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요즘 제 기가 허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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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4 10:42
저는 신체적 요인 때문에 국방의 의무를 사회복무로 대체하고있는 22살 남자입니다.
저는 지하철에서 근무를 하고있는데요. 근무하고 있는 역은 상세히는 못 말씀드리고 송도에 있는 한 역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 까지만 말씀드릴게요.
사실 지금 이 글을 쓰고있는 순간도 집에 불 다켜놓고 침대 위에서 이불 밖으로 발 빠져나가지 않게 꽁꽁 싸맨 채 덜덜 떨고있습니다.
저는 기독교 신자입니다. 이 얘기를 왜 하냐면 성경에서도 귀신의 존재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습니다. 존재한다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그 내용에 따라서 귀신은 존재한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렇지만 한번도 본적은 없었죠. 어제까지만 해도요.
지하철 사회복무요원은 3조 2교대 근무로써 주간 1주 야간 2주로 근무합니다. 황금같은 추석 연휴 때 주간조로 근무했고, 이번 주간이 야간으로 근무하는 첫 주였습니다.
막차가 들어오는 시간, 저희는 화이트보드 지우개(플라스틱 손잡이에 스펀지같은거 끼워져있는 거)를 들고 승강장 맨 끝에 있는 체크 표를 깨끗이 지우러 갑니다. 막차볼겸 해서요. 제가 근무하는 역은 가운데가 합쳐져있고 양옆에 문이있는 구조가 아닌, 가운데에 선로가 있고 양 옆으로 승강장이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체크표는 두개였죠. 상선에 하나, 하선에 하나.
송도가 아무래도 하선쪽 말단이어서 막차시간이 상선이 더 빠릅니다. 그래서 상선 막차시간에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체크표를 지우러 가고있었죠.
인천 지하철은 승강장 칸이 10칸이라고 치면 실제로 지하철이 서는 칸은 그 가운데 8칸 뿐입니다. 그래서 맨 왼쪽과 맨 오른쪽에는 지하철도 서지 않고 그저 시커먼 공간과 그 건너 승강장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일 뿐, 평소엔 사람이 서있지도 않고 그저 비워져 있는 곳입니다.
상선과 하선의 체크표가 같은 방향의 끝에 있었기에 제가 상선의 체크표를 지울 때, 하선 쪽 체크표가 있는 곳을 볼 수 있었는데요.
다음은 저기다! 하고 건너편을 봤을 때, 보통같으면 사람이 안서있을 곳에 검은색 코트와 검은색 바지.. 를 입은 여성분인지 남상분인지도 모를 키가 아주 큰 사람이 서있었습니다. 물론 실루엣만 보였습니다. 그냥 뭉퉁그려지게 말이죠.
제 키가 183인것을 반영하면, 거리가 조금 있었지만 제 시야에서도 위 아래로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했기에 그냥 키가 크시고 인천지하철을 별로 타보시지 않은 분인가보다. 라고 넘기고 체크표를 지운 뒤 역무실로 다시 올라갔습니다.
상선의 막차가 끝나고 나서 하선에 지하철이 3번만 들어오면 운행이 종료됩니다. 역무실에서는 지금 어느 행 지하철이 들어오고있다 라는 안내방송이 들리는데, 그 방송 소리가 한번 나온 뒤 그 분들이 잘 가셨나 궁금해서 cctv로 하선승강장 끝쪽을 봤습니다. 그 곳에는 아무도 서계시지 않았죠.
막차가 올 무렵, 저는 승강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아무래도 하선이고 말단에 있는 역이다 보니까 타는사람은 없고 내리는 사람이 많았죠. 여느 때 처럼 체크표가 있는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 사람이 있나 없나 숙 훑으면서 체크표쪽으로 가던 중에 지하철이 온다는 방송이 들렸습니다. 그 때 제가 서있던 위치는 정중앙, 엘리베이터가 있던 자리였습니다. 사람이 내리는 걸 보고 지하철 진행방향(앞쪽)을 본 채로 신호를 보내고 지하철을 보낸 뒤 뒤를 돌아 체크표가 있는 방향으로 가려고 할 때, 저 끝에 아까 보았던 거뭇하고 위아래로 긴 형체가 있었습니다.
나는 어차피 저기로 가야 하는데. 짬도 안되서 역장님한테 도와달라고도 못하겠고. 그냥 눈 딱감고 갔습니다.
막차가 끝나도 승강장의 불은 끄지 않습니다. 게다가 어제는 통신사 직원들이 와서 지하철 통신 케이블좀 손봐야 한다기에 늦게까지 승강장 위층에는 사람이 많은 상태였죠. 하지만 그런 상황과는 다르게 그 거뭇한 형체는 점점 커져만 갔고, 결국 승강장 끝편은 마치 그 곳의 전등을 모두 끈 것 같이 칠흑같은 어둠으로 덮였습니다.
발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싶은 마음 뿐이었습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맨발로 대리석같은 미끄러운 바닥 말고 건조한 바닥을 밟는듯한 소리의 사악-사악 이런 소리가 남과 동시에 하선에서 체크표를 지울 때 봤던 거뭇한 형체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제 마음속의 두려움과 함께 그것의 크기도 커지는 느낌이었죠. 그것은 저에게 다가왔지만 그 희미한 형태는 짙어지질 않았습니다. 그것을 계속 보고있자니 속이 메스꺼워져 왔습니다.
이렇게 죽나보다 하는 순간, 제가 안오는 것이 이상했던지 역장님이 방송으로 철수(가명)야 거기 서서 뭐하냐. 빨리 엘리베이터랑 에스컬레이터 안끄고 뭐하냐. 라는 듯한 내용의 말이 들려옴과 동시에 그것의 움직임은 멈췄습니다. 그리고 그 칠흑같은 어둠과 그것, 거뭇한 형체는 통째로 옆으로 움직여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그대로 통과해나간 뒤 선로의 어둠과 동화되어 제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럽고 무섭습니다. 그냥 제가 요즘 기가 허해서 이런 게 보였다면 정말 다행일 것 같습니다..
역무실에 올라와보니 시간은 새벽 1시 40분. 보통이라면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전원을 끄고 셔터를 모두 내리고도 남을 시간이었죠.
뜬 눈으로 밤을 지샜습니다. 이제 집에 왔으니 잠을 자봐야겠습니다. 정말 별 일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제 이야기를 풀 곳이 여기밖에 없어서 한글자한글자 적어봤습니다. 부모님께서도 걱정하실 테니 말씀드리기가 참 뭐하네요..
저는 지하철에서 근무를 하고있는데요. 근무하고 있는 역은 상세히는 못 말씀드리고 송도에 있는 한 역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 까지만 말씀드릴게요.
사실 지금 이 글을 쓰고있는 순간도 집에 불 다켜놓고 침대 위에서 이불 밖으로 발 빠져나가지 않게 꽁꽁 싸맨 채 덜덜 떨고있습니다.
저는 기독교 신자입니다. 이 얘기를 왜 하냐면 성경에서도 귀신의 존재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습니다. 존재한다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그 내용에 따라서 귀신은 존재한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렇지만 한번도 본적은 없었죠. 어제까지만 해도요.
지하철 사회복무요원은 3조 2교대 근무로써 주간 1주 야간 2주로 근무합니다. 황금같은 추석 연휴 때 주간조로 근무했고, 이번 주간이 야간으로 근무하는 첫 주였습니다.
막차가 들어오는 시간, 저희는 화이트보드 지우개(플라스틱 손잡이에 스펀지같은거 끼워져있는 거)를 들고 승강장 맨 끝에 있는 체크 표를 깨끗이 지우러 갑니다. 막차볼겸 해서요. 제가 근무하는 역은 가운데가 합쳐져있고 양옆에 문이있는 구조가 아닌, 가운데에 선로가 있고 양 옆으로 승강장이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체크표는 두개였죠. 상선에 하나, 하선에 하나.
송도가 아무래도 하선쪽 말단이어서 막차시간이 상선이 더 빠릅니다. 그래서 상선 막차시간에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체크표를 지우러 가고있었죠.
인천 지하철은 승강장 칸이 10칸이라고 치면 실제로 지하철이 서는 칸은 그 가운데 8칸 뿐입니다. 그래서 맨 왼쪽과 맨 오른쪽에는 지하철도 서지 않고 그저 시커먼 공간과 그 건너 승강장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일 뿐, 평소엔 사람이 서있지도 않고 그저 비워져 있는 곳입니다.
상선과 하선의 체크표가 같은 방향의 끝에 있었기에 제가 상선의 체크표를 지울 때, 하선 쪽 체크표가 있는 곳을 볼 수 있었는데요.
다음은 저기다! 하고 건너편을 봤을 때, 보통같으면 사람이 안서있을 곳에 검은색 코트와 검은색 바지.. 를 입은 여성분인지 남상분인지도 모를 키가 아주 큰 사람이 서있었습니다. 물론 실루엣만 보였습니다. 그냥 뭉퉁그려지게 말이죠.
제 키가 183인것을 반영하면, 거리가 조금 있었지만 제 시야에서도 위 아래로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했기에 그냥 키가 크시고 인천지하철을 별로 타보시지 않은 분인가보다. 라고 넘기고 체크표를 지운 뒤 역무실로 다시 올라갔습니다.
상선의 막차가 끝나고 나서 하선에 지하철이 3번만 들어오면 운행이 종료됩니다. 역무실에서는 지금 어느 행 지하철이 들어오고있다 라는 안내방송이 들리는데, 그 방송 소리가 한번 나온 뒤 그 분들이 잘 가셨나 궁금해서 cctv로 하선승강장 끝쪽을 봤습니다. 그 곳에는 아무도 서계시지 않았죠.
막차가 올 무렵, 저는 승강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아무래도 하선이고 말단에 있는 역이다 보니까 타는사람은 없고 내리는 사람이 많았죠. 여느 때 처럼 체크표가 있는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 사람이 있나 없나 숙 훑으면서 체크표쪽으로 가던 중에 지하철이 온다는 방송이 들렸습니다. 그 때 제가 서있던 위치는 정중앙, 엘리베이터가 있던 자리였습니다. 사람이 내리는 걸 보고 지하철 진행방향(앞쪽)을 본 채로 신호를 보내고 지하철을 보낸 뒤 뒤를 돌아 체크표가 있는 방향으로 가려고 할 때, 저 끝에 아까 보았던 거뭇하고 위아래로 긴 형체가 있었습니다.
나는 어차피 저기로 가야 하는데. 짬도 안되서 역장님한테 도와달라고도 못하겠고. 그냥 눈 딱감고 갔습니다.
막차가 끝나도 승강장의 불은 끄지 않습니다. 게다가 어제는 통신사 직원들이 와서 지하철 통신 케이블좀 손봐야 한다기에 늦게까지 승강장 위층에는 사람이 많은 상태였죠. 하지만 그런 상황과는 다르게 그 거뭇한 형체는 점점 커져만 갔고, 결국 승강장 끝편은 마치 그 곳의 전등을 모두 끈 것 같이 칠흑같은 어둠으로 덮였습니다.
발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싶은 마음 뿐이었습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맨발로 대리석같은 미끄러운 바닥 말고 건조한 바닥을 밟는듯한 소리의 사악-사악 이런 소리가 남과 동시에 하선에서 체크표를 지울 때 봤던 거뭇한 형체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제 마음속의 두려움과 함께 그것의 크기도 커지는 느낌이었죠. 그것은 저에게 다가왔지만 그 희미한 형태는 짙어지질 않았습니다. 그것을 계속 보고있자니 속이 메스꺼워져 왔습니다.
이렇게 죽나보다 하는 순간, 제가 안오는 것이 이상했던지 역장님이 방송으로 철수(가명)야 거기 서서 뭐하냐. 빨리 엘리베이터랑 에스컬레이터 안끄고 뭐하냐. 라는 듯한 내용의 말이 들려옴과 동시에 그것의 움직임은 멈췄습니다. 그리고 그 칠흑같은 어둠과 그것, 거뭇한 형체는 통째로 옆으로 움직여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그대로 통과해나간 뒤 선로의 어둠과 동화되어 제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럽고 무섭습니다. 그냥 제가 요즘 기가 허해서 이런 게 보였다면 정말 다행일 것 같습니다..
역무실에 올라와보니 시간은 새벽 1시 40분. 보통이라면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전원을 끄고 셔터를 모두 내리고도 남을 시간이었죠.
뜬 눈으로 밤을 지샜습니다. 이제 집에 왔으니 잠을 자봐야겠습니다. 정말 별 일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제 이야기를 풀 곳이 여기밖에 없어서 한글자한글자 적어봤습니다. 부모님께서도 걱정하실 테니 말씀드리기가 참 뭐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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