌인 일치고는 스케일이 상상초월이다.


이런 헤르메스를 본 제우스는 지보다 훨씬 큰 형 놀려먹는 아기가 기특하기도 하고 


가만 냅두면 사고칠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직속 전령으로 삼고 12좌에 올린 뒤 무급으로 평생 부려 먹었다.





*가끔 디오니소스가 12좌로 등장하곤 하는데, 


보통 착한 헤스티아가 자신은 12좌에서 내려와 불가에 앉고 한 자리를 양보했다는 식으로 표현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올림포스 내에서 짬처리 담당해야할 막내가 필요한 시점에 


외근 나가있느라 부재중인 헤르메스 대신 새로 등장한 막내로, 


자리만 차지하고 드문드문 얼굴 비추는 포세이돈 전무님 대신 활동한 게 아닌가 싶다.


그게 아니면 디오니소스는 인턴이었는데 술과 황홀경의 신이었던 만큼 회식 자리에서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겨서 12좌에 올랐다고 착각하게 만든 것 아니었을까? 


이상 끝

 


1 Comments
HmzEtueo 2023.07.01 03:55  
내가 알기로는 제우스한테 깝치다가 힘으로 서열정리 바로돼고 다시는 못깝치는거라고 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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